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로마를 뒤흔든 낯선 종교 - 이상하고 위험하고 매력적인 1세기 그리스도인을 만나다
니제이 굽타 지음, 박장훈 옮김 / IVP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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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기독교는 언제부터 이토록 편안한종교가 되었을까. 교회를 쇼핑하듯 고르고, 신앙을 개인의 영적 취향으로 소비하는 시대에 니제이 굽타의 기독교, 로마를 뒤흔든 낯선 종교우리가 잊고 있던 기독교의 본래 얼굴을 생생히 드러낸다. 이 책은 1세기 로마 사회 속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이상하고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인존재였는지를 탁월한 학문적 통찰로 복원한다.

 

저자는 먼저 로마 사회의 종교적 풍경을 보여준다. 모든 시민이 신들을 공경하는 팍스 데오룸이 국가 질서의 토대였던 시대, 그리스도인들은 제사도, 신상도, 연기와 피도 거부했다. 대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사랑을 신앙의 핵심 가치로 삼았다. 이는 로마인들에게 기이하고 불경스럽게 보였고, 또한 노예와 자유인,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동등하게 대하는 공동체적 실천은 당시 사회 질서를 정면으로 흔드는 급진적 도전이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평등의 비전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그들이 하나님과의 사랑관계를 말했다는 점이다.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신다는 선언은 로마 세계에서 위험할 만큼 낯선 가르침이었다. 신을 시장이나 관리처럼 존중만 하던 로마인들에게, 신과 사랑의 관계를 맺는다는 발상은 혁명적이었다. 또한 그들은 제사 없이 예배하며, 쉬지 않고 기도했고, 공동체 안에서 신분과 성별을 넘어 서로를 품었다. 바로 이 길들여지지 않은 낯섦이 초기 기독교의 본질이었다.

 

굽타는 이들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싸우고 경쟁하며 인간적 약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는 있었다. 그들은 세상의 시선보다 자신들의 믿음에 충실했고, 예수에 대한 언급 없이는 대화조차 이어갈 수 없을 만큼 삶 전체가 주님께 속해 있었다. 이는 단순히 의도적으로 다름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복음 자체의 역학이 그들을 그렇게 이끌었던 것이다.

 

이 책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날카롭다. 우리는 언제부터 다른 사람을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기독교의 본질을 사회적 기대에 맞게 순화하고 가공하기 시작했을까? 굽타는 복음의 내재된 힘이 삶을 변화시키도록 허용하는 것이야말로 본질 회복의 길임을 일깨운다.

 

기독교, 로마를 뒤흔든 낯선 종교는 균형 잡힌 역사 연구이자, 오늘날 익숙해진 기독교에 낯섦을 불어넣는 예언자적 메시지다. 신앙이 소비되고 길들여진 시대에, 이 책은 다시금 묻는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물음 앞에서 우리는 불편하지만 동시에 새로워진다. 낯섦이 불러일으키는 빛이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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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광선 꿈꾸는돌 43
강석희 지음 / 돌베개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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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고 싶었을 뿐이다. 더 많고 더 큰 사랑을.” 강석희 작가의 장편소설 녹색 광선은 이 갈망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휠체어를 탄 한 사람이 숲 속에서 꼭 보고 싶었던 순간을 발견한 여행의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그 해사한 웃음은 작가에게 돌봄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장면이 되었고, 결국 단편에서 장편으로 확장된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그러나 그 기억은 단순한 따스함에 머물지 않는다. 행복하게만 품을 수 없는 돌봄의 현실, 그것이 이 소설이 묻는 질문의 출발점이다.

 

주인공 연주는 섭식 장애로 고통받는다. 특목고 입시에 실패하고, 소문에 휘말려 고립된 그는 “1인분의 식사를 소화하는 삶에 도착하면 나는 달라져 있을까?”라고 자문한다. 자기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연주는 한때 가까웠으나 멀어진 지체 장애인 이모 윤재에게 손을 내민다. 두 계절 동안 이어진 동거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속에서 서로를 버티게 한다. 연주가 처음으로 이모의 뒷모습을 또렷하게 본 순간, 독자 또한 돌봄의 관계에서조차 가려져 있던 타자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소설은 구체적 장면 속에서 돌봄의 무게와 가능성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휠체어 진입로가 페인트칠로 막혀 이모가 홀로 버스를 갈아타야 했던 날, 연주는 짧은 계단 세 칸이 만든 간극을 실감한다. 반대로 무장애로를 함께 걸을 때, “이모와 내가 서로를 돌보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는 소망은 돌봄이 없는 자유, 동시에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이 작품의 백미는 생활 트래핑 장면이다. 물풍선이나 골프공 같은 불안정한 물건을 발등으로 받아내며 뚝 떨어지는 기분과 한없이 가라앉는 마음까지 받아내는 훈련은 삶의 기술이자 서로를 지탱하는 은유다. 특히 친구 혜영이 꿈꾸는 순두부 받아내기는 가장 연약한 것을 지켜내는 궁극의 돌봄을 상징한다. 여기에 길고양이 밤이를 돌보기 위해 세 끼를 챙기며 회복하는 연주의 변화가 더해진다. 돌봄이 타인을 위한 수고에 그치지 않고 자기 돌봄으로 이어지는 순간, 독자는 희미하지만 분명한 빛을 본다.

 

또한 녹색 광선은 장애가 여성 삼대의 삶을 관통하는 방식을 조명한다. 장애를 가진 둘째 딸을 낳고 꿈을 포기한 할머니, 섭식 장애의 고통을 홀로 견뎌야 했던 연주, 그리고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 채 투쟁하며 살아온 이모 윤재. 그들의 삶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불평등의 초상이다. 연주는 어느 날 이모의 외출이 단순한 산책이 아닌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었음을 알게 된다. 차가운 시선과 조롱 속에 이모가 서 있던 자리를 대신 서보며, 그는 비로소 이모의 세계를 이해한다. 경험해야만 체감할 수 있는 고통,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도 연대와 희망의 빛이 가능하다는 깨달음이다.

 

문학평론가 오세란은 이 작품에 대해 우리의 상처가 낫지 않을지라도 누군가 녹색 광선 같은 빛을 선사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녹색 광선은 바로 그 말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서로를 비추는 작은 빛이 우리를 지탱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해가 뜨거나 질 때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녹색 광선처럼, 연주와 이모, 그리고 우리 독자 역시 삶의 어둠 속에서 각자의 빛을 마주할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녹색광선 #강석희 #돌베개 #돌봄과연대 #장애와사회 #청소년성장소설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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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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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공기가 무거워지는 시대다. 우리는 흔히 저 사람은 보수라서 싫다”, “진보라서 못 믿겠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정작 나는 왜 보수인가, 왜 진보인가라는 질문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강욱 전 의원과 정치학을 전공한 동생 최강혁이 함께 쓴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는 바로 이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책은 먼저 보수와 진보의 기원을 프랑스혁명에서 찾는다. 점진적 변화를 원한 지롱드파가 오른쪽에, 급진적 개혁을 주장한 자코뱅파가 왼쪽에 앉으면서 우파좌파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보수와 진보를 단순히 우파·좌파와 동일시하는 것의 문제점을 짚는다. 보수와 진보는 변화를 대하는 태도와 속도, 우파와 좌파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기준으로 나눠야 한다는 설명은,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단순한 잣대로 정치를 바라왔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추상적인 이념을 친근한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저자들이 설정한 가상의 인물 봉수 씨진봉 씨는 복지, 교육, LGBTQ, 낙태·사형 같은 민감한 사회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하며 각 진영의 시각을 보여준다. 여기에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과 조커, 기생충죽은 시인의 사회같은 영화들이 사례로 등장해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대입해 보게 된다. “아이에게 세상은 이런 곳이다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보수, ‘세상은 이런 곳이어야 한다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진보라는 비유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균형이다. “빈부와 선악은 무조건 같이 가지 않는다는 문장에서 보듯, 저자들은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한다. 능력주의가 개인에게 주는 심리적 압박을 지적하면서도 노력의 가치를 인정하고,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가난 자체를 미화하지 않는다. 이처럼 한쪽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서로의 시각을 교차해 보여주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한국 현대사 속에서 왜곡된 보수와 진보 개념에 대한 진단도 날카롭다. 분단과 독재, 거대 양당 구도가 어떻게 이념을 오염시켰는지 설명하면서, ‘가짜 보수가짜 진보가 아니라 진짜 보수와 진짜 진보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모델로 독일의 메르켈과 미국의 오바마를 제시한다. 메르켈의 합리적 타협과 포용, 오바마의 희망과 변화는 각각 이로운 보수의로운 진보가 지닌 가치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책을 덮으며 가장 오래 남은 말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새는 보수와 진보라는 양 날개로 난다는 구절이었다. 건강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가 서로를 향한 혐오가 아니라 균형 잡힌 토론과 협력으로 맞설 때 민주주의는 성숙한다. 저자들이 제안하듯, 욕을 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욕해야 한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지금, 이 책은 보수와 진보를 다시 이해와 연대의 언어로 불러내는 귀한 안내서가 된다.

 

정치가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독자라면, 이 책이 그 거리감을 좁혀 줄 것이다. 청소년부터 성인 독자까지 모두가 읽어볼 만한 우리 시대의 필독 정치 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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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벗어나기 프로젝트 - 고립을 넘어 타인과 세상에 나를 연결하는 법
제러미 노벨 지음, 이한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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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은 끝났지만, 우리 곁에는 사라지지 않은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 바로 외로움이다. 미국 성인의 30%가 주 1회 이상 외로움을 경험하고, 한국인의 27%는 의학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외로움에 시달린다.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시인인 제러미 노벨은 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 외로움 벗어나기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이 책은 외로움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고, 동시에 치유의 길을 모색하는 안내서다.

 

저자가 먼저 강조하는 것은 외로움에 대한 오해.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혼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며, 고독하다고 외로운 것도 아니다.” 외로움은 단순히 물리적 고립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유대감과 실제 경험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내가 외롭다고 느낀다면 나는 외로운 것이라는 정의는 단순하면서도 본질을 꿰뚫는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불확실성과 외로움의 메커니즘이다. 불확실성은 취약감을 낳고, 취약감은 불안을 불러오며, 불안은 우리를 생존 모드로 몰아넣는다. 그 결과 타인과의 관계를 피하고 자기 보호에만 집중하게 되며, 결국 더 깊은 고립으로 이어진다. 또한 외로움이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50%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외로움이 심리적 차원을 넘어 신체적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됨을 보여준다.

 

저자는 외로움의 뿌리를 다섯 가지 구역으로 설명한다. 트라우마, 질병, 노화, 다름, 현대성이다. PTSD 환자가 관계를 회피하며 고립되는 과정, 노인들의 60%가 자신의 외로움을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무한한 자유가 오히려 불안을 심화시키는 모습은 외로움이 얼마나 다양한 층위에서 발생하는지를 드러낸다. 특히 빠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액체 현대 사회가 어떤 이들에게는 기회의 장이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차갑고 무정한 공간이 된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창의적 표현활동을 치유의 열쇠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9.11 테러로 상처 입은 아이들이 그림을 통해 회복한 사례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 그리기·시 쓰기·영화 감상 같은 표현활동이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고 다시금 관계를 회복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내면의 강력한 생각들이 표출되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외로움이라는 저자의 말은 곱씹을수록 깊은 울림을 준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과학적 분석만으로는 외로움을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현실이 된다는 피카소의 말처럼, 상상력은 외로움 치유의 핵심이다. 의사이자 시인인 저자의 시선은 과학과 예술을 결합해 외로움 극복의 길을 보여준다. 더불어 자신에게 가장 큰 외로움을 유발하는 구역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타인을 돕는 과정에서 헬퍼스 하이를 경험하라고 제안한다.

 

외로움 벗어나기 프로젝트우리 시대가 맞닥뜨린 정신적 위기를 진단하고, 동시에 희망의 길을 제시하는 치유서. 외로움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공중보건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 예술적 상상력을 결합한 해결책, 그리고 따뜻하고 현실적인 조언들이 독자의 마음을 붙잡는다. 교사로서 이 책을 읽으며, 학생들이 겪는 고립감 또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연결 또한 언제든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함께 나누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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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철학을 마주할 때 - 다가올 모든 계절을 끌어안는 22가지 지혜
안광복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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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는 것만으로도 철학자가 되기에, 여전히 더 좋은 삶은 가능하다.” 안광복의 신작 오십이 철학을 마주할 때는 이 문장에 집약된다. 흔히 중년을 인생의 가을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오십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가 있다고 말한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할 봄, 욕망을 다독이는 여름, 성숙으로 무르익는 가을, 성찰로 깊어지는 겨울. 이러한 계절적 구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중년에도 여전히 성장과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희망의 언어다.

 

저자는 중년의 민낯을 숨기지 않는다. 빠지는 머리카락, 줄어드는 체력, 일터에서 밀려나는 현실은 불안을 낳고, “나 아직 안 죽었다는 허세와 충고로 표현된다. 그는 이를 연민 어린 시선으로 분석하며, 집착을 내려놓는 관조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쇼펜하우어의 들지 않으면 무겁지 않다는 통찰은, 집착에서 벗어나야 삶이 가벼워진다는 진리를 일깨운다.

 

책은 동서양 철학자 21명의 목소리를 통해 중년의 위기를 다룬다. 칸트가 봉급 없는 강사 생활을 14년이나 버티며 자유를 지켜낸 사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벌어질 일은 벌어지게 두라는 초연함으로 고통을 견딘 태도는, 오늘의 독자에게도 유효하다. 키케로가 지적한 늦사랑의 허망함, 공자가 강조한 성실함, 애덤 스미스의 정직은 현실을 꿰뚫는 철학적 해법으로 다가온다. 켈트너가 말하는 경외심은 자연의 숭고함을 통해 삶의 무의미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건넨다.

 

안광복의 글은 단순히 철학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제안한다는 점에서 빛난다. “근무 시간에는 조직을 따르되, 그 밖에서는 자유인으로서 사유하라는 칸트의 사례나, “자연을 마주하며 경외심을 회복하라는 켈트너의 조언은 중년 독자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지혜다. 철학이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길어올린 실용적 도구임을 보여준다.

 

책의 또 다른 매력은 26점의 명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미국 국립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들이 철학적 성찰을 돕는 시각적 철학 교재처럼 배치되어 있다. 텍스트와 예술의 만남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을 명상의 시간으로 바꾸며, 독자가 철학적 사유를 보다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울림은 저자의 진솔한 경험에서 나온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리더들을 교육하며, 동시에 밥벌이의 무게를 견뎌온 가장으로서 저자가 꺼내놓는 불안과 공허, 헛헛함과 외로움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설득력을 안겨준다. 그래서 이 책은 공허한 철학 입문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삶의 지혜로 다가온다.

 

대한민국 평균 연령이 45.5세에 달한 지금, 사회 전체가 중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 “도대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허무를 알면서도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가?”는 개인의 고민을 넘어 사회적 화두이기도 하다. 그 답은 철학에 있다. 철학은 진정 추구할 가치를 드러내고, 우리 삶이 무엇을 위해 기여하는지 깨닫게 한다.

 

행동하는 철학자 최진석이 말했듯, “철학을 마주하면, 자신이 자신에게 북극성이 되는 황홀한 지경을 맛볼 수 있다.” 이 책은 오십 이후를 절망의 시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절정으로 안내한다. 결국 오십이 철학을 마주할 때중년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그리고 여전히 더 좋은 삶은 가능함을 증명하는 책이다.

 

도대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삶이 허무로 끝날 것을 알면서도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가?’

철학은 바로 이런 물음에 답을 준다. 진정 추구할 가치를 드러내고 우리 삶이 바로 이런 것에 기여하고 있음을, 그래서 의미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인생의 결정적 순간마다 철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4 겨울: 성찰로 깊어지는 지혜>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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