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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2001년 뱅쿠버의 한 서점에서 순전히 특가이벤트라는 이유로 사서 읽게 된 <눈먼 자들의 도시>
그 이후 영어원서로 두 번, 한글로도 두 번이나 읽었던 책으로 수많은 지인들에게 선물한 바 있었다.
몇 달 전 연작에 해당하는 <눈뜬 자들의 도시>에 대한 출간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갑고 설랬는지 모른다.
<눈뜬 자들의 도시>는 전작에 못지 않게 여전히 놀랍고 충격적이다.
처음엔 읽기 힘든 독특한 문체도 시간이 지나면서 글의 주제와 어우러져 메시지를 중폭시킨다.
그러나 작가가 글 중반에 친절하게, 그리고 영악하게 고백하듯이
"물론 서술자가 특별히 솔직하여, 집단적으로 백지투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어떤 도시에서 일어난 이 특별한 이야기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끝맺을지 정말 몰랐다고 고백하는 경우라면....(본문 242 쪽)"
힘빠지고 실망스러운 후반기와 결말에 대해...
팬인 나조차 정말 뭐라고 서평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 하나하나에 담겨진 그 실랄한 풍자를 찬양할 수 밖에 없다.
행간을 읽으며 웃다가 울다가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
늘 정의로운 자들이 죄인의 죄값을 대신 치르는 것이다" (본문 55쪽)
그러니 이 혼란스러운 소설의 혼란스러운 결과를,
생을 마무리해가는 노작가의 비관과 회의를,
앞으로 더 많은 생을 살아가야할 젊은 독자가 대신 '죄값'을 치르리라.
"우리는 진실을 말할 때도 계속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할 때도 계속 진실을 말한다오" (본문 74 쪽)
2007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