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섬 벤지 데이비스 그림책 1
벤지 데이비스 글.그림 / 예림아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예림아이에서 출간한 할아버지의 섬, 제목과 일러스트가 너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헤어짐을 알게 해주는 착한 동화책이다. 책 내용과 걸맞게 일러스트 수준도 아주 높았고 천국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동화책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작가가 직접 한글을 썼다고 한다. 독자 한명 한명에 신경쓰는 작가라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도 글을 쓰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과정에서도 아이들을 떠 올리며 완성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충분히 그런 감성이 전해진다.

 

 

 

 "시드네 집 마당에서 커다란 나무 하나를 지나면 할아버지가 살던 집이 있어요"
요즘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이 어쩌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수도 있다. 대부분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들은 정말 운이 좋아 외할아버지 할머니와 마당이 있는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이런 구조는 너무나 당연한 줄 알고 있다. 어린이집 끝나고 집에 오면 언제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기 때문에 그런 본인의 상황에 맞추어 글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다락방에서 사다리가 내려오는 그림을 보고 아들이 마냥 신기해 한다. 
2년전에 할아버지가 마당에 나무 자르다가 떨어져서 구급차타고 병원에 입원했던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아들은 "할아버지가 위험하게 사다리에서 내려오네. 운동화도 안 신고 말이야. 그러다가 또 엠블런스 온다."
이런 말을 한다. 아들에게 할아버지가 나무에서 떨어진 것은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다음페이지를 재촉해서 넘겼다. 다음 상황이 매우 궁금했던 것 같다.

 

 

할아버지와 시드는 함께 여행을 떠난다.
어른인 우리는 이것이 천국임을 알지만 내 아들은 배타고 여행을 가는 것으로만 받아들였다.
천국같은 섬에서 할아버지와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표현이 너무 가슴아팠다.
아들이 책을 보다 질문한다.
"근데 왜 할머니는 섬에 없어?" 라는 질문을 한다.
매번 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데 할아버지만 계속 나오니까 참다 못해 한 질문인거 같다.
"어떤 집은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다 있지 않은 집도 있어. 따로 사는 집도 있고. 아파서 병원에 있는 집도 있어."
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왜? 그래도 할머니가 있어야지."
라고 또 물어본다.
어떻게 대답을 해 주어야 할까? 자연스럽게 죽음, 헤어짐을 받아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동화책인데 39개월 아이가 뭔가 눈치는 챈 것 같은데 설명하기가 좀 어려웠다.
내 입으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는게 정답일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천국에 가서 살게 돼.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그림보는 저런 섬에 가서 살게 돼." 라고 이야기 해 주었는데 그럼 자기도 거기에 같이 가겠다고 한다. ㅠㅠ

할아버지의 섬에서는 후반부를 어떻게 결론을 지어줄까? 약간 두근거렸다. 다음페이지에서 무난하게 다루어주어야 할텐데,,, 약간 걱정이 되었다.

 

 

너무 많은 스포일러가 될가봐 할아버지와 시드가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부분의 그림은 생략하였다.
글로 설명하자면, 정말 자연스럽게 헤어짐을 받아들이게 표현하였다.
아이 혼자 용감하게 배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다루었는데 독자인 아들은 잘 받아들였다.

집에 왔는데 할아버지를 다시 볼 수 없었다는 부분이 나오자 또 질문한다.
"할아버지는 왜 안 온데?. 나 안 보고 싶데? 할아버지는 나 데리고 놀아야지..."
또 이런다. 어쩌나... 아직 책에서 한 번더 마무리를 해 주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다행히 적절한 내용이 에필로그를 장식해 주었다.

시드에게 편지가 도착한다. 할아버지의 섬에서 보았던 새가 편지를 입에 물고 와 주고 간다.

 

아... 정말 멋지게 마무리를 해 주는 책이다.
예전 편지라는 제목의 영화가 바로 생각 났다. 본인이 시안부로 죽지만 남은 아내를 위해 1년지 편지를 써 두고 지정된 날짜에 편지가 배달되게 했던... 바로 그 영화!!!

할아버지의 섬에서도 아이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편지를 선택했다.
편지를 받고 아이의 마지막 서운함을 달랠 수 있었다. 멀리 있어도 항상 너와 함께 있다. 널 생각하고 있다~는 메세지는 정말 중요한 철학이 아닐까.

벌써 3번째 읽어주고 있는데 일러스트가 너무 멋있고 상상력을 자극하게 그려져 있어 볼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한다. 
"엄마, 할아버지랑 앉아 있는 곳에 노랑꽃들이 너무 이쁘네""엄마, 깜깜한 밤인데 꽃이 밝아."
이런식으로 볼 때마다 그림에서 숨은 그림 찾듯 새로운 정보를 알아낸다.

한 번 보고 마는 책이 아니라서 너무 좋다. 언젠가 죽음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었을 때 이 책을 다시 보며 아이가 보여 줄 반응이 궁금하다.
어른이 보아도 너무 좋은 동화 한편... 성인 동화같다.

할아버지의 섬은 예림아이에서 출간하였다. 책 종이 재질도 무지 좋고 책도 크다. 그러면서도 종이는 가볍다. 인쇄에 관련된 비용을 아끼지 않은 것 같다.
벤지 데이비스의 또 다른 책이 궁금해 진다.
첫 작품 [폭풍 고래]는 2014년 Oscar's First Book Prize를 수상했다고 써 있다. 다음엔 폭풍 고래 책을 찾아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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