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관련된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출연하신 조정래 선생님께서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작가는 [레 미제라블]을 쓴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소설은 단순히 읽을거리가 아니라 역사성과 사회성을 담아 시대를 향한 외침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대하소설 3부작... [아리랑]은 동학혁명으로부터 일제 강점기의 수난과 저항의 역사를, [태백산맥]은 해방으로부터 민족의 분단과 전쟁의 비극을, [한강]은 한강의 기적과 군사독재의 명과 암을 이야기하며 그만의 이야기로 우리의 근, 현대사를 관통하는 것이 아주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지금은 모두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허수아비춤]을 통해서 대기업의 횡포를 지적하며, 이제는 정치의 민주화를 넘어서 `경제의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였습니다. 이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고 여전히 해결이 필요한 과제입니다.
이러한 그가 이번에는 세계 경제를 이야기하며, 그 중심에 우뚝 선 중국과 그 옆에 있는 우리 한반도를 소재로 [정글만리]라는 작품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150여 년 전에 일본은 전면적인 개방으로 서구의 문물을 적극 받아들여 아시아의 유럽을 꿈꾸며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전통적 가치는 남아있지 않고 주춤거리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반면에 중국은 철저한 민족 문화의 고수와 공산주의 영향으로 조금 멀리 돌아오기는 했지만, 자신의 가치를 잘 유지하며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소 상반된 역사의 두 강대국 사이에서 식민지배와 민족분단의 역사를 가진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정글만리]를 통해서 경제 전쟁의 시대에 중국의 위상과 우리의 나아갈 길을 작가와 함께 모색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