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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눈꽃에디션)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미치오 슈스케, 김은모 역, [수상한 중고상점], 놀, 2022.
Michio Shusuke, [KASASAGITACHI NO SHIKI], 2011. 2014.
수상한 시리즈의 전성시대인가 보다(이미 유행이 지났을 수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동 시리즈가 있고, 집 모양을 표지로 하는 힐링 시리즈가 있다.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 [수상한 중고상점]은 굳이 따지자면, 힐링 미스터리라고 해야 하나..? 국내 번역은 2011년에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으로, 2022년에 [수상한 중고상점]으로 개정 출간했다.
미치오 슈스케를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위의 호평(모두 그를 좋아하고, 별로라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때문에 몇 번을 시도했지만, 완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터팬 콤플렉스라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최근작은 딱히 그렇지 않은듯하고...), 또는 중요 인물로 등장시킨다는 서평을 읽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졸리고, 청소년기의 얽히고설킨 거친 인생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봄, 까치로 만든 다리
여름, 쓰르라미가 우는 강
가을, 남쪽 인연
겨울, 귤 나무가 자라는 절
내 마음은 완전히 열리지 않았지만, 왜 그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캐릭터에 공을 들이고, 이야기의 짜임새와 구조가 좋아서 미스터리의 교과서 같은 인상을 받았다. 적자에 시달리는 중고상점을 배경으로... 동갑내기 친구, 엉뚱한 추리력을 발산하는 점장 가사사기 조스케와 아무도 모르게 뒤처리(뒷감당)를 감행하는 부점장이자 직원 히구라시 마사오... 그리고 정체불명의 중학생 소녀 미나미 나미... 세 명은 우당탕탕 사건에 휘말린다.
"영의 무생물 이동의 법칙이라. '움직이지 않는 물건이라도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는 곳까지는 이동할 수 있다......' 과연."(p.13)
"머피의 법칙 가운데 네게 도움이 될 만한 문장이 하나 있지. 오브라이언의 고찰. '어떤 물건을 가장 빨리 찾아내려면, 그것이 아닌 다른 물건을 찾으면 된다'. "(p.25-26)
"제이컵의 법칙. '잘못을 범하는 것은 인간다운 일이다. 그렇지만 다른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더욱 인간다운 일이다.'"(p.77)
"볼드리지의 법칙. '무슨 일에 말려들지 사전에 알고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p.158)
"울프가 말한 기회의 법칙...... '시작하기에 좋은 장소란 지금 당신이 있는 바로 그곳이다.'"(p.203)
"'만약 처음에 성공하더라도 깜짝 놀란 표정은 짓지 마라'...... 나도 원, 멜닉의 법칙을 완전히 잊고 있었어."(p.252)
이전의 진지한 분위기하고 다르게 글을 썼다는데, 시트콤처럼 경쾌한 분위기이다. 히구라시는 프로레슬러 같이 생긴 주지로부터 중고매입 바가지를 쓰고 돌아온다. 방과 후 온종일 중고상점에 있는 나미는 한 마디를 하고, 가사사기는 머피의 법칙을 읊조린다. 그리고 이상한 손님... 청동 제품을 만드는 회사 사람이 청동 제품을 사러 오고, 목공점에 배달을 가니 방화 사건이 있었고, 가재도구를 보러 간 집에서 도난 사건이 일어나고, 귤을 따먹으러 절에 갔다가 주지 스님의 사연을 접한다. 모른 척, 그냥 지나쳐도 될 일을... 가사사기는 오지랖 탐정 부심을 부리고, 히구라시는 측은지심으로 뒤처리한다. 이 과정이 유쾌하다.
"뭐든지 매입합니다"
...
"비싸게 사서 싸게 팝니다"(p.10)
"어째서 강이 굽이굽이 휘어져 있는지 아시나요?"
대답은 없었다. 그래도 나는 말을 이었다.
"물이 높은 곳을 피해서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은 이렇게 구부러지면서 뻗어나가지요. 이 강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좌우로 심하게 구부러져 있어요. 하지만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p.142)
-남자는 여자를 위해 몰래 도움이 되고자 하는 법이거든.(p.239)
"알겠느냐, 소친. 언젠가 가르쳐준 대로 귤은 접목으로 늘리는 거다. 우리 밭의 귤나무도 가지에 열리는 열매는 온주귤이지만 뿌리와 줄기는 온주귤이 아니야, 기주귤이지. 하지만 맛있지?"
소친은 고개를 끄덕했다. 주지는 반들반들하게 깎은 아들의 머리에 다정하게 손을 올렸다.
"생각해보려무나, 소친. 맛있는 온주귤 열매가 자신의 줄기와 뿌리는 온주귤이 아니라고 고민한다면 웃어넘기고 싶지 않겠느냐?"(p.317)
작가는 왜 중고상점을 배경으로 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독자에게 뭐든지 팔 수 있고, 비싸게 팔고 싸게 사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의 복잡한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은 빠르게 정리하고, 필요한 것은 쉽게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그렇다면 주지 스님이 진정한 승자이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