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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샤바누 ㅣ 사계절 1318 문고 33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 지음, 김민석 옮김 / 사계절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사실 처음부터 읽고 싶어서 봤던 게 아니라, 엄마가 빌려오신 책 중 딱히 읽을 책이 없어서 읽었던 거지만....
샤바누. 왠지 낯선 이름이다. 역시나 ‘바람의 딸’이라는 이름답게 하얀 얼굴에 금발머리의 소녀가 아닌, 파키스탄-사막의 여인이다. 파키스탄의 원래 이름은 파키스탄 이슬람 공화국이다. 이슬람에서는 여성의 인권이 그다지 존중되지 않는다. 일부다처제인데다가 여성들은 순종적이어야 하며 히잡이라고 부르는 베일을 머리에 써서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한다.
하지만 샤바누는 그렇지 않다. 한 살 차이나는, 순종적이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언니와는 달리 샤바누는 독립적이며 자유롭게 살고 싶어한다. 결국 그 성격으로 인해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지만..
사실 결말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난 행복하게 끝날 줄 알았다. 사실 ‘행복한 결말’ 이라고 해도 샤바누가 좋아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사는 것-그 정도였을까.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언니의 결혼식을 올리려 남편이 될 사람이 사는 곳에 갔는데, 그 남편이 될 사람이 그 곳의 지주의 아들 때문에 죽고 만 것이다. 결국 샤바누가 좋아했던 남자-언니의 신랑감의 동생은 언니의 신랑이 되어버리고 샤바누는 그 지주의 아들의 형에게 시집가게 된다-여기서 이슬람의 문화를 알 수 있게 되는데, 그 지주의 아들의 형은 이미 아내가 많다-. 샤바누는 도망가려하지만 아빠에게 잡혀 맞는다.
책을 딱 덮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이, 샤바누는 그렇게 자유를 원했는데도 결국은 구속을 벗어날 수 없었다. 왜? 또 자기가 좋아했던 남자는 언니의 신랑이 되어버리고. 정말이지.. 샤바누의 언니도 자기 신랑감이 좋다고 했었으면서 왜 동생의 신랑감과 결혼하기 싫다고 안했을까? 또 왜 샤바누의 신랑감은 샤바누와 결혼하겠다고 하지 않았을까? 샤바누는 예쁘지 않아서? 샤바누의 언니 풀란이 예뻤기 때문에? 또 왜 샤바누의 우상인 그 이모는 도망가라고 하지 않고 그냥 결혼하라고 했을까?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은 이해가 갈 것도 같다. 하지만 난 아직도, 왜 결말을 그렇게 지어야 했을까 이해가 안간다. 그냥 행복하게 해주면 안獰? 하지만 그러면서도 - 샤바누의 미래 모습이 기다려진다.
처음에 ‘딱히 읽을 책이 없어서’라고 하고 읽고 난 뒤 느낌은 말하지 않았지만, 지금에서야 말하자면, 내가 독후감을 쓰면서 말했듯이.. 이 책은 정말 좋았다. 또 파키스탄의 원래 이름이 “파키스탄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히히. 사실 난, 어쩐지 말하긴 부끄럽지만, 굳이 따지자면- 흑발의 샤바누 보다는 금발의 제니를 좋아했다. 확실히 난 파키스탄보단 (펜팔도 영국인인만큼) 유럽쪽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조금은 생각이 바뀐 것 같다. 미지의 세계에서 조금은 친밀한 곳으로.. 그리고 놀랍게도 이 소설을 쓴 사람은 미국인이다. 자신의 문화가 아닌 다른 사람의 문화를, 제 3자가 그 곳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려낸 것이다. 나도 다른 곳에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
또 다른 미지의 세계가 나에게 손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