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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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 노진선 역, [스노우맨], 비채, 2012. 

Jo Nesbo, [THE SNOWMAN], 2007.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아침 11시. 무채색 하늘에서 쏟아지는 함박눈이 외계 행성의 무적함대처럼 로메리케의 언덕과 정원, 잔디밭을 침공했다.(p.12)

 

  한여름에 읽은 한겨울의 서늘한 연쇄살인의 향연, 마치 SF의 한 장면처럼 시작하는 이 소설은 스칸디나비아반도 서쪽에 위치한 눈의 도시 오슬로와 베르겐을 배경으로 하는 스릴러입니다. 해리 홀레 반장(경감)이 등장하는 시리즈로, 개인적으로는 [레드브레스트](비채, 2013.)에 이어서 두 번째로 만나는 요 네스뵈의 작품입니다. 전작과 비교하여 계속해서 등장하는 익숙한 배경과 주변인물은 독서의 친근감을 더해줍니다. 비슷한 구조이면서 점점 진화하는 작가의 글솜씨는 또 다른 재미를 주고요. 반면에 서서히 망가지는(?) 주인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기도 합니다. 연대기적인 구성으로 생생한 시대묘사는 마치 현실의 세계를 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편의 영화로 만들기에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바다표범들이 바다에 나가 먹이를 찾기 위해 베링 해협을 떠날 때가 오면, 수컷은 암컷을 죽이려고 할 겁니다. 왜냐고요? 베르하우스 암컷 바다표범은 절대 같은 수컷과 두 번 짝짓기를 하지 않으니까요! 암컷 입장에서는 유전형질의 생물학적 위험성을 분산시켜야 하거든요... 생물학적으로 볼 때 암컷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짝짓기를 하는 게 당연하고, 수컷은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수컷은 다른 아기 바다표범들이 자신의 자손과 같이 먹이를 두고 경쟁하는 걸 막고자, 암컷을 죽이는 겁니다."(p.22)

 

  소설은 동물적인 본능이라고 할까요? 생물학적인 몇몇 이론을 토대로 앞으로의 사건 전개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레드브레스트]에서는 제목에서와같이 진홍가슴새(개똥지빠귀)의 특이한 겨울나기를 통해서 남들과는 다른 평범하지 않은 삶을 선택한 사람들과 그로 인한 노르웨이의 어두운 역사를 이야기했다면, 여기에서는 바다표범의 특이한 번식 행동을 통해서 거짓된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을 다루고 있습니다.

 

  요나스는 식탁 의자에 올라가 밖을 내다보았다. 정말로 집 앞 잔디밭에 눈사람이 있었다. 엄마의 말처럼 커다란, 대형 눈사람이었다. 눈과 입은 조약돌로 코는 당근으로 만들었다. 모자도, 목도리도 두르지 않은 채 산울타리에서 꺾은 나뭇가지로 만든 듯한, 앙상한 팔 하나만 있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다. 바라보는 방향이 잘못됐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눈사람이란 원래 길가 쪽, 그러니까 열린 공간을 바라보며 서 있는 법인데...(p.39)

 

  늦가을, 겨울의 문턱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여인들... 실종 신고가 들어오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어떠한 범행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단순 가출로 여기는데, 하지만 연쇄적으로 실종이 일어나고 현장에는 어김없이 눈사람이 놓여 있습니다. 해리는 눈사람이 발견된 장소를 살인 사건의 현장으로 생각하고, 비슷한 범행의 전과자들을 살피며, 실종자들 사이의 어떤 연관성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한 가지 뚜렷한 접점을 찾아내는데...

 

  "과학자들이 경험이 많은 권투선수들의 뇌 활동을 측정한 적이 있어. 권투선수들이 시합 도중에 꽤 여러 번 의식을 잃는 거 알아?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여기서 잠깐, 저기서 잠깐 의식을 잃는다지. 그런데 몸은 마치 그게 일시적이라는 걸 아는 듯이, 통제력을 발휘해서 다시 의식이 들 때까지 버틴다는 거야... 그 오두막에서 나도 넋이 나갔어. 단지 차이점이라면 오랜 경험상 그게 일시적이라는 걸 내 몸이 알았을 뿐이야."(p.264)

 

  수사팀의 공조로 범행의 몇 가지 패턴이 드러납니다. 실종된 여인은 모두 아이가 있는 유부녀라는 것, 범행 현장에는 눈사람이 남아 있다는 것, 매년 첫눈이 내리는 날에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것, 이름이 알려진 유명 형사에게 흔적을 남긴다는 것, 그리고 최근에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범행의 주기가 짧아졌다는 것... 소설은 1980년과 1992년의 과거와 2004년의 현재를 교차합니다. 단순히 현재의 연쇄 실종 사건만이 아니라 과거의 어느 사건과 이런저런 얽히고설킨 사연 속에서 마침내 극에 달한 범행을 서술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사건을 맡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사랑하는 동료들은 하나둘 그의 곁을 떠납니다. 이것을 잊기 위해 술에 의지하지만, 결국에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고... 살은 마르고,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질 정도로 일에 몰두하며 살아갑니다. 마치 권투 선수가 경기 중에 조금씩 의식을 잃으며 경기를 하다가 결국에는 어느 순간 뇌에 치명적인 손상이 오는 것처럼...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주인공 캐릭터를 보면서 인간의 굳은 의지와 인간의 연약함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레드브레스트]와 [스노우맨] 사이의 내용이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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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에 K모 방송국의 라디오 프로그램(김영하의 문화포커스)을 통해서였습니다. 차분하고 감성적인 목소리로 매일의 문화 소식을 전하는 것에 매료되었고, 그가 유명한 소설가라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김영하의 목소리를 듣게 된 것은 최근에 팟캐스트를 통해서입니다. 타인의 문학 세계를 존중하고 공감하며 때로는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탁월함에 감탄하여 그의 작품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궁금한 것이 많아 수업 시간마다 질문을 쏟아내던 아이, 때로는 무모하게 여겨질 만큼 엉뚱한 상상에 빠져 지낸 아이가 자라나 소설가가 되었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그가 만들어내는 작품을 통해서 그의 상상의 날개가 보이는듯합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서 옛날의 개츠비가 아닌, 세련된 문체로 현재의 개츠비를 만날 수 있었고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외설적이고도 자극적인 문장으로 우리 사회를 비추는 적나라함에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직 그의 작품을 많이 접하지 못해서 그의 문학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항상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그만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며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한다고 하는데, 문득 기억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기는 영화 [메멘토]가 떠올랐습니다. 그의 작품 속의 주인공은 어떻게 기억을 지켜갈지, 그만의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이야기가 매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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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관련된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출연하신 조정래 선생님께서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작가는 [레 미제라블]을 쓴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소설은 단순히 읽을거리가 아니라 역사성과 사회성을 담아 시대를 향한 외침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대하소설 3부작... [아리랑]은 동학혁명으로부터 일제 강점기의 수난과 저항의 역사를, [태백산맥]은 해방으로부터 민족의 분단과 전쟁의 비극을, [한강]은 한강의 기적과 군사독재의 명과 암을 이야기하며 그만의 이야기로 우리의 근, 현대사를 관통하는 것이 아주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지금은 모두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허수아비춤]을 통해서 대기업의 횡포를 지적하며, 이제는 정치의 민주화를 넘어서 `경제의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였습니다. 이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고 여전히 해결이 필요한 과제입니다. 이러한 그가 이번에는 세계 경제를 이야기하며, 그 중심에 우뚝 선 중국과 그 옆에 있는 우리 한반도를 소재로 [정글만리]라는 작품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150여 년 전에 일본은 전면적인 개방으로 서구의 문물을 적극 받아들여 아시아의 유럽을 꿈꾸며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전통적 가치는 남아있지 않고 주춤거리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반면에 중국은 철저한 민족 문화의 고수와 공산주의 영향으로 조금 멀리 돌아오기는 했지만, 자신의 가치를 잘 유지하며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소 상반된 역사의 두 강대국 사이에서 식민지배와 민족분단의 역사를 가진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정글만리]를 통해서 경제 전쟁의 시대에 중국의 위상과 우리의 나아갈 길을 작가와 함께 모색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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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사의 건강백신 - 전 국민 건강 블로그 <뉴욕에서 의사하기>의 레알 건강 토크
고수민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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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민, [뉴욕의사의 건강백신], 북폴리오, 2013.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일까? 올해 초에 개인적으로 건강이 아주 좋지 않았다. 체력이 떨어지니 더불어 심리적으로 우울증도 있었고... 다행히 위중한 병은 아니지만, 잔병치레하면서 육체의 고통과 정신의 불편함을 제대로 맛보았다. 하긴, 학창 시절의 체육수업을 제외하고는 오랜 세월을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에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어느 마음씨 좋은 이웃께서 한 권의 책을 보내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뉴욕의사의 건강백신]이다. 실제로 몇 년 전에 같은 저자의 [뉴욕의사의 백신 영어](은행나무, 2009.)를 인상 깊게 읽어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참이라, 책과의 만남이 매우 반가웠다.

 

  고수민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영어와 관련한 블로그(http://ko.usmlelibrary.com/)를 통해서였다. 국내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의사로 근무한다는 한 블로거가 영어를 조언하고 있었다.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어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니고 단기간에 승부를 낼 수 있는 게 아니니,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누구나 알만한 일반적인 원칙이지만, 대부분은 단기간의 노력과 쉽게 포기하는 일이 잦은 상황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펼치면서 어느 정도는 건강에 관한 그의 조언을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이 다른 건강 관련 서적과 분명히 다른 점으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이 책은 백과사전식으로 모든 질환의 요점을 골고루 정리해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여러분이 어떤 의학 지식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지를 선택적으로 골라 강조에 강조를 거듭한 책입니다... 둘째, 이 책은 여러분이 건강한 삶이라는 개념을 최대한 먼 거리에서 종합적인 시각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속담처럼 말이지요.(p.5)

 

  국내에서 가정의학과를, 미국에서 내과와 재활의학과 그리고 통증의학을 공부한 의사는 건강을 말하면서 지엽적인 시각이 아닌, 포괄적인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즉, 어떤 환자가 요통과 당뇨를 앓고 있으면... 예전에는 개개의 질환을 치료하는 데 너무 집중하여 두 가지를 연결해서 볼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환자 전체를 놓고 곰곰이 생각하니 두 가지 질병의 연결고리로 복부 비만이 있고, 이 문제가 당뇨와 요통을 다 악화시키는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복부 비만의 기저에는 반복되는 다이어트의 실패와 비만에 관한 잘못된 이해, 심리적인 우울함이 원인이 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종합적인 시각으로 건강을 말하고 있다.

 

  하나, 생활 건강

  둘, 직장인 건강

  셋, 질병 건강

  넷, 여성 건강

  다섯, 건강에 관한 단상

  부록.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건강검진의 비밀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시작은 일상의 생활 건강이다.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 자꾸 나오는 방귀, 푹신한 침대와 단단한 침대, 생활 자세, 탈모, 피부, 다이어트... 등. 현대인이 관심을 둘만 한 내용을 언급하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생활과 올바른 습관이다. 직장인의 건강에서는 누적된 피로, 컴퓨터 사용으로 생기는 질환, 뭉친 목과 어깨의 근육, 허리가 아픈 경우, 눈의 건강,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다룬다. 원론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고른 영양의 섭취와 충분한 휴식 그리고 적당한 운동을 추천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뭔가 일이 잘못되면 "속이 쓰리다"라고 표현합니다. 이 속은 당연히 위장을 말할 것입니다. 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슥거리면 두통이 있어서 속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체했다"라고 표현합니다... 반면 서양 사람들은 심장을 매우 중요시 여기는 것 같습니다... 매우 슬프고 낙담될 때 'heartbreak' 혹은 'broken heart'라고 표현하는데 직역하면 '심장이 부서졌다' 정도가 되겠지요.(p.163-164)

 

  실제로 우리는 치명적인 위장 질환이 많고, 서양은 치명적인 심장 질환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암 발생의 1위는 '위암'이고, 서양은 심근경색을 비롯한 심장 질환이 암 사망률을 앞서고 있다. 소화기와 관련된 질병은 식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과도한 소금의 섭취를 줄이고 육류(특히 가공육)보다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먹어야 한다. 찌개나 다른 반찬을 먹을 때에 그릇을 나누지 않고 함께 먹는 습관과 술잔을 돌리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리고 당뇨와 고혈압으로 발생하는 합병증의 위험...

 

  개개인의 유방암에 대한 감수성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이런 측면에 대해서는 예방할 수 있는 여지가 없습니다. 대신 식단을 바로잡는 문제는 우리의 노력으로 가능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지방식, 고칼로리식이 주가 되는 서구적 식생활인데 이런 식사를 즐기게 되면 당장 유방암이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부수적으로 생기는 비만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p.231-232)

 

  통계상으로는 서구와 비교하여 아직 낮은 수치이지만, 우리나라의 유방암 증가율은 세계 1위라고 한다. 그래서 여성의 건강으로 유방암에 관해 깊이 있게 접근하고, 그 외에 임신과 출산과 관련하여 다양한 내용을 말하고 있다.

 

  의대에 다닐 때 교수님들이 항상 하시던 말씀이 "어떤 병에 대해 치료법의 종류가 많다는 것은 그 병의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는 의미"라는 것이었습니다. 암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민간의학, 대체의학의 방법들이 난무하는 이유는 기존 현대의학계에서 악성 종양 완치의 열쇠를 쥐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50년 전에 비해서 암 환자의 생존율도 훨씬 높아졌고 예전에는 치료하지 못했던 암들이 이제는 새로운 약과 방법으로 치료되고 있습니다.(p.318)

 

  건강에 관한 단상에서는 한국인의 잘못된 식습관을 지적하고,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광우병 문제를 언급하며, 새로운 암 치료법의 희망을, 침술과 한방의학의 통계와 임상시험의 부족에 유감을, 한국과 비교하여 미국의사들의 생각 차이를 소개한다.

 

  원문이 블로그를 통해서 작성된 글이라, 토막이 잘 나누어져 보기에 편하다. 어쩌면 지루하고 딱딱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의학 상식을 독자의 관심을 끌만 한 흥미로운 소재로 접근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건강에 관한 어떤 특별한 비결이나 비법은 없지만,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원칙을 하나하나 설명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건강은 바른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휴식 그리고 적당한 운동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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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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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글, 오하시 아유미 그림, 권남희 역,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비채, 2013. 

Murakami Haruki, Ohashi Ayumi, [MURAKAMI RAJIO], 2001.

 

  하루키의 신드롬은 계속되는 것일까? 일본에서 [1Q84]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그의 소설에 예약이 몰리면서 초판만 50만 부를 찍었다고 하니, 그의 팬이 아닌 나로서도 문득 관심이 생긴다. 이러한 때를 맞추어 국내에서는 이미 나온 작품을 리뉴얼하거나 이전의 작품을 새로 번역하는 센스를 보이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이다.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의 첫 번째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비채, 2012.)가 두 번째이고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비채, 2013.)는 세 번째이다.

 

  다만, 젊은 독자를 대상으로 쓰는 만큼 나름대로 한 가지 정해둔 것은, 안이한 단정 같은 것만은 피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당연히 다들 알고 있을 테니까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야' 하는 전제를 포함한 문장은 쓰지 않도록 하자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하는 강요하는 글도 되도록 쓰지 않도록 하자고. 왜냐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옳은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옳지 않은 것도 있고, 어떤 때는 옳은 것이 다른 때는 옳지 않기도 하니까요.(p.210)

 

  무라카미 라디오는 잡지 <앙앙>(anan)에 매주 한 편씩 연재한 에세이 일 년분을 모은 것이다. 스무 살 전후의 젊은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잡지라서, 이것을 고려한 작가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오하시 아유미의 감각적인 동판화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데, 가슴을 파고드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와 동판을 파내어 새긴 예쁜 그림은 매우 잘 어울린다. 글을 쓰는 작가와 그림을 그리는 다른 작가의 만남은 매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이것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엮는다는 것이 어쩌면 감미로운 동화 같다는 생각이다.

 

  슈트 이야기 / 영양가 있는 음악 / 리스토란테의 밤 / 불에 태우기 / 네코야마 씨는 어디로 가는가? / 장어 / 로도스 섬 상공에서 / 당근 / 가키피 문제, 뿌리가 깊다 / 뛰기 전에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오블래디 오블라다 / 파스타나 삶아! / 사과의 마음 / 긴피라 뮤직 / 고양이의 자살 / 스키야키가 좋아 / 김밥과 야구장 / 삼십 년 전에 일어난 일 / 세상은 중고 레코드 가게 / 코트 속의 강아지 / 버지니아 울프는 무서웠다 /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도넛 / 판화 / 상당히 문제가 있다 / 성가신 비행기 / 크로켓과의 밀월 / 가르치는 게 서툴다 / 앗, 안 돼! / 사람들은 왜 지라시 스시를 좋아하는가 / 원시적 광경 / 넓은 들판 아래서 / 작은 과자빵 이야기 / 트랜지스터 라디오 / 하늘 위의 블러디 메리 / 새하얀 거짓말 / 이상한 동물원 / 이걸로 됐어 / 원주율 아저씨 / 센트럴파크의 매 /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 식당차가 있으면 좋을 텐데 / 장수하는 것도 말이지 / 골동품 가게 기담 / 싸움을 하지 않는다 / 버드나무여, 나를 위해 울어주렴 / 체중계 / 골프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 길만 있으면 / 안녕을 말하는 것은

 

  작년에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글 속에 배어있는 하루키의 삶이었다. 채소 중심으로 식사하고, 수동 기어로 운전을 즐기며, 자바 현에서 개최하는 풀마라톤에 가끔 참가한다는... 이것이 아주 매력적으로 보여, 목록을 작성하고 따라 하기도 했었다. 이 책을 펼치면서 가장 기대한 것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국내 번역은 순서가 바뀌어서) 그의 또 다른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 년 동안에 글쓰기의 패턴이 달라진 것일까? 여기에서는 그의 습관이나 좋아하는 생활방식보다는 과거의 경험과 알고 있는 것을 말하는데, 유독 첫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요전에 옷장을 정리하다가 내가 슈트를 다섯 벌이나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빔 벤더스의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보았다. 여느 특별한 밤에, 어느 특별한 여성과 아오야마의 어느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같이했다. 일반적으로 소설가라는 사람들은 아주 이상한(쓸 데 없는) 일에 연연하는 인종이라 정의해도 좋을지 모른다. 전에 어딘가에서 아주 어려운 일을 가리켜 '고양이에게 손! 을 가르치는 것만큼 어렵다'라고 썼더니, "아뇨, 우리 고양이는 '손!'할 줄 압니다"하는 메일이 상당히 많이 왔다. 친구에게 빌린 번쩍거리는 검은색 대형 메르세데스 벤츠를 몰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던 참에 오른쪽 사이드미러를 입구 기둥에 쾅 박고, '아, 큰일났다. 어쩌지!' 하면서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뜨니 새벽 3시 42분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아슬아슬한 한계까지 '죽음'에 가까워지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옛날 노래의 가사들은 오래되다보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세상에는 영구운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에 이블 크니블이라는 이름의 유명한 전문 스턴트맨이 있다. 나는 1960년대에 십대였던 고로 비틀스의 데뷔부터 해산까지를 동시대에 체험했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살 때 운전면허를 땄다. 존 어빙이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써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영화 <사이더 하우스>를 보러 갔다. 저녁 무렵, 새로 나온 닐 영의 CD를 틀어놓고 혼자 주방에 섰다. 마르탱 모네스티에라는 프랑스 저널리스트가 쓴 <자살백과>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스키야키를 좋아하는지? 나는 대학 신입생이 되어 열여덟 살 때 도쿄에 온 이래, 지금까지 줄곧 야쿠르트 스왈로스 팬이다. 이사를 하고 서재 같은 것이 생겨 상자째 창고에 처박아뒀던 오래된 잡지 더미를 겨우 가까이에 둘 수 있게 되었다. 내 취미는 오래된 LP판 컬렉션. 물론 세상에는 여러 가지 불쾌한 일, 마음에 들지 않는 일들이 있겠지만, 나는 얼굴사진을 찍히는 일만큼 싫은 게 없다. 샐리 켈러만이란 여배우를 아시는지? 옛날(요즘도 하고 있으려나) 어느 전기면도기 브랜드가 아침 출근길의 샐러리맨을 붙잡아 길거리에서 면도해주는 내용의 실연(實演) 광고를 했다. 이번에는 도넛 이야기다. 드뷔시의 '판화'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다. 서른이 되기 직전에 아무런 맥락도 없이 문득 '소설을 쓰자'는 생각이 들어 쓴 것이 공교롭게 한 문예지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여름이 끝날 무렵, 나는 비행기를 타고 홋카이도에 갔다. 옛날에 나는 '크로켓'이라는 크로켓 색깔의 커다란 수고양이를 키웠다. 나쓰메 소세키가 학교 선생님을 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몇 가지의 소소한 행운이 연달아 찾아올 때가 있다. 나는 간사이 지방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지라시 스시라 하면, 총리가 뭐라건 UN사무총장이 뭐라건 다양한 재료를 채썰기한 다음 단촛물로 조미한 밥에 섞어놓은 컬러풀한 스시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화장실 이야기니 이런 부류의 아름답지 않은 화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지금부터 식사를 해야 하는 사람은 읽지 않은 편이 좋겠다. 옛날, 내가 아직 학생이었던 시절, 신주쿠 서쪽 출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컴퓨터를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컴퓨터 전원 버튼을 '톡' 누르고 화면이 셋업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아르마 코간이라는 영국의 대중가수가 있었다. 국제선 비행기를 타면 식사 전에 "음료수는 뭘 드시겠습니까?" 묻는다. 나는 거짓말하는 게 영 서툴다. 나는 동물원을 좋아해서 해외여행을 가면 곧잘 그곳 동물원을 찾는다. 자랑은 아니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무라카미 씨, 잘생겼네요" 하는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보통은 5시 전후), 자주 라디오를 듣는다. 얼마 전, 이른 아침에 센트럴파크를 조깅하다가 저수지 철망 위에 앉아 있는 매 한 마리를 발견했다. 특정 상황에 꼭 머리에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최근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식당차란 것 참 좋지 않은나요. 요절하는 게 좋은지, 장수하는 게 좋은지, 한쪽을 고르라고 하면 물론 조금이라도 장수하는 쪽을 강력히 바라겠지만, 문학사전을 펼쳐놓고 동서고금의 작가들의 사진을 보다보면 '너무 장수하는 것도 좀 그렇군'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가 골동품을 좋아해서 여행가는 곳마다 그 지역 앤티크숍에 들른다는 얘기는 앞에서도 쓴 것 같다. 나는 결코 온후한 성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남하고 싸워본 적은 일단 없다. 음, 버드나무를 좋아하시는지? 여러분, 체중계 좋아하세요? 하고 물으면, "그건 그냥 몸무게 재는 기계 아냐. 좋아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어" 하는 답이 돌아올 것 같다. 타이거 우즈 씨, 여전히 강하네요, 라고 말은 하지만, 나는 골프라는 것을 태어나서 한 번도 친 적이 없고 흥미조차 가진 적이 없어서 우즈 씨의 어디가 어떻게 강한지는 전혀 모른다. 골프를 치지 않는다는 얘기를 썼는데, 그 얘기를 계속하자면 내가 골프를 하지 않는 이유 여든일곱 개쯤은 즉석에서 읊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만 들자면, ① 혼자서 할 수 없다. 타인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등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에 '안녕을 말하는 것은 잠시 죽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개인적인 습관과 과거의 경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설명하라고 하면, 조금 애매한 감이 있지만... 아무튼, 무라카미 라디오의 두 번째와 첫 번째를 읽었을 때에 내가 가졌던 감정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다(왠지 문장 투가 하루키를 따라 하는 것 같은데...;;ㅋㅋ). 일상의 에세이는 책을 읽을 때의 기분이 크게 작용한다. 가능하면 빠르게 보다는 천천히 읽기를 권하고 싶다. 50여 편 안에는 문학이나 영화의 다양한 볼거리가 등장하지만, 특히 음악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한때 보수 성향의 종교에 심취하여 신을 찬양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악으로 여겼던 불행한 과거가 있는데, 그래서 소양의 부족으로 그가 말하는 음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서 아쉬움이 크다. 옆에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문장이 마음에 든다.

 

  그 외에...

 

  "수상이 결정됐습니다" 하는 연락을 받고 오토와에 있는 출판사에 가서 담당 편집자를 만났다. 그리고 출판부장(인지 누군지)에게 가서 인사를 했다. 의례적인 평범한 인사였다. 그랬더니 "당신 소설에는 상당히 문제가 있지만, 뭐 열심히 해보세요"라고 했다. 마치 실수로 입에 넣은 것을 퉤 하고 뱉어내는 듯한 어조였다. 이 인간, 부장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잘난 척 말할 것까진 없잖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보통,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p.104)

 

  직업상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에게 심한 말을 듣는다. 말로 들을 뿐만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에서 기사로 맞닥뜨리기도 한다. 칭찬받는 일이 없지는 않지만 굳이 따지자면 비난 쪽이 더 많다. 예를 들면 "무라카미는 바보다"라든가, "무라카미는 위선자다"라든가, "무라카미는 거짓말쟁이다"라든가. 거짓말이 아니다. 정말 그렇게 말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다(기분이 좋으면 성격이상이지).(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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