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1 - 송지나 장편소설 신의 1
송지나 지음 / 비채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송지나, [신의①], 비채, 2012. 

 

  TV 드라마를 좋아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TV를 잘 보지 않아서 그다지 드라마에 관한 흥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명문가에서 억울한 누명으로 출생의 신분을 감춘 채 부모의 원수를 갚고 대의를 이루는 사극이나, 재벌가에서 배다른 아이로 태어나 상속권을 두고 고군분투하는 현대극, 여기에 천편일률적으로 녹아 있는 멜로는... 글쎄요. 진부한 소재와 획일화된 패턴에 질렸다고 할까요?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한국 드라마는 잘 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두 개의 드라마가 있는데요. 1990년대를 살아온 분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리라 생각됩니다. 하나는 최재성, 채시라, 박상원 주연의 <여명의 눈동자>(1991)이고, 다른 하나는 최민수, 고현정, 박상원 주연의 <모래시계>(1995)입니다. <여명의 눈동자>는 일제 강점기의 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고, <모래시계>는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1980년대의 시대상황을 적나라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상당했고, 아울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배우 박상원 외에 송지나 극본의 김종학 연출이라는 조합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습니다.

 

  1장 하늘의 문

  2장 하늘 아래 하늘세상

  3장 하늘세상에서 온 의원

  4장 고려 무사 언약의 값

  5장 땅의 세상, 고려

  6장 그렇게 시작되었다

 

  소설 [신의]는 송지나와 김종학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드라마 <신의>(2012)가 종영된 이후에 출간한 소설입니다. 송지나 작가가 최초로 쓰는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요. 극작가의 명성이 소설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게 될지 살짝 기대됩니다. 이번 1권은 6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2개의 장이 드라마 1회의 분량입니다. 그래서 [신의①]은 드라마 1회부터 3회까지의 내용입니다. 앞으로 편집과 구성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24부작의 드라마는 수학적인 계산으로 대략 8권(24 ÷ 3 = 8) 정도의 분량으로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난 고려 무사 최영이라 합니다. 무사의 이름으로, 내 목숨을 걸고 다시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언약합니다."

  최영이 더 다가섰더니 물러서려던 여인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넘어지려 한다. 그런 여인의 허리를 감아 안아 잡는다.

  순간, 그들은 함께 천혈로 빨려 들어갔다.

 

  은수는 처음에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줄 알았다. 비명을 지르며 감았던 눈을 떴는데 세상은 강한 빛으로 가득하고 속을 게울 것 같은 현기증으로 숨이 막혀왔다. 다시 눈을 감는다.(p.90)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방영한 드라마라서인지, 소설은 고려 시대의 무사 최영과 현대의 여의사 유은수를 주인공으로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진정한 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려 후기, 원의 지배에서 오랫동안 볼모로 잡혀있던 공민왕은 원의 공주이며 왕후인 노국공주와 함께 고려로 돌아와 왕위를 계승하려 합니다. 하지만 격변의 시대에 정치적인 혼란을 틈타서 권력을 노리는 자들이 있습니다. 자객에 의해 왕후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고, 이것은 외교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왕은 왕후의 치료를 위해 우달치의 대장 최영을 전설의 명의인 화타가 승천한 문으로 가서 하늘의 의원을 데려오라 명합니다. 타임 리프(time leap)를 통해서 현대로 온 최영은 성형의사인 유은수를 고려로 데리고 가는데...

 

  [신의]는 현대의 의사가 신비한 힘으로 과거로 가서 놀라운 의술을 펼치는 만화 [타임슬립 닥터 진]과 비슷한 전개를 보입니다. 고려라는 역사의 토대 위에서 내공을 사용하며 시공을 초월하는 판타지의 요소가 결합하여 흥미로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현대에서는 평범한 의사가 고려에서는 하늘에서 온 의원으로 신의라 불리며 신기한 의술을 펼치는 짜릿한 재미도 있고요. 카메라 앵글과 같이 수시로 바뀌는 시점은 글을 읽는 동안에 마치 머릿속에서 영상지원이 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문학적인 글솜씨로 감동을 이끌어 내기보다는 조금은 하드보일드한 느낌으로 인물 간의 상황을 통해서 감동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1권만으로 소설 전체를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드라마와는 90% 정도의 비슷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김희선과 이민호의 연기를 볼 수는 없지만, 숨은 10%를 통해서 극작가와 연출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또 하나의 재미를 누릴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