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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이메일박스 - 소통형 리더가 되는 잡스의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마크 밀리안 지음, 권오열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마크 밀리안, 권오열 역, [스티브 잡스의 이메일박스], 서울문화사, 2012.
Mark Milian, [LETTERS TO STEVE], 2011.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iPad)를 두고 말한 것과는 다르게 사실 그 기기에는 전혀 신비로울 것이 없다. 그것은 알루미늄, 유리, 실리콘으로 제작되고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컴퓨터다. 태블릿은 그보다 10년 전에 등장했었고, 그 뒤 아이패드가 나온 후 수많은 전자기업들이 애플의 그 손가락 친화적인 기계를 손쉽게 복제해냈다. 그러나 그들이 모방할 수 없는 마법의 공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스티브 자신이다. 이 기업들에게는 명사 CEO와 그를 따르는 컬트족이 없다.(p.20)
지난 10월 5일은 스티브 잡스의 1주기로 그를 추모하는 날이었습니다. 1955년 출생하여 폴 잡스와 클라라 잡스에게 입양되어 자라나,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집 차고에서 애플 컴퓨터를 창업하는 1막의 인생이 있었습니다. 1985년 경영 악화와 독선적인 리더십의 문제로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모든 경영권을 박탈당하고 새로운 컴퓨터 회사 넥스트를 설립하는 2막의 인생이 있었고요. 1997년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위기에 처한 애플에 복귀하여 아이팟을 선두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화려한 3막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신은 더는 세상의 빠른 변화를 원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11년 그는 4막의 인생을 펼치지 못하고 향년 56세라는 이른 나이에 췌장암의 발병으로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컴퓨터의 시작에는 빌 게이츠가 있었다면, 컴퓨터의 변혁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고 할 정도로 애플은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대중은 신앙처럼 열광했고, 그 중심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습니다.
"나는 어도비를 존경하고 높이 평가합니다. 우린 그저 우리 기기에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뿐이지요."
"I respect and admire Adobe. We just chose to not have Flash on our device."(p.92)
개인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편이 아니라서 애플과는 그리 많은 인연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매킨토시나 맥북을 전혀 써본 적이 없고, 아직도 휴대전화는 2G를 고수하고 있어서 아이폰과는 거리가 멉니다. 충동구매보다는 필요 욕구에 따라서 신중한 소비생활을 하기에 애플은 몇 년 전에 구매한 아이팟 클래식(160G)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지 고용량이라는 이유로...^^;; 그런데 S사에서 나온 제품과 비교하여 항상 제기되는 문제는 기기의 호환성과 아이튠즈의 폐쇄성입니다. 모든 동영상 포맷을 지원하지 않아서 mp4로 변환해야 하고, 동기화를 잘못하면 데이터를 몽땅 날리는 예도 있어서... 심지어는 어도비의 플래시도 지원하지 않아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절름발이 취급을 당합니다. 기술의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을 텐데, 왜 이렇게 했을까? 라는 의문이 있지만... 인간의 놀라운 적응력은 어느 순간부터 불편함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애플과 다른 기업 간의 관계와 그의 이메일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발신 : 스티브 잡스
수신 : 로빈 밀러
날짜 : 2001. 10. 23. 화요일, 오후 10:10
제목 : Re : 아이팟은 왜 존재하는 거죠?
나는 정중하게 당신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로빈, 아이팟에는 그 전의 휴대용 디지털 음악 장치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기능들이 적지 않습니다.
몇 개만 언급해보죠.
- 아이팟은 노래 1000곡을 담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습니다.
- 무게는 겨우 184그램입니다.
- 최첨단의 리튬 폴리머 전지를 사용하여 10시간 연속 작동이 가능합니다.
- 애플 특유의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 독특한 스크롤 휠을 갖추고 있어 한 손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 파이어와이어(FireWire)를 이용하여 CD 한 장당 5~10초의 엄청나게 빠른 시간에 당신의 모든 음악을 로딩할 수 있습니다.
- 파이어와이어를 통한 충전으로 겨우 한 시간 만에 80%까지 고속 충전할 수 있습니다.
- 아이팟은 아이툰즈 라이브러리와 자동적으로 동기화되어 모든 음악과 재생 목록을 쉽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 아이팟은 휴대용 5GB HD입니다.
이 외에도 더 열거할 수 있습니다. 아이팟은 정말 사용하기 편한 최초의 휴대용 디지털 음악 재생기이며, 이 모든 혁신들이 이 새로운 제품군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합니다...(p.84-85)
지금은 구닥다리 휴대용 음악 재생장치에 관한 스펙설명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처음 공개된 2001년에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스티브 잡스의 애착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애플을 사랑한다고 직접 이야기했고, "아이팟은 왜 존재하는 거죠?"라는 로빈 밀러의 메일에 긴 내용으로 아이팟의 성능과 기능을 소개하며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수록된 수많은 주고받은 이메일은 기자에게 흘린 거짓 정보, 소비자를 향한 거절, 다른 경영자와의 논쟁, 고객의 의견 수렴... 등을 함께 포함하고 있습니다.
Think Different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한 후에 내건 슬로건은 '다른 것을 생각하라'입니다. 그의 이러한 정신은 공학과 디자인의 결합을 이루었고, 끊임없는 시도와 도전으로 디지털 패러다임을 변화시켰습니다. 비록 그는 우리 곁을 떠나고 없지만, 그의 정신은 인류의 유산으로 남아 세계 곳곳에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보낸 이메일은 여전히 누군가의 메일함에 남아 있습니다.
방대한 이메일을 모아 분류하고, 수많은 인터뷰와 기사를 분석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저자의 수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잡스의 일대기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혹시라도 그를 모를 수도 있는 독자를 배려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IT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건너 띄며 읽은 부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