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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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휴유미, 추지나 역, [십이국기①], 엘릭시르, 2014.

Ono Fuyumi, [TSUKI NO KAGE KAGE NO UMI], 1992.

  그동안 소문으로 들었던 오노 휴유미의 소설 [십이국기​①]를 드디어 읽었다. 영화와는 다르게 판타지 장르의 문학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이것을 싫어한다기보다는) 아무래도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개연성이 강한 글을 선호하다 보니 그동안 자연스럽게 손길이 가지 않은듯하다. 그래서 처음 책을 만났을 때에 과연 길을 찾아 끝까지 갈 수 있을까? 라는 낯선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일본에서 원작은 1992년에 발표하였고 이후에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으며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각종 도서 순위에 올라 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입소문은 끊이지 않는 것일까? 국내에서 절판된 책을 구하려는 사람과 새로운 번역의 번거로움에도 재출간하는 출판사의 열의가 함께 느껴진다.

  시리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한 여고생이 뜻하지 않게 십이국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에 깔린 특별한(?) 세계관인데, 모든 시리즈는 같은 세계관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 권에서 한 편의 야이기가 완결된다. 그래서 어느 권을 먼저 읽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전에서 떠나지 않고, 충성을 맹세할 것을 서약한다."

  빠르게 말하자마자 요코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허락한다고 하십시오."(p.25)

  선천적으로 빨간 머리의 여고생 나카지마 요코는 한 달 전부터 이상한 꿈을 꾼다. 살기를 품은 이형의 짐승들이 희생자를 노리듯 자신을 향해 점점 달려온다. 붉은빛 속에 검은 얼룩으로 보이던 것이 꿈을 꾸는 사이에 지평선을 지나 이제는 내일이나 모레에는 다다를 것이다. 매일 같은 악몽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린 그녀는 결국 수업시간에 기이한 행동으로 소동을 일으키고 교무실로 불려간다. 그리고 기묘한 분위기의 금발 머리 남자가 찾아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건넨다. 곧이어 꿈에서 보았던 짐승의 습격이 일어나는데...

  캄캄한 바다에 달이 하얀 그림자를 비추었다. 파도 위에 머문 달그림자가 더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 기세에 눌린 것처럼 바다 위에 거품이 인다.

  짐승은 거친 바다 위에서 반짝이며 빛의 원 속으로 날아들려 했다.

  ...

  잠수하듯 나아간 곳에는 발밑과 마찬가지로 둥그런 빛이 보인다.

  머리 위에 있는 동그란 빛이 발아래 하얗게 빛나는 빛을 비추고 있는 것일까? 어쨌거나 그것이 출구라면 이 터널은 아주 짧은 편이다.

  ...

  위아래 감각이 뒤바뀌었다. 갑자기 다시 귓가에 소리가 들린다. 희미한 빛을 반사하는 해수면, 눈을 들자 바다가 일대 가득 펼쳐진다.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캄캄한 바다 위 달그림자에서 미끄러져 나온 것이다.(p.49-51)

  습격한 요마와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추격을 피해 바다에 비친 달의 그림자를 통해 십이국기의 세계로 들어간다. 여기에서부터 기나긴 요코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 점이 어려워. 정의와 자비는 하늘의 의지다. 하늘은 정의와 자비로 나라를 다스리기를 바라지. 그 뜻을 대변하는 존재가 기린일 거야. 한데, 정의와 자비만으로는 나라를 다스리지 못해. 옳지 못하다, 무자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지. 다만, 그것이 도를 넘으면 천명을 잃는다... 나라를 위해 무자비한 짓도 하지만 무자비가 지나치면 왕의 자격을 잃지. 어차피 왕은 하늘에서 옥좌를 비렸을 뿐이야. 왕이 길을 잘못 들어 천명을 잃으면 기린이 병들어. 이 병을 실도失道라 한다... 그리고 기린이 죽으면 왕도 죽어."(p.392-393)

  "이것만은 기억해 둬. 왕에게는 절대로 저질러서는 안 되는 죄가 세 가지 있다. 하나는 천명에 거슬러 인도에 어긋나는 것, 또 한 가지는 천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가 설령 내란을 다스리기 위해서라도 타국에 침입하는 것."(p.407)

  1권에서 드러난 십이국기의 세계관은 다음과 같다(*스포일러 포함).

  - 빨간 머리... 요코는 동양인이 가질 수 없는 태어나면서부터 빨간 머리를 하고 있다.

  - 수우도와 구슬... 수우도는 칼과 집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지배하면 과거와 미래뿐만 아니라 천 리 너머의 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환영(푸른 원숭이)에 시달리며 심리적인 압박을 당한다. 구슬은 온기와 함께 회복하는 능력이 있다.

  - 요마... 이형의 짐승으로 각각의 능력을 갖췄으며, 특정(?) 계약으로 조종할 수 있다.

  - 이쪽과 저쪽... 세계는 우리가 사는 현실의 세계와 알지 못하는 십이국기의 세계로 되어 있다. 간혹 현실에서 십이국기의 세계로 들어간 사람이 있지만(반대의 경우도 있고), 다시 되돌아왔는지는 아직 모른다. 이쪽은 배경이 되는 십이국기의 세계이고 저쪽은 현실의 세계이다.

  - 식, 해객, 산객... 식은 기운이 흐트러지는 현상으로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를 동반하여 이쪽과 저쪽의 세계를 뒤섞는다. 아주 드물게 식으로 사람이 흘러오는데, 허해를 건너 일본에서 온 사람을 해객이라 하고 곤륜으로 중국에서 온 사람을 산객이라 부른다.

  - 십이 국... 평평한 세계의 한가운데에는 숭산(숭고한 산, 중악, 중산)이 있다. 숭산 사방에는 동서남북으로 봉산, 화산, 곽산, 향산이 있고 이 다섯 산을 오산이라 한다. 오산 주위에는 황해가 있는데, 물이 있는 바다가 아니라 바위산과 사막 그리고 늪지대와 밀림으로 되어 있다. 황해 주위를 다시 동서남북으로 사 금강산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 안쪽은 사람이 사는 세계가 아니다. 금강산 주위 사방에는 네 바다가 있고, 팔방을 여덟 개의 나라가 둘러싸고 있다. 그 주위에 허해가 있고 육지와 가까운 곳에 커다란 네 개의 섬이 있는데, 이것이 네 나라이다. 그래서 전부 십이 국을 이루고 있다. 허해 동쪽 끝에는 신비한 섬이 있는데, 봉래국이라 하고 일본이라고도 부른다. 금강산 어딘가에는 곤륜이라는 언덕이 있는데, 그곳을 중국이라고 한다.

  - 십이 국2...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신의 영역이 있고 고대 중국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열두 개의 국가로 봉건 제도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왕위는 세습되지 않으며 각국의 기린이 천의에 따라 고른 왕에 의해 다스려진다. 왕과 기린은 서로 얽혀 있는데, 선한 통치를 하는 왕은 죽음을 멀리하고 언제 까지든 왕위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천의를 어기면 기린은 병들어 죽고 왕도 얼마 있다가 죽는다.

  - 십이 국3... 각국의 왕은 어떤 이유로든 타국에 침입할 수 없다.

  - 난과와 태과... 모든 생물은 이목이라는 나무에서 태어나는데, 생명을 품고 있는 노란 열매를 난과라 한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이쪽의 사람이 잘못해서 저쪽에서 태어나는데, 이것을 태과라 한다.

  - 반수... 동물의 형태로 태어난 인간으로 원할 때에는 인간의 형상을 할 수 있다. 기린도 인간의 형상을 할 수 있다.

  - 등장하는 왕과 나라... 쓰러져가는 교국의 각왕, 황폐해진 경국, 500년을 지속해온 안국의 연왕, 600년 태평성대의 주국.

  어떻게 이러한 세계를 상상할 수 있을까? 원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 한 소녀의 시련과 방황, 열두 개의 나라가 공존하는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건너편의 세계, 작가가 창조해낸 다른 우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충분한 재미를 보장한다. 새로운 세계관과 주요 인물의 기본 관계를 일일이 설명해야 해서 조금은 장황한듯하고 급작스럽게 맞이한 결말은 살짝 아쉬움이 있지만, 처음의 우려와는 다르게 개인적으로는 복잡한 미로를 가뿐하게 통과한 느낌이다. 배신과 배반,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의 본성... 여기에 권력이 더해지면 어떤 결과를 맞이할까? 왕으로 선택받아 왕이 되어 왕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정의와 자비의 적절한 균형을 강조한다. 거듭된 어려움을 하나씩 극복하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장해가는 주인공을 보며... 마지막 페이지의 희열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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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루 - 언젠가 그리울 일상의 기록 하재욱의 라이프 스케치 1
하재욱 지음 / 헤르츠나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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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욱, [안녕 하루], 헤르츠나인, 2014.

  이십 대 중반에 최영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창비, 1999.)를 읽었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던 때라 젊음은 끝이 없을 것 같았고, 삼십 대는 꿈과 희망 없이 온종일 일만 하는 그저 그런 아저씨와 아줌마의 삶이라 생각했다. 더구나 40대는 나와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세계이고 그때에는 인생의 의미조차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이런 편협한 사고를 깨뜨린 것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마돈나](북스토리, 2007.)를 읽고 나서이다. 40대 남자에게도 가슴 떨리는 사랑이 있었다. 자녀 양육과 사회적 책임을 양 어깨에 짊어진 피곤한 나이이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되고 있다.

  2013년 6월 페이스북에 그림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좋아서 올렸던 건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었습니다.

  '좋아요' 수도 덩달아 늘었는데,

  모두 비슷한 하루를 살고 있었나 봅니다.(p.12)

  언젠가 그리울 일상의 기록 [안녕 하루]는 오늘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사는 40대 남성의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하루를 그림과 글로 기록한 일상의 에세이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이 좋아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작가의 솜씨는 마치 프랑스의 어느 유명 화가의 작품을 보는 것 같은데, 독특한 필체와 개성 있는 색감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귀인은 세상이 먼저 알아보는 것인가 보다. 인터넷 공간에 올린 하루는 방문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입소문을 타고 나에게까지 왔다. 책 속에 살며시 언급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오래전에 읽은 장 자끄 상뻬의 그림 동화를 보는 기분이 든다.

  지하철은 거대한 도시의 땅속에서 자기만의 궤도를 따라 돕니다.

  가끔 지상에 고개를 내밀고 숨 쉴 때가 있는데,

  저는 그런 상상을 합니다.

  이대로 박차고 올라 은하철도999가 된다면!(p.151)

  아버지, 일상, 가을, 추억, 셋째, 지하철, 겨울, 가족... 어느덧 아버지가 되어 예전에 아버지가 했던 말을 똑같이 아이에게 한다. 청춘이라는 말은 점점 무색하고 하루하루 아버지에게 다가간다. 갑작스러운 해고를 두려워하고 남몰래 눈물을 닦아야 한다. 아무리 쉬어도 몸은 예전만 못하고 볼품이 없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예전의 설렘을 찾기 위해 한잔 술을 걸친다. 나라에 관한 푸념. 출퇴근 지하철에서 달콤한 로맨스를 상상하기도 하고... 이제는 그리움과 서글픔이 익숙하다. 셋째 아이의 출생으로 행복과 걱정이 교차하지만, 탄생 그것만으로 신비롭고 경이롭다. 은하지하철도999라는 발칙한 생각. 추운 날씨. 천재를 향한 질투. 그럼에도 나에게는 가족이 있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사는 아빠들, 이 빡빡한 시스템 안에서

  '생존'이라는 화두를 짊어지고 밀려나지 않으려고

  가진 힘을 다하여 버티고 있죠.

  사회적 안전망이 없으니 떨어지면 바로 나락이라서

  어떻게든 살아내야 합니다.

  이렇게 몸 바쳐 일하는 이유가 무엇인데,

  왜 가족들은 이런 아빠의 희생을 몰라주는 걸까요?

  야속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

  온몸 부서져라 일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가족' 때문이죠.

  아니, '내 가족'을 위해서죠.(p.218)

  대한민국에서 아버지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음을 말하는데, 이것이 조금은 우울하게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내 가족이 있어서 벅차지만, 그래도 살만한 이유이고 행복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림과 글이 이렇게 조화로울 수 있을까? 40대를 사는 남자의 하루는 아픔을 보듬으며 감동과 웃음을 주고, 때로는 기발한 묘사로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되새기게 한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모두가 사랑하며 살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메시지...

  서점에서 장 자끄 상뻬의 책을 천천히 넘겨보다가

  내려와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그 시인의 시집 목차를 펼쳐

  그 시의 제목을 찾아내어 반복해서 읽었다.

  질투는 나의 힘(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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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밝히는 20대가 성공한다 - 3300명의 부자들에게서 발견한 돈을 부르는 습관
센다 타쿠야 지음, 오경화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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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센다 타쿠야, 오경화 역, [돈 밝히는 20대가 성공한다], 국일증권경제연구소(국일미디어), 2013.

Senda Takuya, [20 DAINOUCHINI SHITTEOKITAI OKANENO RULE38], 2012.

  지금까지 돈에 관해서는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책을 읽다니 나도 서서히 나이를 먹나 보다. 20대를 보낸 지가 한참 되었지만, 만약 그 당시에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지금의 삶이 달라졌을까? 자본주의 세상에서 부자가 되기 원하는 인간의 욕망을 향해 직구를 던지는 듯한 자극적이면서 직설적인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자계서로 최적화된 출판사의 신뢰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인 센다 타쿠야는 차세대 창조관 대표이자 이노베이션 크리에이터로 대형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수많은 업종, 업계의 대형 프로젝트 리더로서 전략 책정부터 실행지원에 이르기까지 진두지휘를 했다. 그래서 3,300여 명의 중역과 10,000여 명이 넘는 비즈니스맨과 대화하면서 얻은 깨달음, 알게 된 사실과 지식을 살려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이 홀로 점심을 먹는 것은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름도 없고 가난하던 젊은 시절부터 늘 홀로 점심을 먹던 습관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일상적인 습관은 하나하나 축적되어 우리 인생을 만든다. 습관의 힘은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정도로 강력하다. 당신을 평생 돈에서 자유로운 부자로 만들 수도 있고, 평생 돈에 묶여 살아야 하는 노예로 만들 수도 있다. 기왕이면 돈이 따라붙고 돈에게 인기가 많고 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인생을 살아보자.(p.6-7)

  복싱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해서 누구나 다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를 책으로 배운다고 해서 아무나 다 소설가가 될 수는 없다. 이런 유의 책을 읽을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동이나 이해보다는 끊임없는 연습과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원리를 이미 간파한 것일까?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은 우리의 실생활에서 해야 할 것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먼저 사소한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돈을 밝히면 보이는 부자의 행동, 부자의 선택, 부자의 생각... 부자는 일반인과 확실히 다르게 행동하고 선택하고 생각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담화는 뒷담화일 뿐, 저마다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핵심 부서가 아니어도 된다, 지출을 줄이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 1등과 2등의 차이, 돈보다는 삶의 방식, 비즈니스는 속고 속이는 세계다, 자신의 선택을 믿어라, 부자들에 대한 편견은 어디든 있다, 부자들이 일을 처리하는 속도, 돈을 번다는 것의 의미, 연봉이 정해지는 원리, 부잣집 도련님보다는 계속 일하는 사람, 내가 있어야 남이 있다,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땀을 아끼지 마라, 혼자만의 시간을 사수하라, 더치페이만큼 제자리걸음하는 인간관계, 솔직함의 효력, 1초의 배려가 만드는 차이, 끼리끼리 모인다, 정가 아니면 공짜, 협상의 법칙, 정리해야 할 사람은 과감하게, 의미 없는 일 vs 시간 죽이기, 루저들끼리 신세타령하지 마라, 왜 실적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할까, 천재형보다 노력형 스승이 좋은 이유, 재능이 없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미덕, 얄미운 상대를 이기는 법, 눈앞에 있는 이가 지금 가장 소중한 사람, 연봉의 의미, 부자들이 약속 장소를 정하는 법, 사업의 성패를 알 수 있는 기준, 절세 대책보다 본업에서 빵 터트려라, 부자들이 지닌 특권, 제발 만나달라고 요청받는 사람, 때론 의도적인 마이너스도 필요하다.

  아직 무엇이 옳고 그르다를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세계관 그리고 생활 방식을 뒤돌아 볼 수 있었다. 책의 내용과는 사뭇 다른 삶이라서 아직 부자가 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항상 주변의 말에 신경을 쓰고 불명확한 목표로 사소한 것을 정말로 사소하게 여기던 삶을 반성한다. 재능에 노력을 더하고 망설이지 않고 시간을 아끼며 제대로 실력을 키워야 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조금은 냉정하게 남을 돕는 것도 멈추고...

  돈은 재능에 노력을 더하는 사람 앞에 대거 집중된다. 이것이 바로 돈의 대원칙이다.(p.20)

  비즈니스는 어쩌면 서로 속이는 세계라고 해도 좋을 만큼 미묘한 거짓말들이 밀치락달치락한다. 미묘한 거짓말을 들통 나지 않게 해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p.51)

  부자들은 용서할 수 없는 거짓말에 대해서는 매우 야멸차게 대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는 '즉각' 연을 끊기도 한다. 부자들이 화를 내는 대표적인 거짓말은 '돈과 시간'에 관한 것이다.(p.52-53)

  당신은 모든 사람에게 미움받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며 살고 있는가? 아니면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p.60)

  자신이 온전히 서지도 못한 채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도 없다. 선한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자신조차 제대로 서지 못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돕는 것은 오래 지속하기가 힘들다. 오히려 자신뿐 아니라 남에게까지 불편을 끼칠 수 있다.(p.91)

  부자들은 자신의 시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색을 즐기는 시간 만큼은 그 어떤 것으로도 방해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바쁜 일상에서 느긋하게 생각하는 시간이야말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부를 늘려나가는 새로운 구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일 오후에 독서를 즐기는 것은 정말 사소하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소하게 보이는 그것이 바로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밑거름이 된다.(p.103-104)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을 길러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당신은 사귈 만한 장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그들과 아무런 부담감이나 위화감 없이 대화할 수 있을 즈음 당신의 연봉은 이미 어느덧 1.5배에서 2배 올라 있을 것이다.(p.123-124)

  협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 결코 자기 의견만 무모하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일부러 상대방에게 살짝 져주기도 한다. 협상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이 '조금 밑지는' 듯한 기분을 상대방으로 하여금 느끼게 하면서 합의점을 끌어낸다. 인맥도 그렇게 구축해나간다. 말하자면 인생의 응원단을 늘여나가는 것이다.(p.133)

  속닥거리며 구설에 쏟는 시간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성공한 부자들은 먼저 구설을 꺼내는 일도 없거니와 구설을 끄집어내는 것을 질색한다. 그들도 옛날에는 뒤에서 속닥거리며 누군가를 씹고 비난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설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단호히 결별했다.(p.141)

  당신이 스승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그가 쌓은 실적이 아니라 그 과정이다. 노력형 스승이 오랫동안 경험한 실패나 성공을 전부 살펴보기 바란다.(p.156)

  부자들처럼 성공하려면 다음 두 가지를 파악해서 결단해야 한다.

  첫째, 내가 지닌 재능 가운데 무엇을 살려서 승부할 것인가.

  둘째, 내가 지닌 무엇을 포기해서 시간을 생산할 것인가.

  ...살려야 할 재능은 무엇인지, 그것을 살리려면 무엇을 포기하는지부터 결정해라.(p.159)

  만약 당신이 눈앞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을 가장 소중하게 대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p.174)

  늘 그렇지만, 몇 가지는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실천해야 하겠다. 확실한 동기 부여를 위해 당분간 이 책을 가까이에 두고 한 번 더 정독할 예정이다. 그냥 부자가 아니라 행복한 부자가 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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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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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민경욱 역, [몽환화], 비채, 2014.

Higashino Keigo, [MUGENBANA], 2013.

  오랜만에 만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몽환화]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에는 '꽃'과 연관된 이야기인데, 일본 사회의 시대상과 맞물려 흥미로운 한 편의 미스터리를 완성하고 있다. 현대의 작가 중에서 다작으로 손에 꼽을 수 있고, 어떤 책을 읽어도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며, 항상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므로... 매번 그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남다른 기대감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꽃이라니... 두 편의 짧은 프롤로그로 시작하는데, 처음부터 그 내용이 심상치 않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원자력에 관한 정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화석 연료와는 다르게 굴뚝이 전혀 필요 없는 친환경 에너지로만 알려진 원자력의 허상이 온 세상에 알려졌다. 철저한 언론의 차단으로 구체적인 심각성을 가늠할 수는 없으나 상상을 초월하는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었고, 방사성 물질이 대지를 뒤덮었다. 한 기업,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관련된 만큼 누군가는 이것을 끝까지 지켜보고 돌보아야 하지 않을까?

  "할아버지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셨어요." 곁에 있던 리노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 "꽃이 유일한 대화 상대였어요. 마당에 화분이 많죠? 그것들을 손질할 때 가장 즐거워하셨어요. 꽃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늘 말씀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것은 꽃들일 거예요."(p.61)

  "꽃과 잎의 형태가 바뀌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문제는 색깔이지. 나팔꽃에 대해선 그리 잘 알지 못하지만 이것만은 알아. 노란색 나팔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p.135)

  아키야마 슈지는 신종 꽃 그러니까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꽃을 개발하거나, 또는 과거에는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사라지고 없는 꽃을 되살리는 연구를 했었다. 은퇴 후에도 연구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자신의 집에서 마당 가득 꽃을 키우고 있다. 한때는 수영 유망주로 올림픽을 바라보기도 했으나 무슨(?) 연유로 그만두고 평범하게 사는 손녀 딸 아키야마 리노는 할아버지의 집을 찾았다가 꽃을 가꾸는 모습을 보고 이것을 블로그에 올리는 일을 한다. 그러던 중에 할아버지는 노란색의 특별한 꽃을 보여주고는 며칠 뒤에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사건 현장에서 꽃이 담긴 화분이 사라진다.

  소타가 적을 두고 있는 물리에너지 공학 제2과는 간단히 말하면 과거의 원자력공학과이다. 명칭을 바꾼 것은 조금이라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인기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사실, 소타가 입학했을 때만 해도 원자력 자체에는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시대가 아닌 것만은 분명했고 태양력발전이나 풍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CO2 감소의 기대주'라는 간판도 원자력 추진의 힘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소타도 '미래를 바라보고' 이 학문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미래 지도를 완전히 망가뜨렸다...(p.73-74)

  가모 소타는 청소년 시절의 일(?)로 가족과의 관계가 여전히 서먹하다. 그래서 일부러 집에서 떨어진 곳의 대학으로 진학했으며, 지금은 원자력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일찌감치 경찰 공무원으로 자리를 잡은 형과는 다르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 중이다. 오랜만에 찾은 집에서 특별한 꽃과 관련된 일로 형을 찾아온 여자를 만난다. 그리고 형을 대신해서 돕는데, 자신의 가족과 관련되어 모르던 사실을 하나씩 알게 된다.

  "내가 나팔꽃에 흥미를 가진 것은 아버지의 동생 즉 삼촌의 영향이야. 삼촌이 다양한 변화 나팔꽃을 피우는 것을 곁에서 보다가 나도 흥미가 생겼지. 하지만 삼촌은 어느 날 내게 말했어. 어떤 꽃을 피워도 좋지만 노란 나팔꽃만은 쫓지 마라. 이유를 물었더니 그것은 몽환화이기 때문이라고 했어."

  "몽환화?"

  "몽환夢幻의 꽃이라는 의미일세. 그 뒤를 쫓으면 자기가 멸하고 만다고, 그렇게 얘기했어."(p.220)

  "응." 리노는 충혈이 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우리, 어딘가 닮았어요. 열심히 자기가 믿는 길을 선택했는데 어느새 미아가 되어버렸네요."

  "정말이네." 소타가 대답했다.(p.296)

  금단의 꽃, 몽환화라고 불리는 노란색 나팔꽃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진 것일까? 도대체 무슨 꽃이기에 사람들은 꽃에 열광하고, 또 그토록 꽃을 경계하는 것일까? 비밀을 알고 꽃을 소유하려는 사람과 이것을 막으려고 대를 이어 꽃을 숨기는 가문이 있다. 소설은 살인 사건의 해결을 위해 단서를 쫓아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와 꽃의 비밀을 찾아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꽃에 관한 궁금증은 높은 가독성으로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매력이 있다.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 소타가 말했다. "그냥 내버려둬서 사라진다면 그대로 두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받아들여야 해. 그게 나라도 괜찮지 않겠어?"(p.420)

  [몽환화]는 신비한 기분이 드는 제목과 처음 프롤로그만 읽었을 때에는 꽃의 비밀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이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하는 판타지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고, 심지어는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더 큰 재미가 있었다. 오늘의 편리함을 위해 미래의 불편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에게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라는 작가의 말이 제대로 의미 전달되기를 바란다. 일본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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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
손명찬 지음, 김효정(밤삼킨별) 사진.손글씨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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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찬 글, 밤삼킨별 사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 비채, 2014.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짧은 경험으로 삶을 인지했던 것일까? 어렸을 때부터 다른 건 몰라도 신발이나 어깨끈이 달린 가방 그리고 의자를 고를 때에는 내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지출했다. 다른 말로 옷은 대충 아무거나 입어도 내 몸의 편안함과 관련된 것은 무조건 유명을 고집했다. 지금 당장은 가격이 비싸도 그것이 오랫동안 나를 편안하게 한다는 나름의 진리(?)를 일찌감치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 각자의 삶이 다양한 것처럼 누군가는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본다. 시장에 의자를 사러 가서...

의자 고르기

앉으면, 세상 걱정 없게

무게 중심이 잘 잡히면 좋겠어요.

뒤가 좀 든든하게

아늑한 등받이가 있으면 좋겠어요.

쉬는 동안만큼은

흔들리지 않으면 좋겠어요.

혼자 있으면, 조용히

책을 읽다가 잠들어도 좋겠어요.

당신이 오면, 같이 앉게

아주 큼지막하면 좋겠어요.

즐거움을 나눌 수도 있어요.

달콤함 커피 브레이크!

생각 의자.

생각의 자리, 생각의 자유.(p.48-4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는 따뜻한 위로와 감성을 자극하는 글과 사진으로 이루어진 잠언, 에세이이다. 글쓴이인 손명찬이라는 이름은 조금 낯설어도 그가 편집과 경영을 했던 월간 [좋은생각]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셔터를 누른 밤삼킨별은 세계를 여행하는 사진작가이다. 이 둘의 만남은 일상에서의 행복, 기쁨, 감동, 감사, 고백, 다짐, 권면을 전하는데... 잔잔하게 마음을 파고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은 아시다시피 '지구'이다. ① 마음, ② 치유, ③ 관계, ④ 사랑, ⑤ 인생, ⑥ 오늘. 여섯 개의 구성은 아름다운 별에서 살아가는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포켓 리스트

별다른 설명이 필요할까요.

'오늘 하루,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두겠습니다.

주머니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리스트 말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식은 죽 먹기'로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일들.

'주머니 속의 행복' 말입니다.

뭐든 가능합니다.

오늘 하루가 가기 전에 능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혼자서든, 여럿이서 힘을 모으든 상관없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꼭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합니다.

두고두고 흐뭇한 마음이 들어야 합니다.

책임감이나 의무감, 나도 모를 마음으로는 안 됩니다.

그럼, 재미가 하나도 없겠지요.

포켓 리스트The Pocket List를 만들어보세요.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처럼 거창하지는 않아도

결코 그보다 못하지 않을 겁니다.

소박하다거나 사소하지 않을 겁니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수준의 일들도,

그날이 오면 오늘의 주머니 속으로 옮겨질 테니까요.(p.52-53)

  무엇을 계획하고 그것을 반드시 실천하는 철저한 삶이 아닐지라도 오늘 하루가 가기 전에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라는 말에 나만의 포켓 리스트를 작성해본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관람하기, 카메라로 하루에 한 컷 이상 사진찍기, 가방에 읽을 책 넣고 다니기, 한동안 연락하지 못한 지인에게 문자로 안부 전하기, 계단으로 걸어 다니기, OOO 욕하기...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다. 아 참! 그리고 기도하기.

이런, 독한 것!

독한 것을 나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리가요. 독을 지닌 것들을 생각해보세요. 식물이든 동물이든 독이 생긴 이유는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독이 없으면 스스로를 방어하기 힘들 정도로 약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원인 제공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독하게 만들지 마세요."라고요. 독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고 잘못된 사람으로 몰지 마세요. 조심성 없이 독을 만지거나 먹어놓고 남을 탓하지 마세요. 독을 품었지만 알고 보면 상처도 깊고, 마음도 약한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독한 마음을 품고 독하게 사는 분께도 부탁드려요. 가능하면 당신을 독하게 하는 사람 곁을 떠나세요. 그 곁을 지키는 한 인과관계를 끊을 수 없어요. 나날이 새로운 원인과 결과가 계속될 거예요. 떠날 만한 여건이 아니라면 지혜롭게 잘 피해가세요. 숭고한 신념을 갖고 있으시다면 꿋꿋이 이겨내세요. 독은 자신에게만 쓸개처럼 쓰세요. 고사성어 '와신상담臥薪嘗膽'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교훈과 같은 약이 되고,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강한 일념을 만들어줄 거라 믿어요.

곁에는 '나에게 좋은' 사람 말고 '서로 좋은' 사람을 많이 늘려 가세요. 당신에게서 독이 빠져나가게 할 사람들입니다. 당신을 강하게 만들어줄 일념의 훌륭한 근거가 될 겁니다. 또한 당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그들도 더욱 착하게, 강해질 수 있습니다.(p.138-139)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화를 돋우고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이가 있다. 어떻게 나를 다스려야 하는지 여기에 속 시원한 답이 있다. 반대로 나는 누군가에게 독을 품게 하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갑의 위치에서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때로는 치밀한 계획하에 의도적으로... 독은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어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기억하며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하겠다는 결심이 선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기록한 짤막한 글은 마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한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담은 빛 그림은 글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더 깊은 감상을 돕고...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순수함을 잃어가는 마음을 잠시나마 깨끗이 할 수 있었다. 상처를 극복하고, 팍팍한 일상을 훈훈하게, 각박한 세상을 긍정적으로, 나만이 아닌 우리가 더불어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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