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숲은 누가 만들었나 ㅣ 뒹굴며 읽는 책 3
윌리엄 제스퍼슨 지음, 윤소영 옮김, 척 에카르트 그림 / 다산기획 / 1994년 11월
평점 :
미국의 매사추세츠에 있는 숲의 천이과정을 통해서 나무가 살아가는 과정과 함께 숲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숲은 누가 만들었나(윌리엄 제스퍼슨 글. 척 에커트 그림. 윤소영 옮김/다산기획 펴냄)를 통해서 자연의 순환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목차없이 시간의 흐름에 따서 일기를 쓰듯 숲이 변해 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황무지를 일궈 밭을 만든 곳에서 200년 동안 시간이 흘러 극상림의 숲에 도달하는 과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우선 풀들만 자라다가 침엽수인 스트로브잣나무(이 책에서는 스트로브소나무로 표현되었지만, 스트로브소나무가 아니라 스트로브잣나무가 옳은 이름이다)가 들어와서 개척자 역할을 한다.
키 큰 스트로브잣나무 아래에서 작은 스트로브잣나무는 자라지 못하고 죽어가지만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활엽수들인 떡갈나무, 물푸레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한다. 숲의 개척자역할을 했던 소나무들은 한 그루씩 쓰러져가고, 또 다른 모습의 숲이 형성되며 숲도 진화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이 이르게 되어 너도밤나무와 설탕단풍 나무들이 숲의 왕좌에 오르게 되는 과정을 통해 나무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살게 되는 조류, 동물, 곤충 등의 종류도 다양해지는 최고의 숲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완전한 숲의 형태를 갖춘 곳은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 숲뿐이다. 조선 7대 세조 임금의 능이 있는 곳으로 1468년에 조성되어 500년이 넘는 동안 관리되었기 때문에 극상림의 숲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곳은 대부분 50여 년 정도 밖에 안 된 숲이다.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이전에는 먹을 것을 산에서 구하고, 겨울의 땔감으로 나무를 사용했기 때문에 숲이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숲은 누가 만들었을까? 숲은 결코 사람의 손길로 만들어지거나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일부로써 숲 자체가 순환과정을 거쳐 변화하고 바뀌어 가는 것이다. 좋은 숲은 종 다양성이 이루어진 숲일 것이다.
요즘처럼 환경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숲을 잘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환경보호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의 일생을 읽어가듯 숲의 일생을 차분하게 읽어감으로써 숲이 살아있고, 또 숲 속에 살고 있는 나무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초등학교 3학년에게 적절하다고 본다. 책 속에 나오는 식물이나 동물의 이름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인간이 자연 속에 포함되며 자연과 함께 공존해야 함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책 속의 흑백의 그림 자체로도 좋지만, 아이들이 그림에 제 색깔을 찾아 주는 작업도 해 봄직하다. 색다른 느낌으로 아이들 각자의 책으로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