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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목욕탕
마쓰오 유미 지음, 이수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7월
평점 :
마쓰오 유미, 이수은 역, [수상한 목욕탕], 문예춘추사, 2022.
Matsuo Yumi, [ARASHI NO YU HE YOKOSO !], 2021.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목욕탕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그래서 뭔가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고 싶었는데, 음... 절반의 성취와 여전히 의문이 남는 소설이다. 수상함을 콘셉트로 하는 작가의 의도는... 시작은 동화 같고, 전개는 탐정 미스터리이며, 갑작스러운 이세계 판타지와 로맨스로 절정에 이르더니, 어정쩡한 결말로 마무리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마쓰오 유미의 희한한 소설 [수상한 목욕탕]이다.
"옛날식 공중목욕탕, 흔히 말하는 대중목욕탕 건물과 그 토지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그다지 신식 건물이 아니고, 입지로 봐도 역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어요. 사업이라는 건 그 목욕탕의 경영입니다. 아주 순조롭다고 할 순 없지만, 매우 적기는 해도 계속해서 흑자를 내고 있어요. 그리고 그 사업 - 목욕탕 경영을 가능한 한 계속해나가며, 건물과 현재 근무하는 두 직원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상속 조건에 해당합니다."(p.23-24)
사쿠마 리오와 사쿠마 사오 자매는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잃고, 3년 전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동생 사오는 학교에서 어떤 사건(?)에 휘말려 등교를 거부하고, 집에서 살림을 한다. 언니 리오는 직장에 다니지만, 회사의 사업 축소로 생활이 위태로운 상태이다. 이러한 때... 존재를 알지 못했던 외삼촌의 사망과 유산으로 목욕탕을 남겼다는 소식을 접한다. 언덕 위의 오래된 목욕탕, 자매는 행운목욕탕을 상속받는다. 동화 같은 시작이다.
"우리가 물어보는 게 다양하거든. 의논해도 별수 없는 것도 있었겠지만,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고 사실 의논할 것까지도 없는 내용도 많았을 거야. 근데 그 중간? '답이 나올 것 같은데 안 나오는' 그런 고민도 있잖아? 왜 아까 말한 '목에 걸린 가시'처럼"
...
어쩌면 목욕탕의 단골들, 혹은 그중 일부는 삼촌이 그런 식으로 '가시'를 제거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언덕을 올라 행운 목욕탕을 찾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66-67)
자매는 목욕탕에 딸린 집으로 이사하고, 외국인(?)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고, 예전처럼 사오는 집안일을 리오는 목욕탕 카운터를 보며 영업을 재개한다. 노인 손님의 입소문 네트워크, 행운목욕탕에 단골이 있는 것은 고민 해결 때문이다. 삼촌은 지난 15년간 목에 걸린 가시 같은 고민을 듣고, 그것을 제거하는 역할을 했다. 단골을 유지하기 위해 리오는 손님의 얘기를 들어주고, 사오는 명탐정이 되어 해답을 찾아낸다. 여기까지는 아주 흥미롭다.
"예전에 내가 말했잖아. 글렌은 돌을 깎아서 만든 인형이고, 엘렌은 물가의 나무를 깎아서 만든 인형이라고."(p.121)
"그들이 야기할 혼란을 막기 위해서 저희들이 실시하고 있는 작전이 바로 '불의 그물'입니다. 지구상의 여러 지점에서 '그들'의 침입을 막아내는 힘을 지닌 '특별한 불'을 피우는 거죠"(p.153)
목욕탕 경영의 비밀, 갖가지 사연과 고민 해결, 등교를 거부하는 사오의 과거와 세상으로의 발돋움... 수상한 목욕탕 행복목욕탕에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따뜻한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응? 죽음과 환생, 초월자와 세계질서, 정령과 마물이 등장하고... 응? 선과 악의 전투, 불의 그물을 위한 작전 거점으로의 목욕탕... 응? 여기에 연애 감정이 펼쳐지고... 아, 혼란하다. 일부러 쉬운 책을 찾아 읽은 것인데,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하나...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