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는 '말'과 연관된 것이 많이 있습니다.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

-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 말이 씨가 된다.

 

속담이란 예로부터 전해 내려와 사람들의 마음에 동감을 얻는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속담을 우리 생활에 적용해 보면...

 

내가 말을 곱게 하여야 상대방도 나에게 고운 말을 합니다.

어떤 말은 입소문만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전달되기도 하고요.

좋은 말 한마디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기도 합니다.

말을 잘못하여 중요한 일을 그르치거나, 말을 조심하여 제대로 일을 성사시키는 예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말하는 대로 말이 씨가 되어 어떤 상황을 이끌어 가는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말에는 어떤 힘이 있고 신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혀의 열매를 먹으리라"(잠언 18:21)

"...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나 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자라면 곧 온전한 사람이라..."(야고보서 3:1-12)

 

성경에는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고,

다른 어떤 실수보다도 말의 실수가 없는 이가 온전한 사람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이러한 원리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비채, 2006.)와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비채, 2013.)라는 두 권의 책을 통해서

말의 도구를 사용하여 희망과 용기, 격려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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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정호승은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등이, 시선집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 『흔들리지 않는 갈대』 등이, 어른이 읽는 동화로 『연인』, 『항아리』, 『모닥불』, 『기차 이야기』 등이, 산문집  『소년부처』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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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는 [황홀한 글감옥](시사IN북, 2009.)에서...

"종교는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며, 철학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과학은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학은 꼭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가 아버지처럼 큰 힘과 용기를 줄 때가 있습니다. 책에서 읽은 한 줄의 글귀가 어머니처럼 큰 위안과 위로를 줄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말과 구절들을 만날 때마다 늘 마음속에 새겨두거나 시작노트 한 귀퉁이에 메모해두곤 했습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꺼내어 마음속에 새기거나 읽으면서 제 인생의 소중한 물과 밥으로 삼았습니다.(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비채, 2006. p.6)

 

문학의 역할이 언어유희와 감동을 넘어서 시대와 역사에 꼭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사회적 도리와 책임이 있다면,

거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읽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 그리고 격려와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저자 사인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1월 27일(일) 교보문고 광화문점 오후 1시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저자 정승호 사인회

 

 

세심하게 행사를 준비하고

깔끔하게 진행해주신 출판 관계자분들...

 

 

한 아름 책을 안고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열혈 팬들...

 

 

드디어 작가님이 오시고

사인회의 시작

 

 

이전에 출간한 책을 모두 가져와서

함께 사인을 받는 독자

 

 

두둥!

드디어 내 차례가 되고...

 

 

시인의 고결한 손길이

내 이름을 적어가는 순간...

 

 

사인뿐만 아니라,

꼼꼼하게 힘과 용기의 메시지를 적어주시는...

 

 

그리고 작가님과 어색한(?) 한 컷

이날 참여한 모든 분과 사진을 찍어 주셨다는...

 

 

계속 이어지는 행렬...

 

좋은 행사를 마련해주신 김영사 비채님들과

시인 정호승 선생님 고맙습니다...^^

 

 

먼저 자기 자신을 용서하라

곡선으로 직선을 그려라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라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을 사랑하라

왜 가장 원하지 않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는가

오늘이 지나면 다시 못 볼 사람처럼 가족을 대하라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목표를 세우면 목표가 나를 이끈다

죽음을 두려워하면 매일 죽으나, 두려워하지 않으면 단 한 번밖에 죽지 않는다

마지막이라고 느꼈을 때 30분만 더 버텨라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보세요

상처 많은 나무가 아름다운 무늬를 남긴다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은 있다

 

 

 

*사인회 일정

- 2월 2일(토) 오후 5시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

- 2월 3일(일) 오후 1시 영풍문고 종로점

- 2월 16일(토) 오후 3시 교보문고 대구점

- 2월 23일(토) 오후 3시 교보문고 센텀시티점(부산)

 

*강연회 일정

- 2월 19일(화) 저녁 7시 인터파크 강연회(김영사 가회동 사옥)

- 2월 21일(목) 저녁 7시 예스24 강연회(예술의 전당)

- 2월 26일(화) 저녁 7시 알라딘 강연회(김영사 가회동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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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좋은 날 -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전망 없는 밤을 위한 명랑독서기
이다혜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이다혜, [책읽기 좋은날], 책읽는수요일, 2012. 

 

  여느 취미와는 다르게 독서는 어린 시절의 습관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학업이나 직업의 이유를 제외하고, 어른이 되어 어느 날 문득 책을 읽어야 하겠다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가까이하고, 꾸준히 책을 구매한 사람이 계속해서 습관적으로 책을 읽는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좋아하고 열심히 읽는다고 하지만... 이제 겨우 책장을 채워가는 재미를 아는 수준이고, 아무리 잘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라 하더라도 책을 읽는 즐거움에는 비교할 수 없다는 정도이다. 나도 언젠가는 독서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누구와 대화를 하더라도 듣는 것과 말하는 것에 막힘이 없는 경지에 이르기를 희망한다.

 

  당신, 살아있나요?

  긍정이 뒤통수 칠 때

  매끄러운 사회생활을 위하여

  슬픈 날에는 슬픈 음악을

  누군가 내 삶에 끼어들었으면

  오늘 밤도 분홍분홍해

 

  [책읽기 좋은날]은 영화 잡지 [씨네21]과 장르문화 전문지 [판타스틱]에서 기자로 활동한 이다혜의 독서 기록이다. 북칼럼리스트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기자의 글을 읽으며, 역시 세상은 넓고 알려지지 않은 은둔 고수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6개의 파트로 나누어진 책 속에는 기자가 읽은 수많은 책... 만화, 고전, 세계문학, 장르소설, 인문, 실용서... 등이 빼곡히 모여 있다. 글을 쓴 이 역시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어왔고, 항상 넘쳐나는 책장을 고민하며, 그럼에도 새로 출간하는 책은 꼭 사야만 하는... 어쩌면 글 읽기 중독자의 책에 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어릴 적 가르침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세상은 많이 배운 사람들이 행하는 악행으로 가득하다. 책은 판도라의 상자 같아서, 그 안에는 무수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할지는 읽는 사람 각자의 몫이다. 책을 읽는 독법에는 정답이 없다. 어디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답이 없듯이 그 책을 어떻게 해석할지에도 답은 없다.(p.393-394)

 

  소개에는 "123권의 책과 즐거운 상상"이라고 하는데, 책에 관한 이야기를 매우 정갈하고 맛깔나게 써서 마치 잘 차려진 한정식을 대하는 기분이다. 그런데 아무리 세고, 또 세어도 111개의 리뷰와 2권을 소개하는 7개의 리뷰로 모두 118권의 책이 나오는데... 왜 123권이라고 하는지 미스터리하다. 아무튼, 123권이면 어떻고 118권이면 어떠랴... 책을 사랑하고 책에 중독되어 책과 함께 살아가는 고수의 글을 통해서 책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현대의 독자는 그런 의미에서 불운하다. 작품을 작품으로 만나기 전에, 차고 넘치는 말의 홍수 속에서 그 작품에 대한 언어의 감옥에 갇히고 말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포함해 각종 리뷰나 평론들을 요행히 피한다 해도, 책 표지의 홍보문구에, 길거리 광고판에 노출되는 일마저 피할 도리는 없다(아예 눈을 감고 아무 책이나 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결국 우리는 실망할 혹은 감동할 준비를 하고 작품을 만난다. [오후의 죽음]에 나오는 문장을 빌리면 "우리가 속된 의미로 썼던 말들이 모두 짜릿함을 잃어버렸습니다."(p.28-29)

 

  부끄럽게도 목록에서 내가 읽은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과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뿐이다. 설마 했던 우려가 마지막 장을 넘길 때에 현실이 되어버리다니...ㅜㅜ 그럼에도 앞으로 읽을 수 있는 수많은 책이 있다는 것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글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책은 다음과 같다.

 

  - [노인과 바다]는 단 8주 만에 쓰인 소설

  - [내 농장은 28번가에 있다]는 도심에서 식용 가축을 길러 잡아먹기

  -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노동과 계급, 삶의 질에 얽힌 문제

  - [잠자는 미녀]는 여체의 아름다움과 성에 대한 집착

  - [굿바이, 스바루]는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예찬

  - [가격 파괴의 저주]는 소비를 통한 경제 성장 구조를 비판

  - [개로 길러진 아이]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

  - [나가사키]는 내 집에 몰래 숨어 사는 낯선 이와의 동거

  - [손바닥 소설]은 모티브를 제공하는 짤막한 단편 모음

  - [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는 독일에서 거짓말 없는 40일의 실험

  - [유모아 극장]은 1960년대 말에 상상한 1990년대 세상

  - [작가가 작가에게]는 소설을 쓰는 (따라 할 수 없는) 77가지 전략

  - [황홀한 글감옥]은 조정래의 문학론, 작품론, 인생론

  -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는 대기만성형 예술가들

  - [침대 밑에 사는 여자]는 호텔 메이드의 발칙한 행동

  -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네 자매의 기묘한 동거

  - [옆 무덤의 남자]는 스웨덴 국민 스무 명당 한 명이 읽은 특이한 연애 소설

  - [쌍두의 악마], [팅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 ([미스틱 리버], [무죄추정], [레드 드래곤])은 장르소설에 관한 기대감

 

  글을 쓰는 일을 글로 배우는 게 일견 옳게 보이지만, 아이고 신이시여, 작법 책을 읽고 "나도 이제 작가"라는 공상에 빠진다는 것은 권투를 책으로 배운 다음 타이슨과 같은 링에 올라가는 것과 같다. 한쪽 귀를 물어뜯긴 다음에야, 귀 한쪽이 없다고 해서 모두 고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될 뿐이다. 서머싯 몸이 그랬다. 글쓰기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그래도, 그래도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고 싶은가?(p.220-221)

 

  종교는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며, 철학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과학은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학은 꼭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조정래).(p.241)

 

  세계문학전집 1백 권, 한국문학전집 1백 권, 중단편소설집 1백 권, 시집 1백 권, 기타 역사사회학서적 1백 권을 읽지 않고는 소설을 쓸 생각을 하지 말라는 조언은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글에 대한 헌신 없이는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조정래는 이 책을 통해 그 자신이 헌신하고 노력해온 삶을 보여준다.(p.242)

 

  매우 흥미로운 책과 독서를 통한 재미있는 기록을 읽으며, 한층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다. [책읽기 좋은날]은 책꽂이가 아니라, 한동안 내 책상 위에 머무르게 될 것 같다. 혹시라도 내가 빠뜨리거나 무심코 건너뛴 부분은 없지 않은가? 라는 우려에서... 그리고 나의 책 읽기와 독서 기록의 좋은 지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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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이메일박스 - 소통형 리더가 되는 잡스의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마크 밀리안 지음, 권오열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마크 밀리안, 권오열 역, [스티브 잡스의 이메일박스], 서울문화사, 2012. 

Mark Milian, [LETTERS TO STEVE], 2011.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iPad)를 두고 말한 것과는 다르게 사실 그 기기에는 전혀 신비로울 것이 없다. 그것은 알루미늄, 유리, 실리콘으로 제작되고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컴퓨터다. 태블릿은 그보다 10년 전에 등장했었고, 그 뒤 아이패드가 나온 후 수많은 전자기업들이 애플의 그 손가락 친화적인 기계를 손쉽게 복제해냈다. 그러나 그들이 모방할 수 없는 마법의 공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스티브 자신이다. 이 기업들에게는 명사 CEO와 그를 따르는 컬트족이 없다.(p.20)

 

  지난 10월 5일은 스티브 잡스의 1주기로 그를 추모하는 날이었습니다. 1955년 출생하여 폴 잡스와 클라라 잡스에게 입양되어 자라나,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집 차고에서 애플 컴퓨터를 창업하는 1막의 인생이 있었습니다. 1985년 경영 악화와 독선적인 리더십의 문제로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모든 경영권을 박탈당하고 새로운 컴퓨터 회사 넥스트를 설립하는 2막의 인생이 있었고요. 1997년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위기에 처한 애플에 복귀하여 아이팟을 선두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화려한 3막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신은 더는 세상의 빠른 변화를 원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11년 그는 4막의 인생을 펼치지 못하고 향년 56세라는 이른 나이에 췌장암의 발병으로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컴퓨터의 시작에는 빌 게이츠가 있었다면, 컴퓨터의 변혁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고 할 정도로 애플은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대중은 신앙처럼 열광했고, 그 중심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습니다.

 

  "나는 어도비를 존경하고 높이 평가합니다. 우린 그저 우리 기기에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뿐이지요."

  "I respect and admire Adobe. We just chose to not have Flash on our device."(p.92)

 

  개인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편이 아니라서 애플과는 그리 많은 인연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매킨토시나 맥북을 전혀 써본 적이 없고, 아직도 휴대전화는 2G를 고수하고 있어서 아이폰과는 거리가 멉니다. 충동구매보다는 필요 욕구에 따라서 신중한 소비생활을 하기에 애플은 몇 년 전에 구매한 아이팟 클래식(160G)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지 고용량이라는 이유로...^^;; 그런데 S사에서 나온 제품과 비교하여 항상 제기되는 문제는 기기의 호환성과 아이튠즈의 폐쇄성입니다. 모든 동영상 포맷을 지원하지 않아서 mp4로 변환해야 하고, 동기화를 잘못하면 데이터를 몽땅 날리는 예도 있어서... 심지어는 어도비의 플래시도 지원하지 않아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절름발이 취급을 당합니다. 기술의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을 텐데, 왜 이렇게 했을까? 라는 의문이 있지만... 인간의 놀라운 적응력은 어느 순간부터 불편함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애플과 다른 기업 간의 관계와 그의 이메일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발신 : 스티브 잡스

  수신 : 로빈 밀러

  날짜 : 2001. 10. 23. 화요일, 오후 10:10

  제목 : Re : 아이팟은 왜 존재하는 거죠?

 

  나는 정중하게 당신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로빈, 아이팟에는 그 전의 휴대용 디지털 음악 장치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기능들이 적지 않습니다.

 

  몇 개만 언급해보죠.

  - 아이팟은 노래 1000곡을 담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습니다.

  - 무게는 겨우 184그램입니다.

  - 최첨단의 리튬 폴리머 전지를 사용하여 10시간 연속 작동이 가능합니다.

  - 애플 특유의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 독특한 스크롤 휠을 갖추고 있어 한 손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 파이어와이어(FireWire)를 이용하여 CD 한 장당 5~10초의 엄청나게 빠른 시간에 당신의 모든 음악을 로딩할 수 있습니다.

  - 파이어와이어를 통한 충전으로 겨우 한 시간 만에 80%까지 고속 충전할 수 있습니다.

  - 아이팟은 아이툰즈 라이브러리와 자동적으로 동기화되어 모든 음악과 재생 목록을 쉽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 아이팟은 휴대용 5GB HD입니다.

 

  이 외에도 더 열거할 수 있습니다. 아이팟은 정말 사용하기 편한 최초의 휴대용 디지털 음악 재생기이며, 이 모든 혁신들이 이 새로운 제품군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합니다...(p.84-85)

 

  지금은 구닥다리 휴대용 음악 재생장치에 관한 스펙설명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처음 공개된 2001년에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스티브 잡스의 애착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애플을 사랑한다고 직접 이야기했고, "아이팟은 왜 존재하는 거죠?"라는 로빈 밀러의 메일에 긴 내용으로 아이팟의 성능과 기능을 소개하며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수록된 수많은 주고받은 이메일은 기자에게 흘린 거짓 정보, 소비자를 향한 거절, 다른 경영자와의 논쟁, 고객의 의견 수렴... 등을 함께 포함하고 있습니다.

 

  Think Different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한 후에 내건 슬로건은 '다른 것을 생각하라'입니다. 그의 이러한 정신은 공학과 디자인의 결합을 이루었고, 끊임없는 시도와 도전으로 디지털 패러다임을 변화시켰습니다. 비록 그는 우리 곁을 떠나고 없지만, 그의 정신은 인류의 유산으로 남아 세계 곳곳에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보낸 이메일은 여전히 누군가의 메일함에 남아 있습니다.

  방대한 이메일을 모아 분류하고, 수많은 인터뷰와 기사를 분석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저자의 수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잡스의 일대기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혹시라도 그를 모를 수도 있는 독자를 배려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IT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건너 띄며 읽은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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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1 - 송지나 장편소설 신의 1
송지나 지음 / 비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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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나, [신의①], 비채, 2012. 

 

  TV 드라마를 좋아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TV를 잘 보지 않아서 그다지 드라마에 관한 흥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명문가에서 억울한 누명으로 출생의 신분을 감춘 채 부모의 원수를 갚고 대의를 이루는 사극이나, 재벌가에서 배다른 아이로 태어나 상속권을 두고 고군분투하는 현대극, 여기에 천편일률적으로 녹아 있는 멜로는... 글쎄요. 진부한 소재와 획일화된 패턴에 질렸다고 할까요?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한국 드라마는 잘 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두 개의 드라마가 있는데요. 1990년대를 살아온 분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리라 생각됩니다. 하나는 최재성, 채시라, 박상원 주연의 <여명의 눈동자>(1991)이고, 다른 하나는 최민수, 고현정, 박상원 주연의 <모래시계>(1995)입니다. <여명의 눈동자>는 일제 강점기의 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고, <모래시계>는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1980년대의 시대상황을 적나라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상당했고, 아울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배우 박상원 외에 송지나 극본의 김종학 연출이라는 조합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습니다.

 

  1장 하늘의 문

  2장 하늘 아래 하늘세상

  3장 하늘세상에서 온 의원

  4장 고려 무사 언약의 값

  5장 땅의 세상, 고려

  6장 그렇게 시작되었다

 

  소설 [신의]는 송지나와 김종학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드라마 <신의>(2012)가 종영된 이후에 출간한 소설입니다. 송지나 작가가 최초로 쓰는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요. 극작가의 명성이 소설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게 될지 살짝 기대됩니다. 이번 1권은 6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2개의 장이 드라마 1회의 분량입니다. 그래서 [신의①]은 드라마 1회부터 3회까지의 내용입니다. 앞으로 편집과 구성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24부작의 드라마는 수학적인 계산으로 대략 8권(24 ÷ 3 = 8) 정도의 분량으로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난 고려 무사 최영이라 합니다. 무사의 이름으로, 내 목숨을 걸고 다시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언약합니다."

  최영이 더 다가섰더니 물러서려던 여인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넘어지려 한다. 그런 여인의 허리를 감아 안아 잡는다.

  순간, 그들은 함께 천혈로 빨려 들어갔다.

 

  은수는 처음에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줄 알았다. 비명을 지르며 감았던 눈을 떴는데 세상은 강한 빛으로 가득하고 속을 게울 것 같은 현기증으로 숨이 막혀왔다. 다시 눈을 감는다.(p.90)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방영한 드라마라서인지, 소설은 고려 시대의 무사 최영과 현대의 여의사 유은수를 주인공으로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진정한 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려 후기, 원의 지배에서 오랫동안 볼모로 잡혀있던 공민왕은 원의 공주이며 왕후인 노국공주와 함께 고려로 돌아와 왕위를 계승하려 합니다. 하지만 격변의 시대에 정치적인 혼란을 틈타서 권력을 노리는 자들이 있습니다. 자객에 의해 왕후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고, 이것은 외교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왕은 왕후의 치료를 위해 우달치의 대장 최영을 전설의 명의인 화타가 승천한 문으로 가서 하늘의 의원을 데려오라 명합니다. 타임 리프(time leap)를 통해서 현대로 온 최영은 성형의사인 유은수를 고려로 데리고 가는데...

 

  [신의]는 현대의 의사가 신비한 힘으로 과거로 가서 놀라운 의술을 펼치는 만화 [타임슬립 닥터 진]과 비슷한 전개를 보입니다. 고려라는 역사의 토대 위에서 내공을 사용하며 시공을 초월하는 판타지의 요소가 결합하여 흥미로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현대에서는 평범한 의사가 고려에서는 하늘에서 온 의원으로 신의라 불리며 신기한 의술을 펼치는 짜릿한 재미도 있고요. 카메라 앵글과 같이 수시로 바뀌는 시점은 글을 읽는 동안에 마치 머릿속에서 영상지원이 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문학적인 글솜씨로 감동을 이끌어 내기보다는 조금은 하드보일드한 느낌으로 인물 간의 상황을 통해서 감동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1권만으로 소설 전체를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드라마와는 90% 정도의 비슷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김희선과 이민호의 연기를 볼 수는 없지만, 숨은 10%를 통해서 극작가와 연출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또 하나의 재미를 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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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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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 최필원 역, [숲], 비채, 2012. 

Harlan Coben, [THE WOODS], 2007.

 

  "나 네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삼사 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출애굽기 20:5-6)

 

  만약에 냉전 시대에 국가로부터 엄청난 고통을 당해야 했다면?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부모를 대신 고발하고, 이러한 국가를 떠나 살다가 끔찍한 사건에 연류되었다면? 대를 이어 견디기 어려운 고난이 계속된다면? 기독교 신앙에서 오래전에 출애굽기 20장에 나오는 신의 은혜와 저주에 관한 해석으로 "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끊어야 산다."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물론 요즘에는 다른 해석을 하고 있지만, 기복 신앙에 깊이 물든 한국 교회에서는 한동안 커다란 관심이었다. 실제로 다양한 인간의 삶 속에서 부모의 고단한 인생이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현상은 종종 일어난다. 그리고 부모는 이러한 대물림을 어떻게든 피하고자 온갖 노력을 다한다. 정말로 알게 모르게 가계에 흐르는 저주가 있는 것이고, 험난한 인생의 굴레가 존재하는 것일까?

 

  죽음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동생의 살인사건과 아내의 때 이른 죽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동생의 죽음이 나를 지금의 직업으로 이끈 셈이다. 이제 나는 법정에서 세상의 부조리와 싸울 수 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살아가려고,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사회의 위협이 되는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내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우리 가족이 누리지 못했던 것을 주려 애를 쓴다. 바로 종결이라는 것.(p.13)

 

  할런 코벤의 [숲]은 한 가족의 기구한 운명의 기록이다. 공산당이 집권하던 구소련에서 아버지는 자신과 자녀를 지키기 위해 대신 아내의 부모를 고발한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고, 아버지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미국에 이민을 온다. 하지만 여름 휴양캠프에서 여동생과 친구 몇 명은 숲으로 들어가 살해 및 행방불명되고,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그 사이에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아버지는 숲을 헤매는 삶을 살다 죽음을 당한다. 나는 결혼을 했지만, 사랑하는 아내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이제는 어린 딸아이만 남았다. 소설은 폴 코플랜드라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그를 둘러싼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내 여동생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모두가 그녀를 사랑했다. 많은 사람들은 죽음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희망이 훨씬 더 잔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동안 나는 도끼날이 번득이는 참수용 도마에 목을 얹어 놓은 듯한 기분으로 살아왔다. 그렇게 며칠을, 몇 달을, 몇 년을 살아왔다. 이제는 오히려 도끼가 빨리 내려치기만을 기다린다. 내 목이 베어져야 모든 게 청산될 테니까. 사람들은 어머니가 집을 나간 건 그 사건에 대한 충격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어머니가 떠난 건 우리가 그 사건의 진실을 절대 증명하지 못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p.23-24)

 

  절망과 희망이 뒤섞여 검사로서 사회 정의를 위해 살아가던 어느 날, 20년 전에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여동생 사건의 증거가 하나 둘 나타난다. 사건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은 모두 증거를 부정하고 재수사를 원하지 않지만, 폴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사건의 중심으로 점점 다가서는데...

 

  "대학시절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쌍둥이였어. 일란성이 아닌 이란성이었지. 중요하진 않지만 그래도 일란성 쌍둥이들이 유대관계가 더 강하다고들 하잖아. 아무튼, 2학년 때 그 애 여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었어. 내 친구는 아주 이상한 반응을 보였어. 물론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그 애의 또 다른 일부는 크게 안도하더라고. 자신의 차례가 지나갔다는 거지. 자신의 남은 인생은 무탈할 거라 믿게 되지. 가슴 아픈 비극은 살면서 딱 한 번만 찾아온다면서 말이야. 무슨 얘긴지 이해가 돼?"

  루시가 말했다.

  "그래."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일생을 무탈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너처럼 정해진 몫을 훌쩍 넘어가는 시련을 줄줄이 겪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런 시련을 숱하게 겪어도 전혀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이야."(p.277)

 

  [숲]은 할런 코벤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사건을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하나는 20년 전에 있었던 숲에서 여동생과 관련된 미해결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검사로서 흑인 소녀를 강간한 사건의 재판이다. 그리고 별개의 두 사건은 어느 순간에 접점을 이루어 폭발적인 스릴과 함께 흥미로운 반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여기에서 코벤의 명성이 절대 헛되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작품은 시선에 따라 다양한 메시지를 제공한다. 잘못된 부모의 사랑, 험난한 인생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갈망, 누군가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이들, 가족을 잃은 슬픔, 복잡한 시대의 올바른 정의... 단순하면서도 흥미로운 코벤의 이야기는 강력한 흡입력으로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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