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 플라스틱 먹는 애벌레부터 별을 사랑한 쇠똥구리 까지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모든 것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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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짝짓기를 본적이 있다. 우연히 영상을 통해 본 사마귀 짝짓기에서 교미후 수컷을 잡아 먹던 암컷 사마귀의 행동과 짝짓기를 하던중에 머리를 암컷에게 먹히고도 짝짓기 행동을 멈추지 않던 수컷 사마귀의 모습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물론 모든 수컷 사마귀가 잡아먹히는건 아니겠지만 짝짓기 상대를 잡아먹는 암컷의 모습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한 자연현상이라 한다. 그에 반해 함께 날아다니며 다정한 하트모양을 만들며 짝짓기를 하는 푸른실잠자리의 모습은 로맨틱해 보이지만 자신의 암컷이 다른 경쟁자와 찍짓기를 못하도록 감시하는 행동이라 하니 곤충의 세계는 참 신기하기도 하다.

 

 


노르웨이생명과학대학교 교수이자 노르웨이자연연구소 과학자문으로 활동하는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은 이처럼 우리가 몰랐던 신기한 곤충의 세계를 책 한권에 담아 출간했다. 그의 첫 책인[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에서는 9개의 장으로 나뉘어 다양한 곤충들의 탄생과정에서 부터 생존방식, 후손을 남기려는 곤충의 독특한 짝짓기, 먹이사슬, 식물과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인간과 곤충의 밀접한 관계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져 징그럽고 혐오스럽다는 곤충에 대한 생각의 틀을 조금씩 바꾸어준다.
책의 내용중 무엇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곤충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잘 돌아가게 아주 많은 일들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1년에 핫도그 6만개의 분량의 음식쓰레기를 먹어치우는 개미의 활약과 달달한 초콜릿을 만들어 내는 초콜릿깔따구의 고된노동. 설탕결정을 만들어내는 만나깍지진디. 범죄 해결에 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파리와 플라스틱 문제에 도움을주는 밀웜등. 때론 동물의 먹이가 되고 식물의 종자를 퍼뜨려 생물의 수를 조절하며 자연의 균형에 도움을 줄뿐 아니라, 함께 공존하며 인간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는 가장 작은 생명체인 곤충들. 그들의 보이지않는 활약에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자연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복잡한 시스템이고, 우리 인간은 그 수백만 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곤충은 이 독창적인 시스템의 중요한 일부다. 바로 이 사실이 우리 중에서 가장 작은 것들, 이 세상을 지탱하는 이상하고 아름답고 기이한 곤충들을 이 책에서 다루려는 이유다. (9p)

"우리 인간이 곤충에 의존해서 살아가므로 그들의 안녕은 우리에게도 중요하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곤충의 대한 기존의 생각들의 변화와 곤충이 친환경 양질의 식량이 될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은 되지만 나는 아직 고기대신 곤충으로 단백질을 섭취할 자신은 없다.
흥미로운 곤충들의 세계를 볼수있었던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가독성이 정말 좋은 책인데다 색다른 재미를 느낄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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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문틈의 아이
구혜경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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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럴땐 꼭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거나 자신의 신변에 안좋은 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고즈넉에서 출간된 [가려진 문틈의 아이]의 주인공인 보민이의 경우가 그렇다. 30대의 젊은 베테랑 가정관리사인 보민이가 고급아파트 힐스타운에서 일하게 된 후 겪게되는 사건들. 어쩌면 보여도 안보이는척 들려도 안들리는 척 그렇게 지냈다면 그녀의 일상은 평탄했을지도 모르겠다.

곳곳에 CCTV로 집안을 감시하는 한승조와 부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아내 유경, 그리고 고등학생인아들 서우와 여섯살 서아가 살고 있는 804호. 인력사무소나 쪽지로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사람이 살고있지 않은듯 썰렁하고 조용한 집인 803호. 젊은 동물원장이 혼자 살고있는 504호. 높은 페이를 주는 세 집에서 일하게 된 보민은 일하러간 첫날부터 수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연히 비밀스런 곳을 보게 됐지만 고용인으로 아무것도 모른척하고 있던 보민. 자신의 동생인 서아를 구해달라는 804호 서우로 인해 그녀는 혼란스럽지만 이내 마음이 흔들린다.

 

 



간단하지만 끔찍한 상황을 정리하면, 서아는 내가 804호에 가는날엔 승조에 의해 어디론가 빼돌려지고, 내가 가지 않는 날엔 그의 감시 하에 방에 감금되어 있다. 이런 수고로움을 감수해야만 하는 이유가 뭔가? 막내딸을 감금해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45p)

[가려진 문틈의 아이]는 흔히들 장르소설에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주체가 형사나 탐정인 소설들과는 다르게 가정관리사라는 30대의 평범한 한여인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 그리고 빠른 전개와 때때로 가슴 졸이는 스릴감에 빠져읽던 소설은 가독성이 좋아 읽는 내내 지루할 틈조차 없이 내달리다 뜻밖의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 뉴스속에서 종종 들려오던 아동학대사건으로 유난히 예민해져 있던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결말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꽤 괜찮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다만 사건의 퍼즐을 매끄럽게 맞춰가지 못한점과 가끔 등장인물들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행동들때문에 조금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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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피아노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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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신속에 갇혀 죽음에 대한 욕망과 충동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인 '나'
고통에 함몰된 한영혼의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긴 천희란작가의 [자동 피아노]는 창비에서 출간된 소설Q시리즈중 세번째 책이다.
천희란 작가의 책을 한번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앞서 만났던 소설Q시리즈를 생각하며 책을 읽기시작했고 이내 당혹스러웠던건 계속되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다.
우선 소설이라 하지만 사실 에세이에 가깝다고 할수 있고 이야기의 화자인 '나'가 누구인지 정확한 언급도 없었으며 끊임없이 죽음에 대한 갈망의 목소리는 책을 읽는 동안 음울함에 잠식당하는 기분까지 느껴진다.

각장의 부제인 20곡의 피아노 연주곡을 배경삼아 들으며 분열하는 화자의 죽음에 대한 독백은 어쩌면 살고자하는 삶의 대한 간절한 마음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종종 가시를 품고 사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다. 타인에게 받은 상처이든 남을 향한 증오나 분노든 수없이 스스로를 찌르다 자신을 고통의 심연속으로 내몰아 버리는 사람들. 소설속 [자동 피아노]의 주인공인 '나', 아니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를 썼을 저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지난한 불행과 고통, 슬픔과 절망, 그로 인한 방황 속에서 찢겨나간 존재에 대해 쓰려 했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갈망에 대해 쓰려 했다. 그녀에게 쓴다는 것은 고통의 인정투쟁이고, 그녀는 정신을 닳아 없애는 고통을 증언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를 원했다. 증명함으로써 해방되고자 했다. (79p)




소설 [자동 피아노]에 온전히 공감하기가 사실 어려웠다. 말하는 대상의 실체도 없고 끊임없이 흐르는 죽음의 전주곡같은 글들이 너무 난해했기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에 겪은 한 사건 이후로 매일 매시간 자살을 생각했다는 천희란작가의 이야기. 책의 마지막 장에 실려 있는 작가의 말을 통해 알게 된 후 그녀가 느꼈을 고독과 죽음을 향한 강렬한 충동, 극심한 감정의 혼란까지 독자로써가 아닌 한 인간으로 소설을 이해하기보단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싶었다.
책을 읽으며 정말 오랜시간 집중하며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 [자동 피아노]. 글을 쓰는것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와 그것을 들어주는 독자들. 책의 존재이유중 하나가 아닐까싶다.


'나는 당신이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편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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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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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깊은 전통을 지닌 가정에 태어나 꽤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미국작가 이디스 워튼은 <순수의 시대>로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책으로는 읽어보진 못했지만 영화를 통해 보았던 순수의 시대는 세남녀의 사랑과 미국 상류층에 대한 비판을 잘 담아냈던 영화다. 개인적으로 두 여주인공에 비해 남자주인공이 맘에 안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던 영화다. 퓰리처상을 탄 최초의 여성이라는 문구에 홀려 읽게된 레인보우 퍼블릭북스의 [올드 뉴욕]은 이디스 워튼의 단편집이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번역본 네편이 담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것처럼 클래식한 표지도 인상적이다.

유럽여행을 보내는 아들을 통해 명화를 구입해 가문의 갤러리를 소장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첫번째 이야기인 [헛된 기대]. 파혼을 한 사촌동생 샬럿의 딸아이를 입양하게 되는 델리야. 성장한 아이가 결혼을 하게되면서 샬럿과 대립하게 되는 델리아의 감정을 잘 담아낸 [노처녀].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는 중년의 한 남자 헤일리. 그를 바라보는 젊은 시선을 담은 [불꽃]. 호텔에서 함께있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불륜으로 치부받았던 남녀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새해 첫날].
무엇보다 모성애를 소재로 쓴 두번째 단편인 [노처녀]는 자신이 낳았지만 평생 이모로 살아야 했던 샬럿과 수양딸의 모습을 통해 실현되지 않은 과거의 환상을 꿈꿨던 델리아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해 제일 인상깊게 읽었던 이야기였다.

 

 



 

소설은 상류층출신의 작가여서일지 작품속에 담긴 상류층의 허영과 위선을 잘 묘사하며 때론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상류사회의 부조리한 관습등을 꼬집는다.

레이시 씨는 오래전부터 자신이 주는 용돈이 남아돌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당한 편이고 "후한"편이라고 아내가 믿도록 납득시켰다. 레이시 부인은 이 문제를 친척들에게 이야기할 때 남편이 친절하게 자신의 재산 관리를 도맡아주었다며 감사의 눈물을 찔끔거렸다. 레이시 씨가 아내의 재산을 수완 좋게 잘 관리했기에 아내의 실리적인 형제들은 그녀가 레이시 씨의 허락을 얻고 돈을 쓰는 데 동의하는 편이었다. (27p)

"모든 처녀들이 언니 말처럼 다 참한 건 아니야."(144p)

짧은 분량의 단편이라 풍부한 이야기꺼리는 많진 않았지만 미국 상류층의 생활모습을 볼수있었고 여성작가의 특유의 섬세한 내면묘사로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고전치고는 꽤나 잘읽혔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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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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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이 현대판 기미상궁인 검시관을 데리고 다닌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전용 소금, 후추, 양념통까지 소지하고 다닌다는 기사를 읽으며 요즘같은 시대에 참 유난떤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하지만 고종의 독살설이나 조선왕들의 독살사건에 관한 이야기만 봐도 예전 왕들과국가정상들의 꾸준한 독살시도는 있어왔기에 예민한 반응도 이해가 된다.
그리고 역사속 인물중에도 자신이 독살당할것이 두려워 검식관을 둔 절대권력자가 있었으니 바로 아돌프 히틀러다. 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된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역사상 가장 잔혹한 독재자인 히틀러의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 감별하기위해 끌려간 여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소설은 히틀러의 음식을 먹었던 인물로 당시 함께끌려간 15명의 여자중 유일한 생존자이자 실제인물인 마크 뵐크의 고백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한다. 책을 읽기전 제목만 봤을때 히틀러의 음식을 시식했던 인물들이 유대인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었더랬다. 이미 수많은 유대인들을 잔혹하게 학살한 히틀러의 만행이 역사속에 남겨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히틀러의 음식을 시식했던 인물들 모두 평범한 순수 독일 여자들이다.

소설속 베를린에 살고있던 주인공인 로자 자우어는 한밤중 폭격으로 어머니를 잃고 남편의 고향인 그로스 파르치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지낸다. 결혼후 1년만에 자원입대해버린 남편인 그레고어를 기다리며 시부모님과 살던 그녀. 어느날 느닷없이 들이닥친 나치친위대에 이끌려 10명의 여자들과 함께 히틀러가 먹게 될 음식을 미리 먹는 시식가로 살게된다. 독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음식을 하루 세번 먹으며 죽음의 공포를 매일 느껴야 하는 그녀들을 보자니 전쟁은 아군이나 적군이나 모든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히틀러를 뽑은 건 제가 아니라고요. 그러면 아버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일단 용인하면 그 정권에 대한 책임은 네게도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각자가 속한 국가 체제 덕분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은둔자조차 말이다. 알아들었니? 네게는 정치적 죄악에 대해 면죄부가 없다, 로자.(196p)

식사후에는 개처럼 울었다던 마고 뵐크의 말처럼 음식을 거부하지 못한채 식사를 마친후 한시간동안 죽음의 공포가 얼마나 두려웠을까.
함께 시식가로 차출된 다른 여성들과 로자의 아버지, 남편인 그레고어와 로자를 사랑했던 친위대 장교 치글러, 그리고 나치 추종자는 아니었으나 히틀러의 음식을 먹으며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게 될 로자. 광기의 시대속 생존을 위해 자신의 신념과 모순된 삶을 살아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흔히 보았던 유대인의 시선이 아닌 전범국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쟁과 그들의 삶의 이야기라는 것에 흥미롭게 읽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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