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ji 2005-06-08
뜬금없이 뭐든지, 과함은 덜함보다 못하다. 나는 그 말을 신봉하지.
어제, 잠시 윤과 통화를 했다. 그녀는 무척 아프다고 호소했다. 문제는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지. 혹, 처방을 받고서도, 그것으로 단기간 효과를 못보면 그 치료를 따르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원인이 없는데 자꾸 아프다. 나는 아픈데 아무도 이상이 있다고 하지 않는다. 그럼 뭐가 문제지? 스트레스,밖에는 없다고 결론을 지었는데, 그녀 성격상 그 스트레스를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이기지도 못하니 자꾸 아플 수밖에. 그러고 중얼거리는 말이 요가나 다녀야할까봐요,더라. 단학을 더 다녀보라는 말에, 요가가 더 쌀 거 같다면서 웃기까지 하니, 내가 뭐라 하나.
당신도 그런가? 생각해보니, 당신은 뭐가 원인인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네. 그럼 윤보다는 조금 나은가? 그런데, 결국 실천하지 않으니 그게 뭐 무슨 소용이 있나.
과함은 절대 덜함을 이기지 못해. 그건 더 악한 습성이라고.
뻔한 잔소리라고, 이런 잔소리는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이런 잔소리를 듣고서도 고치지도 않을 거라는 거 알지만, 참 애가 탄다. 왜 젊은 게 아프고 그래. 다들 왜 그렇게 아프고 쓰라리고 문제가 많은지 모르겠어. 나는 그게 속이 타.
자신감을 가져.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 감옥에 들어갈 만한 일이 아니라면 착하게 살 필요도 없어. 착하게 살면 누가 상 주나? 그런 상 백개 받으면 인생이 달라지나? 안 그래. 안 그렇더라고. 착하게 살지마. 그냥 나만 생각해. 바깥의 나를 너무 의식하지마. 바깥의 나를 의식할수록 내 안의 나는 자꾸 초라해지고 아프기만 하던데 뭐. 그래서 나처럼 나쁘게 살아. 내 멋대로 살고, 내 맘대로 살아. 그러니까 안 아파. 그러니까 행복하고. 그러니까 신이 나더라.
너나, 윤이 나는 그랬으면 좋겠어. 아둥바둥해봤자 어차피 1등 할 수 없다면, 날라리가 되는 일이 뭐 어때서. 1등 아니면 모두가 꼴찌인데, 꼴찌이든, 꼴찌 바로 위든, 2등이든, 그게 뭐 중요하겠어. 그러니까 날라리처럼 살아. 대충 살아도 된다고. 덜 이쁘면 좀 어떻고, 덜 똑똑하면 좀 어때. 덜 친절해도 좋고, 덜 착해도 된다고. 어차피 그래도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변하지 않을테니까. 그것이 중요한거야. 그러니 착하게 살지 말어. 그랬으면 좋겠어.
과하지 마. 무엇이든, 중독은 후유증을 앓게 되어 있어. 그걸 알고도 또 중독이 되는 건, 정말 우매한 일이지. 그 우매함을 무릅쓰고도 행하겠다면, 그 다음은 아무도 당신을 안 돌봐줄지도 몰라. 무서운 건 그거야. 중독보다도 더 무서운 건, 중독 후의 후유증보다도 더 무서운 건, 바로 그런 것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아플 이유도 없는 거지.
(당신이 좋아하는 표현처럼) 밤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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