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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마녀와 옷장 ㅣ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클래식) 2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의 영문학자인 루이스가 어린이를 위해 쓴 오직 한편의 작품은 1950~57년 펴낸 '나니아 나라 이야기 1~7권'으로 장편 환타지 동화이다. 그 중에서 두 번째 시리즈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C.S. 루이스글.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펴냄'은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라는 네 아이가 옷장을 통해 나니아라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면서 경험하는 모험을 흥미롭게 표현한 작품이다.
네 아이들은 옷장을 통해 말을 하는 동물들과 난쟁이, 거인과 신화 속에 나오는 파우누스, 컨타우로스 등이 살고 있는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서 나니아의 왕인 아슬란(사자)과 힘을 합쳐 못된 마녀에 대항하여 마녀의 마법을 풀고, 그 곳의 왕과 여왕이 되어 성장을 하며 살기 좋은 나니아로 만든 뒤에 옷장을 통해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온 때는 다들 옷장으로 들어가 숨었던 바로 그 날 그 시각이었다.
어른들은 현실 세계에 너무 깊이 빠져있어서 공상의 세계를 볼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어렸을 때에는 모두 나니아와 같은 세계를 볼 수 있었다. 어릴 때 가지고 있었던 상상력, 공상력으로 판타지 세계에 들어가는 능력을 어른이 되면서 점점 잃어버린 것이다. 공상의 세계는 밖에서 보고 감상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야 볼 수 있는 '들어가는 세계'이다.
작가 루이스는 '나니아 나라 이야기'로 영국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카네기상을 수상했다. 작가가 말하는 인간 성장에 대한 견해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진짜로 성장해 가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변화해 가는 유형이란 것이다. 유년시절의 옷을 벗어 던지고, 소년시절의 옷을 입으며, 소년시절의 옷을 벗어 던지고 청년시절의 옷을 입으며, 청년시절의 옷을 벗고 어른의 옷을 입으며 성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를 벗어 던지고 다른 하나를 입듯이 탈피를 반복하는 유형의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리하여 어른이 되었을 때는 유년시절도, 소년시절도, 청년시절도 모두 다 버리고 단지 현재의 어른이 되어버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유형의 성장을 하는 사람들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유년시절 위에 소년시절을, 소년시절 위에 청년시절을, 청년시절 위에 어른시절을 맞아하듯 차곡차곡 자신의 체험을 쌓아올리는 성장을 한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쌓고 자신의 세계를 자꾸 확대해 가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라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환타지 동화를 허구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판하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꼭 필요한 부분이란 것을 인정하되 환타지 동화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부모가 관심을 기울려야 할 부분이다. 상상력이 너무 지나치다보면 망상으로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타지야말로 어린이가 살고 있는 세계이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며 현실만의 세계로부터 어린이를 본다면 진정한 어린이의 세계를 볼 수 없을 것이다. 그 다른 세계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어린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사자와 옷장과 마녀'와 함께 어른들도 다시 환타지의 세계로 빠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