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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평점 :



[내가 끌리는 주제들]
1. '아줌마'라는 말을 보이콧하다
2. 할머니 옷을 탐하다.
3. 흰머리를 감추는 방법에 대하여
4. 나이 들수록 점점 아름다워지는 법
5. 신발이 나이를 말해준다
6. 후회 없이 삶을 사는 비법
7. 나이로 대접받고 싶어 하는 건 초라하게 나이 들고 있다는 증거다.
8. 아끼다 똥 된다?
9. 경륜인가 꼰대질인가
10. 시간은 점점 미친 듯이 흐른다.
11. 왜 한국 드라마는 집안일을 하면서도 볼 수 있을까?
12. 다른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와는 나도 살고 싶지 않다.
13. 가사 분담,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14. 애 낳으면 생긴다는 건망증의 정체
15. 끝내 먹고 난 유유갑을 치우는 사람은 누구인가?
16. 워킹맘 잔혹사
17. 최악의 엄마만은 되지 않기 위해
우와, 생각보다 정말 끌리는 주제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뭐 어쩔 수 없지... 지금 이것이 내 인생의 현주소이겠지..
이제 책을 읽어봐야 겠다.
끌리는 주제는 위의 것이긴 하지만 책은 시작부터 차근 차근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 중 "여자에게는 두 개의 방이 필요해"라는 챕터에서 재미있는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결혼하고 나서 전업주부로 사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제 일을 계속하는 게 나을까요?"
이 질문에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위의 질문을 했던 당신과 나는 그 당시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는 이랬다.
나는 전문직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결혼하고 나서도
무조건 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여자였다.
전문직=자아실현 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던 사람이다.
이 책에서도 나와 같은 사고방식이 다뤄진다.
[사실 전문직이거나 자아실현을 위해 일하는 여자들이라면
위와 같은 질문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일을 하는 것과 포기하는 것 사이의 이해득실 차이가
갈등의 여지가 없을 만큼 명확해서 그렇다.
대개 고민의 주인공들은 아무리 고상하게 포장해도 결곡 고된 밥벌이일 뿐인 일,
혹은 본인이 그렇다고 느끼는 일을 하고 있는 여자들이다.
그렇다 보니 결혼해 아이를 낳았을 때 드는 육아 비용,
규모 있게 살림살이를 못해 낭비되는 돈,
남의 손에서 자랄 아이의 정서적 손실 등을 고려해
계산기를 두들겨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그 계산에서 플러스가 나왔건
마이너스가 나왔건 일을 계속하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조언을 하는 편이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남인숙작가] 책에서는
본인의 이야기를 뒷받침할 일러스트와 내용을 제시한다.
"삶에 방은 두 개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가진 다른 영역이 서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나 역시 말붙이기도 조심스러운 사춘기 딸과
영 내 맘 같지 않은 남편에게 실망이 느껴질 때면
바깥사람들과 만나 일하며 생기를 회복한다.
반대로 냉정한 일터에서 난타당하고 온 날은
'그래도 내 편' 인 가족의 따뜻함에 힘을 얻는다.
그런거구나, 조금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직장인인 나도 현재 이런 삶을 살고 있었는데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구나.
자존심 강한 여자들이 무언가 인정받고 싶을 때
육아나 가사에서 그 인정을 받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까?
육아에서 그걸 인정받으려면 아마 자식 잡을 것이다.
얼마나 극성 엄마가 되어 아이를 괴롭히게 될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
난 내 아이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라도 직장생활을 계속 하는 것이 나은 것인가?'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이 책은 부정과 긍정의 이중표현인 책이다.
남인숙 작가의 글은 따뜻하다.
따뜻함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따뜻함은 위로와 많이 닮았다
.
힘들지만 견뎌야 하고 견뎌내기 위해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는 메세지가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내 스스로가 주최가 되어 살아간다면 누구랑 결혼해서 산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라는 끝짱판의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무언가 속상하고 안 풀릴 때 나는 모든 것을 남편탓으로 돌린다.
돌리고 나면 아주 속이 편하다.
적어도 몇일간은 말이다.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모든 것을 아들탓으로 돌린다.
이렇게 돌리고 나면 내 아이는 천사보다 더 좋다.
나는 왜 이렇게 두 남자를 상이하게 대할까?
나만 그런것인가?
이 글 읽고 있는 분들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 내 옆에서 콜콜 자고 있는 두 남자는
하루에도 몇번씩 교차되는 내 생각을 전혀 알지 못한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책 내용 중 남편이 내 속을 모른다는 것과
아주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어려운 시절, 멜론이 비싸서 못 사먹고 그냥 돌아왔던 남인숙 작가의 이야기
5년 이상은 지났을 이 멜론 이야기를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랬어? 그냥 사먹지 그랬어?"
라는 답만 들었다는 것이다.
남인숙 작가는 말한다.
(결국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희생은 원망과 허망함 같은 부정적인
에너지로 바뀌어 고스란히 가족에게 되돌아간다.
나 자신을 허술하게 대접하는 습관은 가족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명언이다.
잠깐 속 편하자고 원망이라는 놈을 내 인생에 끌여들여서는 안되겠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나는 좀 삶을 바꿔야 겠다.
희생=원망+허망< 부정적인 에너지
이 공식이 내 삶에 존재하게 하지 말아야겠다.
나는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며 부끄럽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하며
내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바뀌는 소제목을 맞이할 때 마다 내용이 궁금해진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차례페이지의 작은 주제들이
챕터별로 다루어진 에피소드책이다.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고 꼭 앞에서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고 책갈피 끼워두고 나중에 다른 부분을
보면 되는 부담없는 책이다.
하지만,
챕터마다 일관된 내용이 숨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중년이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과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악착같이 돈을 지닐 필요성은 없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싫다는 불만보다는
나이가 들어서 좋은 것을 찾자.
이것이 남인숙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의 후속작으로
다시 태어나면 결혼은 3번 하겠어. 라는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남인숙 작가가 이 책을 출간하고 남편과 싸우지는 않겠지 ^^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존재감, 행복, 중년의 아름다움을 다 터득하고
실천하게 된다면, 여자라고 해서 여러번 결혼 못할것은 없는 일 아닐까?
다시 태어나면 마돈나가 되겠어...
이 책은 내가 중년으로 살아가면서 쓸 일기의 제목이 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