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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한덕현.이성우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9월
평점 :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한덕현+이성우 지음/한빛비즈)》
내일이 막막한 록커와 불안 전문가의 아주 특별한 대화
우리나라 대표 락밴드 노브레인의 이성우. 노란 머리의 방방 뛰는 발칙한 이미지의 이성우.
두부와 넨네 두 마리의 강아지를 자식으로 여기며 사는 록커는 미증유의 코로나 시대에 어떤 고민이 있을까?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이 연예인 걱정이라는데, 연예인 걱정까지 책으로 읽어야 하느냐?’라는 생각 속에서 책장을 열었다.
그가 느끼는 코로나 시대의 불안과 반백 년 가까이 살아가는 중년의 위기를 너무나 솔직하게 고백해서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4, 50대가 느끼는 고민과 불안은 연예인이나 보통 사람들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한 위로와 대응 방식을 친절하게 제시해 주시는 전문가님이 바로 한덕현 교수다.
작년 초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로 만난 한덕현 선생님은 본인의 전공 분야인 스포츠 정신의학만큼이나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느끼는 불안에 대해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준다.

우리나라 최고의 록커인 이성우의 이미지는 당연히 대범하고 당당하고 자잘한 것은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 자신이 소심한 성격임을 고백한다. 특히 무대 위에서의 실수는 잘 잊어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한다.
그런 그에게 힘과 위로가 되는 한덕현 교수의 이야기는 바로 ‘실수를 해도 원래의 자신으로 살 수 있다!’
“실수를 해도 원래의 나로 살 수 있고, 처음 계획한 대로 시작할 수 있거나 융통성 있게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한덕현
불 꺼진 무대와 텅 빈 객석을 보며 쪼그라들었던 이성우의 마음에 힘이 되는 질문과 대답.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공백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얼 하고 싶은지 자신에 대한 끝없는 물음에 답을 주는 시간이었다는 이성우 록커.
코로나 블루. 코로나 시기에 우울증이 늘고 있다. 우울증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바깥으로 향하는 공격성이 바깥 대상을 찾지 못해서, 나에게로 향하기 때문이다. 즉, 원망할 대상이 없으니까 지금 이렇게 우울한 상황을 만든 것은 결국 ‘나’이구나 하고 자신을 탓해버리는 것이다.
다시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내가 나대로 느끼고, 내가 생각하고 생동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여, 우리의 직감intuition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무엇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 못하고 있으니, 현재를 버리고, 혹은 바꿔서 다른 상태로 가야 한다는 압박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그 해답을 찾기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괴로웠을 거예요. 왜냐하면 지금 잘하고 있기 때문이죠! -한덕현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스크, 가림막 등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막고 보호하는 장비들은 늘어나고, 거리를 좁힐 방법들은 줄어들었다. 원초적 욕구 만족의 기본 점수 없이 바로 본 경기에 들어가 상대방으로부터 점수를 획득해야 하는, 조금은 삭막한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평상시에도 어렵던 대인관계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
대인관계가 어렵다는 이성우의 고민에 대한, 한덕현 교수의 대인관계를 편하게 즐기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꺼내놓고, 상대방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 두 번째로 상대방의 반응을 관찰할 때, 도덕적 판단을 필수로 하지 말 것,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반응을 보는 우리 자신도 그냥 놓아두는 것.
팬데믹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 혼란과 변동. 과거는 내가 경험해본 것이니까,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 되지만, 변화는 예측이 안 되니까 불안하다. 불안하니까 화가 나는 것이다. 한 교수님의 설명을 듣다 보면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에서부터 내 속마음까지 하나둘 이해가 된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모두 방출한다고 해서 속 시원하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걷잡을 수 없는 무의식적 감정이 폭발되어 나오면 이를 처리해야 하는 ‘의식’이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 불편감을 느끼게 되는데, 우리는 이것을 ‘불안’이라고 하죠. -한덕현

스포츠 정신의학 전문가답게 한 교수님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의 중요성을 입스를 통해 설명한다. 잘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컨트롤 난조에 빠지거나 아예 던지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가리키는 전문용어가 바로 ‘입스’다. 입스라는 지옥과 같은 과정에서 빠져나오려는 방법이 바로 “일단 저질러보세요!”라고 한다.
일단 저지른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그 믿음은 겉으로 ‘나는 자신 있어’ ‘나 자신을 믿어’ 하는 식의 가짜 자기 믿음이 아니라 내 안에 숨어 있는 무의식적 믿음, 진짜 자기 믿음.
우리나라 1세대 펑크 록밴드 리더인 성우 님이 아이돌그룹 러블리즈의 광팬이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진 이야기. 알고 있더라도 신기하기까지 한 이야기.
감정의 폭발 때마다 느껴오던 불안함과 두려움이, 절제된 감정 표현과 짜인 각본 안에서 안전하게 예술 활동을 하는 아이돌을 보며 위로를 느꼈을 것이라는 교수님의 분석.
그리고 어쩌면 그림자에 갇혀 있던 또 다른 형태의 자기 모습을 보고 그것을 따라가고, 좋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흥미 있게 읽었다.
노브레인 이성우 님의 싸인이 적힌 속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편안하게 읽으며, 성우 씨와 한 교수님의 이야기 속에 내 고민이 묻어 있음을 고백한다. 나 역시 팬데믹 속에 학교생활을 하며 답답하고 불안했던 마음을 드러내고 나의 감정과 느낌을 정리해보았다.
이제 일상에서의 나를 바라보고 인정하고 응원해 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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