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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공기가 무거워지는 시대다. 우리는 흔히 “저 사람은 보수라서 싫다”, “진보라서 못 믿겠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정작 “나는 왜 보수인가, 왜 진보인가”라는 질문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강욱 전 의원과 정치학을 전공한 동생 최강혁이 함께 쓴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는 바로 이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책은 먼저 보수와 진보의 기원을 프랑스혁명에서 찾는다. 점진적 변화를 원한 지롱드파가 오른쪽에, 급진적 개혁을 주장한 자코뱅파가 왼쪽에 앉으면서 ‘우파’와 ‘좌파’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보수와 진보를 단순히 우파·좌파와 동일시하는 것의 문제점을 짚는다. 보수와 진보는 변화를 대하는 태도와 속도, 우파와 좌파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기준으로 나눠야 한다는 설명은,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단순한 잣대로 정치를 바라왔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추상적인 이념을 친근한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저자들이 설정한 가상의 인물 ‘봉수 씨’와 ‘진봉 씨’는 복지, 교육, LGBTQ, 낙태·사형 같은 민감한 사회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하며 각 진영의 시각을 보여준다. 여기에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과 조커, 《기생충》과 《죽은 시인의 사회》 같은 영화들이 사례로 등장해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대입해 보게 된다. “아이에게 ‘세상은 이런 곳이다’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보수, ‘세상은 이런 곳이어야 한다’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진보”라는 비유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균형이다. “빈부와 선악은 무조건 같이 가지 않는다”는 문장에서 보듯, 저자들은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한다. 능력주의가 개인에게 주는 심리적 압박을 지적하면서도 노력의 가치를 인정하고,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가난 자체를 미화하지 않는다. 이처럼 한쪽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서로의 시각을 교차해 보여주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한국 현대사 속에서 왜곡된 보수와 진보 개념에 대한 진단도 날카롭다. 분단과 독재, 거대 양당 구도가 어떻게 이념을 오염시켰는지 설명하면서, ‘가짜 보수’와 ‘가짜 진보’가 아니라 진짜 보수와 진짜 진보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모델로 독일의 메르켈과 미국의 오바마를 제시한다. 메르켈의 합리적 타협과 포용, 오바마의 희망과 변화는 각각 ‘이로운 보수’와 ‘의로운 진보’가 지닌 가치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책을 덮으며 가장 오래 남은 말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새는 보수와 진보라는 양 날개로 난다”는 구절이었다. 건강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가 서로를 향한 혐오가 아니라 균형 잡힌 토론과 협력으로 맞설 때 민주주의는 성숙한다. 저자들이 제안하듯, 욕을 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욕해야 한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지금, 이 책은 보수와 진보를 다시 이해와 연대의 언어로 불러내는 귀한 안내서가 된다.
정치가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독자라면, 이 책이 그 거리감을 좁혀 줄 것이다. 청소년부터 성인 독자까지 모두가 읽어볼 만한 우리 시대의 필독 정치 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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