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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철학을 마주할 때 - 다가올 모든 계절을 끌어안는 22가지 지혜
안광복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9월
평점 :

“나이 드는 것만으로도 철학자가 되기에, 여전히 더 좋은 삶은 가능하다.” 안광복의 신작 《오십이 철학을 마주할 때》는 이 문장에 집약된다. 흔히 중년을 ‘인생의 가을’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오십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가 있다고 말한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할 봄, 욕망을 다독이는 여름, 성숙으로 무르익는 가을, 성찰로 깊어지는 겨울. 이러한 계절적 구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중년에도 여전히 성장과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희망의 언어다.
저자는 중년의 민낯을 숨기지 않는다. 빠지는 머리카락, 줄어드는 체력, 일터에서 밀려나는 현실은 불안을 낳고, “나 아직 안 죽었다”는 허세와 충고로 표현된다. 그는 이를 연민 어린 시선으로 분석하며, 집착을 내려놓는 관조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쇼펜하우어의 “들지 않으면 무겁지 않다”는 통찰은, 집착에서 벗어나야 삶이 가벼워진다는 진리를 일깨운다.

책은 동서양 철학자 21명의 목소리를 통해 중년의 위기를 다룬다. 칸트가 봉급 없는 강사 생활을 14년이나 버티며 자유를 지켜낸 사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벌어질 일은 벌어지게 두라”는 초연함으로 고통을 견딘 태도는, 오늘의 독자에게도 유효하다. 키케로가 지적한 늦사랑의 허망함, 공자가 강조한 성실함, 애덤 스미스의 정직은 현실을 꿰뚫는 철학적 해법으로 다가온다. 켈트너가 말하는 경외심은 자연의 숭고함을 통해 삶의 무의미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건넨다.
안광복의 글은 단순히 철학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제안한다는 점에서 빛난다. “근무 시간에는 조직을 따르되, 그 밖에서는 자유인으로서 사유하라”는 칸트의 사례나, “자연을 마주하며 경외심을 회복하라”는 켈트너의 조언은 중년 독자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지혜다. 철학이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길어올린 실용적 도구임을 보여준다.


책의 또 다른 매력은 26점의 명화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미국 국립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들이 철학적 성찰을 돕는 ‘시각적 철학 교재’처럼 배치되어 있다. 텍스트와 예술의 만남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을 명상의 시간으로 바꾸며, 독자가 철학적 사유를 보다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울림은 저자의 진솔한 경험에서 나온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리더들을 교육하며, 동시에 밥벌이의 무게를 견뎌온 가장으로서 저자가 꺼내놓는 “불안과 공허, 헛헛함과 외로움”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설득력을 안겨준다. 그래서 이 책은 공허한 철학 입문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삶의 지혜로 다가온다.

대한민국 평균 연령이 45.5세에 달한 지금, 사회 전체가 중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 “도대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허무를 알면서도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가?”는 개인의 고민을 넘어 사회적 화두이기도 하다. 그 답은 철학에 있다. 철학은 진정 추구할 가치를 드러내고, 우리 삶이 무엇을 위해 기여하는지 깨닫게 한다.
행동하는 철학자 최진석이 말했듯, “철학을 마주하면, 자신이 자신에게 북극성이 되는 황홀한 지경을 맛볼 수 있다.” 이 책은 오십 이후를 절망의 시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절정으로 안내한다. 결국 《오십이 철학을 마주할 때》는 중년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그리고 여전히 더 좋은 삶은 가능함을 증명하는 책이다.
‘도대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삶이 허무로 끝날 것을 알면서도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가?’
철학은 바로 이런 물음에 답을 준다. 진정 추구할 가치를 드러내고 우리 삶이 바로 이런 것에 기여하고 있음을, 그래서 의미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인생의 결정적 순간마다 철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4 겨울: 성찰로 깊어지는 지혜>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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