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 사중주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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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키 아사코, 김난주 역, [달콤 쌉싸름 사중주], 한스미디어, 2016.

Yuzuki Asako, [AMAKARA QUARTET], 2011.

아, 내가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구나~ 살짝 유치하면서 발랄한 드라마 같은 소설을... 자아의 발견이고, 완전히 취향 저격이다. 유즈키 아사코의 연작 단편 [달콤 쌉싸름 사중주]는 서른을 앞둔 네 여자의 일과 사랑, 음식과 우정에 관해서이다. 여자에게 서른이라는 나이는 어떤 의미일까? 경력을 쌓아야 하고, 가슴 뛰는 사랑을 해야 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겨야 하고, 진한 우정을 유지해야 하는...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때이다.

사랑하는 유부초밥

수줍은 아마쇼쿠

가슴 술렁이는 하이볼

바쁜 와중에 고추기름

설음식 사중주

구즈하라 사키코는 피아노를 가르치고, 후카자와 유카코는 요리 블로거이다. 다치바나 마리코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이고, 시마다 가오루코는 출판 편집자이다. 네 친구는 한 달에 한 번 사키코의 집에서 모임(파티)을 하는데, 열네 살 때부터 이어온 소중한 습관이다. 성격이나 하는 일은 전부 제각각이지만, 중학생 시절부터 이어온 우정이다. 이들에게 한 가지 흥미로운 약속(규칙)은 '일과 연애의 기회는 우정보다 우선한다'(p.220)이다...ㅋㅋ

"우리가 이렇게까지 나설 수 있었던 건 사키코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네가 우리를 움직이게 한 거라고. 친구의 능력은 곧 나의 능력, 그 정도는 뻔뻔해도 좋잖아. 안 그러면 늘 친구들과 비교만 하면서 시시하게 살 뿐이라고."(p.41)

사키코는 불꽃축제에 갔다가 우연히 손이 큰 남자로부터 유부초밥을 얻어먹는다. 지금까지 먹어 본 유부초밥 중에서 최고의 맛... 연락처를 모르는데, 그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한다. 이 얘기를 들은... 가오루코는 출판사의 맛집 기자를 대동해 도쿄 전역의 유명 식당을 방문하고, 마리코는 남자 친구와 동호회(연구회)를 조사하고, 유카코는 그 특별한 맛을 재현해 보려고 한다. 유리구두로 신데렐라를 찾았듯이 유부초밥의 맛으로 남자를 찾아야 한다.

"유카코는 그냥 유카코 스타일대로 하면 돼. 다른 사람 눈만 의식하느라 갖고 있는 가능성을 버리면 안 되지."(p.85)

유카코는 따라 하기 쉬운 요리로 인기 있는 블로거이다. 레시피를 모은 단행본 출간을 앞두고 뜻하지 않게 악플에 시달린다. 안티 게시판에서 베끼기 논란이 있고, 이것을 본 그녀는 의기소침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사키코와 마리코와 가오루코는 집으로 찾아가서 컴퓨터를 끄고, 화분에 물을 주고, 목욕을 시키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그리고 유카코의 어린 시절 맛의 기억과 친구를 찾는다.

"미안해요. 당신이 싫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마리코 편이에요. 안녕히 계세요."(p.130)

마리코의 남자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이 도쿄에 올라와 술집을 차렸다고 한다. 하이볼과 안주를 잘 만드는 어린 시절의 친구, 그것도 술집 여주인이라는 것은 충분히 의심 가는 상황이다. 사키코와 유카코와 가오루코는 몰래 술집에 찾아가 하이볼을 주문한다. 덩치 큰 여자가 만든 하이볼은 다른 맛이 있다. 의심은 풀렸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모델이 무슨 필요가 있어. 아내는 이래야 한다, 엄마는 이래야 한다, 그런 거 신경 쓸 필요 없잖아!"

유카코의 격한 발언에, 가오루코가 깜짝 놀라 얼굴을 들었다.

안이하게 '이상적인 아내' 이미지를 추구하는 출판사나 드라마에는 염증이 났다. 자신은 어쩌다 요리를 잘하고, 그것을 일로 하고 있을 뿐이지 누구든 집에 무슨 행사가 있다고 과자를 척척 구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이든 육아든 집안일이든, 전부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매스컴이 강요하는 이미지에 괴로워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키가 커서 자기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가오루코의 어깨를 꼭 껴안았다.

"부모님은 부모님이고, 가오루코 너는 너야. 너는 너만의 가정을 꾸리면 돼. 남편도 있고, 우리도 있으니까!"(p.163)

가오루코는 결혼하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 단란한 가정을 꾸릴 것으로 생각했다. 이혼 가정에서 자라나 더욱 가정에 충실하고, 일도 성공하는 이상적인 아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일도 가정도 뭐 하나 제대로인 것이 없다. 밤늦은 퇴근, 지친 몸으로 집에 오면서 신혼인데도 출장 간 남편을 고마워하고,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하지 못한다. 이러한 때 누군가 집 앞에 고추기름 한 병을 놓고 간다. 살짝 뿌리기만 해도 음식의 풍미와 맛을 살려서 일상을 회복하는 것 같다. 누가 보낸 것일까?

사키코는 아직 보지 못한 나머지 찬합 하나를 상상했다. 가능성의 찬합. 거기에는 뭐가 들어갈까. 가오루코와 시어머니의 새로운 관계일까, 또 새로 시작된 마리코의 사랑? 유카코의 요리 연구가로서의 새로운 비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려 한다. 새로운 일과 그 사람과의 관계. 괜찮아. 우리에게는 언제나 가능성이라는 이름의 아군이 있으니까. 넷이서 하나. 하지만 혼자서도 얼마든지 열심히 노력할 수 있다.(p.285)

스물아홉 마지막 12월 31일, 이제 곧 서른 살이다. 결혼하고 처음 새해를 맞는 가오루코는 시어머니에게 4단 찬합 설음식을 대접하기로 했다. 내일 시어머니가 오기 전까지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데, 나머지 세 친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계획은 각자 일을 마치면 가오루코의 집에 모여 준비한 음식으로 4단 찬합을 만들고, 저녁으로 해넘이 메밀국수와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폭설로 모든 게 꼬인다. 사키코는 아르바이트하고 오는 길에 철도 운행 중단으로 발이 묶이고, 마리코는 백화점 새해 이벤트 준비로 야근을, 유카코는 방송국 촬영에 붙잡힌다. 더구나 가오루코의 시어머니는 하루 일찍 왔다. 초조하고 숨 막히는 전개... 그녀들의 새해맞이는 아주 혹독하다.

사람을 가리지 않는 우정, 개성 있는 네 여자 캐릭터가 사랑스럽다. 누군가에게 도움받기를 끔찍이 꺼리는 일본의 정서, 우리하고 매우 다른 여성성을 볼 수 있다. 갈등을 키우고 경쟁하기보다 격려와 응원을, 손익을 따지며 상처 주기보다 화해와 협력을 말한다. '일과 연애의 기회는 우정보다 우선한다'(이것이 명확하지 않아 얼마나 많은 다툼이 있는가?)는 명언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의 건강한 메시지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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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눈꽃에디션)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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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 김은모 역, [수상한 중고상점], 놀, 2022.

Michio Shusuke, [KASASAGITACHI NO SHIKI], 2011. 2014.

수상한 시리즈의 전성시대인가 보다(이미 유행이 지났을 수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동 시리즈가 있고, 집 모양을 표지로 하는 힐링 시리즈가 있다.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 [수상한 중고상점]은 굳이 따지자면, 힐링 미스터리라고 해야 하나..? 국내 번역은 2011년에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으로, 2022년에 [수상한 중고상점]으로 개정 출간했다.

미치오 슈스케를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위의 호평(모두 그를 좋아하고, 별로라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때문에 몇 번을 시도했지만, 완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터팬 콤플렉스라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최근작은 딱히 그렇지 않은듯하고...), 또는 중요 인물로 등장시킨다는 서평을 읽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졸리고, 청소년기의 얽히고설킨 거친 인생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봄, 까치로 만든 다리

여름, 쓰르라미가 우는 강

가을, 남쪽 인연

겨울, 귤 나무가 자라는 절

내 마음은 완전히 열리지 않았지만, 왜 그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캐릭터에 공을 들이고, 이야기의 짜임새와 구조가 좋아서 미스터리의 교과서 같은 인상을 받았다. 적자에 시달리는 중고상점을 배경으로... 동갑내기 친구, 엉뚱한 추리력을 발산하는 점장 가사사기 조스케와 아무도 모르게 뒤처리(뒷감당)를 감행하는 부점장이자 직원 히구라시 마사오... 그리고 정체불명의 중학생 소녀 미나미 나미... 세 명은 우당탕탕 사건에 휘말린다.

"영의 무생물 이동의 법칙이라. '움직이지 않는 물건이라도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는 곳까지는 이동할 수 있다......' 과연."(p.13)

"머피의 법칙 가운데 네게 도움이 될 만한 문장이 하나 있지. 오브라이언의 고찰. '어떤 물건을 가장 빨리 찾아내려면, 그것이 아닌 다른 물건을 찾으면 된다'. "(p.25-26)

"제이컵의 법칙. '잘못을 범하는 것은 인간다운 일이다. 그렇지만 다른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더욱 인간다운 일이다.'"(p.77)

"볼드리지의 법칙. '무슨 일에 말려들지 사전에 알고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p.158)

"울프가 말한 기회의 법칙...... '시작하기에 좋은 장소란 지금 당신이 있는 바로 그곳이다.'"(p.203)

"'만약 처음에 성공하더라도 깜짝 놀란 표정은 짓지 마라'...... 나도 원, 멜닉의 법칙을 완전히 잊고 있었어."(p.252)

이전의 진지한 분위기하고 다르게 글을 썼다는데, 시트콤처럼 경쾌한 분위기이다. 히구라시는 프로레슬러 같이 생긴 주지로부터 중고매입 바가지를 쓰고 돌아온다. 방과 후 온종일 중고상점에 있는 나미는 한 마디를 하고, 가사사기는 머피의 법칙을 읊조린다. 그리고 이상한 손님... 청동 제품을 만드는 회사 사람이 청동 제품을 사러 오고, 목공점에 배달을 가니 방화 사건이 있었고, 가재도구를 보러 간 집에서 도난 사건이 일어나고, 귤을 따먹으러 절에 갔다가 주지 스님의 사연을 접한다. 모른 척, 그냥 지나쳐도 될 일을... 가사사기는 오지랖 탐정 부심을 부리고, 히구라시는 측은지심으로 뒤처리한다. 이 과정이 유쾌하다.

"뭐든지 매입합니다"

...

"비싸게 사서 싸게 팝니다"(p.10)

"어째서 강이 굽이굽이 휘어져 있는지 아시나요?"

대답은 없었다. 그래도 나는 말을 이었다.

"물이 높은 곳을 피해서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은 이렇게 구부러지면서 뻗어나가지요. 이 강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좌우로 심하게 구부러져 있어요. 하지만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p.142)

-남자는 여자를 위해 몰래 도움이 되고자 하는 법이거든.(p.239)

"알겠느냐, 소친. 언젠가 가르쳐준 대로 귤은 접목으로 늘리는 거다. 우리 밭의 귤나무도 가지에 열리는 열매는 온주귤이지만 뿌리와 줄기는 온주귤이 아니야, 기주귤이지. 하지만 맛있지?"

소친은 고개를 끄덕했다. 주지는 반들반들하게 깎은 아들의 머리에 다정하게 손을 올렸다.

"생각해보려무나, 소친. 맛있는 온주귤 열매가 자신의 줄기와 뿌리는 온주귤이 아니라고 고민한다면 웃어넘기고 싶지 않겠느냐?"(p.317)

작가는 왜 중고상점을 배경으로 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독자에게 뭐든지 팔 수 있고, 비싸게 팔고 싸게 사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의 복잡한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은 빠르게 정리하고, 필요한 것은 쉽게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그렇다면 주지 스님이 진정한 승자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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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목욕탕
마쓰오 유미 지음, 이수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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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오 유미, 이수은 역, [수상한 목욕탕], 문예춘추사, 2022.

Matsuo Yumi, [ARASHI NO YU HE YOKOSO !], 2021.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목욕탕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그래서 뭔가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고 싶었는데, 음... 절반의 성취와 여전히 의문이 남는 소설이다. 수상함을 콘셉트로 하는 작가의 의도는... 시작은 동화 같고, 전개는 탐정 미스터리이며, 갑작스러운 이세계 판타지와 로맨스로 절정에 이르더니, 어정쩡한 결말로 마무리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마쓰오 유미의 희한한 소설 [수상한 목욕탕]이다.

"옛날식 공중목욕탕, 흔히 말하는 대중목욕탕 건물과 그 토지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그다지 신식 건물이 아니고, 입지로 봐도 역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어요. 사업이라는 건 그 목욕탕의 경영입니다. 아주 순조롭다고 할 순 없지만, 매우 적기는 해도 계속해서 흑자를 내고 있어요. 그리고 그 사업 - 목욕탕 경영을 가능한 한 계속해나가며, 건물과 현재 근무하는 두 직원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상속 조건에 해당합니다."(p.23-24)

사쿠마 리오와 사쿠마 사오 자매는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잃고, 3년 전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동생 사오는 학교에서 어떤 사건(?)에 휘말려 등교를 거부하고, 집에서 살림을 한다. 언니 리오는 직장에 다니지만, 회사의 사업 축소로 생활이 위태로운 상태이다. 이러한 때... 존재를 알지 못했던 외삼촌의 사망과 유산으로 목욕탕을 남겼다는 소식을 접한다. 언덕 위의 오래된 목욕탕, 자매는 행운목욕탕을 상속받는다. 동화 같은 시작이다.

"우리가 물어보는 게 다양하거든. 의논해도 별수 없는 것도 있었겠지만,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고 사실 의논할 것까지도 없는 내용도 많았을 거야. 근데 그 중간? '답이 나올 것 같은데 안 나오는' 그런 고민도 있잖아? 왜 아까 말한 '목에 걸린 가시'처럼"

...

어쩌면 목욕탕의 단골들, 혹은 그중 일부는 삼촌이 그런 식으로 '가시'를 제거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언덕을 올라 행운 목욕탕을 찾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66-67)

자매는 목욕탕에 딸린 집으로 이사하고, 외국인(?)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고, 예전처럼 사오는 집안일을 리오는 목욕탕 카운터를 보며 영업을 재개한다. 노인 손님의 입소문 네트워크, 행운목욕탕에 단골이 있는 것은 고민 해결 때문이다. 삼촌은 지난 15년간 목에 걸린 가시 같은 고민을 듣고, 그것을 제거하는 역할을 했다. 단골을 유지하기 위해 리오는 손님의 얘기를 들어주고, 사오는 명탐정이 되어 해답을 찾아낸다. 여기까지는 아주 흥미롭다.

"예전에 내가 말했잖아. 글렌은 돌을 깎아서 만든 인형이고, 엘렌은 물가의 나무를 깎아서 만든 인형이라고."(p.121)

"그들이 야기할 혼란을 막기 위해서 저희들이 실시하고 있는 작전이 바로 '불의 그물'입니다. 지구상의 여러 지점에서 '그들'의 침입을 막아내는 힘을 지닌 '특별한 불'을 피우는 거죠"(p.153)

목욕탕 경영의 비밀, 갖가지 사연과 고민 해결, 등교를 거부하는 사오의 과거와 세상으로의 발돋움... 수상한 목욕탕 행복목욕탕에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따뜻한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응? 죽음과 환생, 초월자와 세계질서, 정령과 마물이 등장하고... 응? 선과 악의 전투, 불의 그물을 위한 작전 거점으로의 목욕탕... 응? 여기에 연애 감정이 펼쳐지고... 아, 혼란하다. 일부러 쉬운 책을 찾아 읽은 것인데,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하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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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오브 투모로우 : All You Need is Kill - 개정판
사쿠라자카 히로시 지음, 김용빈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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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자카 히로시, 김용빈 역, [엣지 오브 투모로우], Premium extreme novel, 2014.

Sakurazaka Hiroshi, [ALL YOU NEED IS KILL], 2004.

이런 책도 있구나... 도서관의 일본소설(?)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 2014)의 원작인데,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이다. 나무위키에서는 라이트노벨 - SF - 루프 물로 분류하는데, 그렇다면 처음으로 읽은 라노벨이다. 일러스트를 포함한 원작은 [올 유 니드 이즈 킬]이라는 제목으로 2004년에, 국내 번역은 2007년에 출간했다. 영화 개봉과 함께 일러스트 없이 [엣지 오브 투모로우]라는 제목으로 2014년에 재출간했다.

죽음이라는 존재는 당돌하고, 눈 깜짝할 사이이며, 용서를 모른다.

그나마 생각할 틈도 없이 목숨을 빼앗기는 자는 행운아다. 수많은 병사들은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파열되고, 자기 몸 아래에 커다란 피 웅덩이를 만들고도 괴로워한다. 배후에서 사신이 다가와 얼음장 같은 손으로 목을 조를 때를 진흙 속에서 호흡하면서 고독하게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다.

만약 천국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곳은 틀림없이 차가운 장소일 것이다. 틀림없이 어두운 장소일 것이다. 틀림없이 외로운 장소일 것이다.

나는 공포에 떤다.

떨리는 팔로, 굳어 버린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고 달아오른 총탄을 흩뿌리며 사신을 쫓아낸다.(p.9)

공상과학? 환상문학? 어쨌든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생각하고 다르게) 시작부터 전장의 공포와 죽음에 관한 문장은 절대 가볍지 않다. 키리야 케이지는 훈련소를 갓 나온 초년병이다. 통합방역군JP 301사단 장갑화 보병 12연대 3대대 17중대 146명은 코토이우시 섬의 북단을 방어한다. 복합장갑으로 만든 기동 재킷을 입고, 20밀리 기관총과 로켓 런처... 등으로 무장하고 작전에 투입된다. 그들의 적은 기타이라고 불리는 괴물이다.

키는 인간보다 작다. 재킷병의 어깨 정도다. 사람을 수직으로 세운 봉이라고 한다면, 키타이의 외형은 항아리다. 거기에 팔다리가 네 짝, 꼬리가 한 짝 붙어 있다. 부풀어 오른 개구리의 익사체가 떠오르는 것 같다고 우리는 늘 말하곤 했다. 생물학적으로는 개구리보다 불가사리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이놈들은 사람보다 사이즈가 작아서 공격을 해도 맞히기가 어렵고, 그러면서도 인간보다 중량이 더 나간다... 짧은 팔을 한 번 휘두르기만 해도 사람의 몸은 가볍게 산산조각 난다. 분출공이라 불리는 구멍에서 쏴대는 스피어 탄은 40밀리 기관포와 동등한 위력이다.(p.16-17)

기타이는 고통과 죽음의 공포를 몰고 다니는데, 인류는 첨단 과학으로 무장하고도 괴생명체와 싸우는 것은 힘겹다. 리타 브라타스키는 US특수부대 소속의 정예병으로 전신을 붉게 칠하고, 배틀 액스를 휘두르며, 전장의 암캐라고 불린다. 맹렬한 적의 공격으로 케이지가 쓰러졌을 때 그녀는 다가와 엉뚱한 질문을 한다. "일본의 레스토랑에서는 밥을 먹고 나면 그린 티를 공짜로 준다고 책에 쓰여 있던데, 사실인가?" 뭔가 강렬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만남이다.

베갯머리에 있던 유성 펜으로 왼쪽 손등에 '5'라고 썼다.

이 작은 숫자가 내 싸움의 시작이다.

가져가 주마. 이 세상에서 최고의 물건을 다음 날로 가져가 주마. 적탄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고, 기타이를 한 방에 보내 버리겠다. 만약 리타 브라타스키가 엄청난 전투 기술을 몸에 익힌 인간이라면, 무한의 시간을 써서 나도 거기까지 도달해 주마.(p.90)

의식의 소멸 후에 다시 시작하는 하루... 케이지는 시간의 반복에 갇힌다. 하루 훈련과 다음 날의 실전, 죽으면 시간은 리셋된다. 같은 날의 반복... 케이지는 왼쪽 손등에 반복의 횟수를 쓰고, 루프(loop)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다. 그리고 158번째 반복된 전쟁터를 누비고 있을 때, 전파를 타고 들어온 리타의 목소리... "너 지금 몇 번째냐?" 159번째 반복에서 케이지는 그녀를 찾아가 "일본 레스토랑의 그린 티는 분명히 공짜다"라는 말을 한다.

나는 기타이의 꿈을 옆에서 훔쳐보고 있었던 거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리타에게 도움 받은 첫 번째 전장에서 나는 우연히 서버라고 불리는 기타이를 쓰러뜨렸다. 두 번째부터 158번째까지 기타이 서버를 쓰러뜨린 것은 리타다. 하지만 나와의 사이에 전기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루프에 휘말린 것은 그녀가 아닌 나였다.

기타이의 반복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미래를 바꾸는 능력이다.(p.222)

20년의 전쟁, 우주에서 날아온 생명체는 심해에 자리잡고... 기타이는 토양을 파먹으며 유해물을 배설한다.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데, 토지는 사막화 바다는 탁한 녹색으로 변한다. 처음에 지상에 올라온 기타이는 강력한 존재가 아니었지만, 내성과 진화를 거듭하며 인류의 존망을 위협한다. 그들은 시간을 되돌려서 미래를 유리하게 바꾸는 능력이 있다.

영화가 유럽을 배경으로 윌리엄 빌 케이지의 루프와 괴생명체를 물리치는 이야기-전쟁에서의 승리라면, 소설은 일본을 배경으로 키리야 케이지와 리타 브라타스키의 얽힌 루프에서 탈출하는 내용-전투에서의 승리이다. 전쟁의 여신이 되기까지 리타의 과거를 자세히 볼 수 있고, 영화하고는 전혀 다른 결말이다(영화의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리타를 중심으로 한 프리퀄이 아닐까? 한다). SF 묘사는 일러스트를 포함하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 소설과 영화의 각본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고... 드물게 원작보다 영화가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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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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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 이선희 역, [루스벨트 게임], 인플루엔셜, 2020.

Ikeido Jun, [ROOSEVELT GAME], 2012.

"8 대 7일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라고 한 것에서 유래되었지. 일명 루스벨트 게임(한국에서는 '케네디 스코어'라는 말로 알려져 있다)이라고 한다네."(p.280)

야구와 경영을 접목한 소설이다. (일본에서 실제로 쓰는 말인지 모르겠...;;) 제목인 '루스벨트 게임'은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 스코어는 8 대 7이다"라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이라고 한다. (제목이 스포일러이고...;;) 야구의 데이터 분석과 기업의 경영철학이 맞물려... 생존을 위한 기업 간의 투쟁과 승리를 향한 야구팀의 분투를 박진감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이라는 소재로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의 능력이 놀랍다.

"지금처럼 불경기가 계속되면 언젠가 워크셰어링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앞으로 정규 직원의 급여나 고용에 칼을 들이대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 절감의 노력을 보여주어야 하겠지요. 야구팀에 3억 엔을 사용하면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이자고 말하면 씨도 먹히지 않을 겁니다."(p.23-24)

"영업을 하러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 같은 전자부품 제조업체는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사회인야구를 하는 덕분에 '아하! 회사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요. 이건 영업할 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야 예전에는 성적이 좋았으니까 그렇지."(p.25)

아오시마제작소는 중견 전자부품 제조업체로 연 매출은 500억 엔이고, 경상이익은 약 40억 엔이다. 여기서 매년 사회인(실업) 야구팀 운영에 3억 엔을 지출하고 있다. 한때는 호황으로 경영이 안정적이고, 야구팀 또한 연승을 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금융위기와 함께 경기 침체로 경영이 악화되고, 야구팀은 연패로 위축되어 있다. 더구나 감독은 팀의 에이스 선수 두 명을 데리고 경쟁사인 미쓰와전기로 가버린 상황... 새 감독을 뽑았지만, 회사 내에서는 구조조정과 야구팀의 해체를 논의한다.

"이 팀에는 훌륭한 선수들이 많아. 그들의 힘이 백이라면, 지난 몇 년간은 50퍼센트밖에 사용하지 않았지. 그걸 백 퍼센트까지 끌어올리는 게 내 역할이야."(p.40)

뒤떨어진 기술력을 영업력으로 만회하고 있다는 뒷이야기를 들을 만큼 미쓰와전기의 영업조직은 굳건한데, 그런 조직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반도였다.(p.134)

작업복을 입고 등장한 감독 다이도는 대학에서 스포츠과학-야구통계학을 공부하고, 고등학교 야구부를 지도하다가 처음으로 아오시마제작소 실업팀을 맡게 된다. 실력이 알려지지 않은 감독은 아마추어 이상, 프로 미만의 실력을 지닌 비정규직 선수들을 데리고 데이터 야구를 시작한다. 고참 선수와 신참 선수를 구분 없이 대하고, 스코어북 데이터를 세심하게 기록하며... 타율보다 출루율을, 수비 실책보다 타점 능력을 보고... 약한 투수력을 타격전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아오시마제작소는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고, 규모가 있는 미쓰와전기는 폭넓은 영업력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이다. 전자부품 생산, 이미지센서 납품 등으로 경쟁 중이고, 야구도 라이벌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와 미쓰와의 문화는 너무나 다릅니다."

똑같이 전자부품을 취급하는 회사이지만, 아오시마제작소는 지금까지 항상 새로운 제품을 추구해왔다. 한편 미쓰와전기는 앞장서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지 않고, 잘 팔리는 타사 제품을 모방한 유사품을 만드는 방법으로 성장해왔다.

세상 사람들이 받아들일지 말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제품을 개발하기보다, 다른 회사가 먼저 개발해 좋은 실적을 거둔 제품의 유사품을 만드는 편이 저렴한 비용으로 돈을 벌수 있기 때문이다. 미쓰와전기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그런 회사들이 적지 않다.(p.156)

그는 사장이 되어도 컨설턴트 시절과 똑같은 사고방식으로 회사를 보았다. 그곳에는 실적을 나타내는 숫자는 있어도 직원들의 인생과 미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없었다. 그것이 창업자인 아오시마와 호소카와의 차이였던 것이다.

일하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지 부품이 아니다.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지금까지 모든 것의 효율만 따졌는지도 모른다......(p.217)

불황은 생산 축소, 납품가 하락, 은행권 압력... 등으로 이어져 기업의 존속마저 위태롭게 한다. 구조조정과 야구팀 해체는 기정사실이 되고... 이러한 때 미쓰와전기는 아오시마제작소에게 합병을 제안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기업문화... 호소카와 사장은 회사가 돈을 벌어도 직원이 불행하면 의미가 없고, 직원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비로소 경영이 성공한 것이라는 창업주의 경영이념을 깨닫게 된다. 효율과 실적이라는 숫자 뒤에는 사람이 있다.

어디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지만,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는... 글로벌 기업 중에서 기술과 혁신으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있고, 모방과 유사품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두 기업(?)을 모델로 하지는 않았겠지...;;ㅋㅋ

야구팀은 단순한 취미 생활도, 쓸데없는 비용도 아니다. 아오시마제작소에 필요하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야구팀은 아오시마제작소의 정체성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정체성은 내적인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외치는 회사의 방침이자 중요한 철학이다.

하지만 그것을 은행이 이해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명확한 숫자로 나타내야 한다. 아오시마제작소에 야구팀이 얼마나 공헌하고 있는지, 금액으로 확실히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p.333)

"내가 야구팀을 만들기로 결심한 건 회사를 만든 지 7년째였지. 운 좋게 고도성장기의 파도를 타고 작은 차고에서 만든 영세 기업이 성장의 계단을 뛰어오를 때였네. 그때는 5백여 명의 직원들이 매일 땀투성이가 되어 아침부터 밤까지 정신없이 일했지. 밤늦게까지 야근하거나 휴일에도 회사에 나오는 건 늘 있는 일이었다네. 그래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모두 열심히 일했지. 그런 직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그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네. 그 결과 야구팀을 만든 걸세."(p.341-342)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쉽지 않은 결정을 하고... 늘 그렇듯이 기업은 회생하고, 야구 시합은 이긴다. 클리셰 남발과 뻔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오시마제작소의 야구팀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아니라 기업의 역사이고, 가치이고, 철학이다. 길고 장황한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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