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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피아노 ㅣ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평점 :
자기자신속에 갇혀 죽음에 대한 욕망과 충동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인 '나'
고통에 함몰된 한영혼의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긴 천희란작가의 [자동 피아노]는 창비에서 출간된 소설Q시리즈중 세번째 책이다.천희란 작가의 책을 한번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앞서 만났던 소설Q시리즈를 생각하며 책을 읽기시작했고 이내 당혹스러웠던건 계속되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다.우선 소설이라 하지만 사실 에세이에 가깝다고 할수 있고 이야기의 화자인 '나'가 누구인지 정확한 언급도 없었으며 끊임없이 죽음에 대한 갈망의 목소리는 책을 읽는 동안 음울함에 잠식당하는 기분까지 느껴진다. 각장의 부제인 20곡의 피아노 연주곡을 배경삼아 들으며 분열하는 화자의 죽음에 대한 독백은 어쩌면 살고자하는 삶의 대한 간절한 마음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종종 가시를 품고 사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다. 타인에게 받은 상처이든 남을 향한 증오나 분노든 수없이 스스로를 찌르다 자신을 고통의 심연속으로 내몰아 버리는 사람들. 소설속 [자동 피아노]의 주인공인 '나', 아니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를 썼을 저자의 모습과 닮아있다.지난한 불행과 고통, 슬픔과 절망, 그로 인한 방황 속에서 찢겨나간 존재에 대해 쓰려 했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갈망에 대해 쓰려 했다. 그녀에게 쓴다는 것은 고통의 인정투쟁이고, 그녀는 정신을 닳아 없애는 고통을 증언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를 원했다. 증명함으로써 해방되고자 했다. (79p)
소설 [자동 피아노]에 온전히 공감하기가 사실 어려웠다. 말하는 대상의 실체도 없고 끊임없이 흐르는 죽음의 전주곡같은 글들이 너무 난해했기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에 겪은 한 사건 이후로 매일 매시간 자살을 생각했다는 천희란작가의 이야기. 책의 마지막 장에 실려 있는 작가의 말을 통해 알게 된 후 그녀가 느꼈을 고독과 죽음을 향한 강렬한 충동, 극심한 감정의 혼란까지 독자로써가 아닌 한 인간으로 소설을 이해하기보단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싶었다.책을 읽으며 정말 오랜시간 집중하며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 [자동 피아노]. 글을 쓰는것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와 그것을 들어주는 독자들. 책의 존재이유중 하나가 아닐까싶다.'나는 당신이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편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