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09.9.22~2009.11.6.] 

소설의 작가 '엘리자베스 문'은 미국에서 꽤 유명한 SF소설 작가라고 하는데, 나는 전혀 접해본 적이 없었다.
SF소설로 유명하다길래 이 소설이 SF소설인 줄로만 알았다. 제목도 SF소설의 느낌이 난다. 어둠의 속도.
하지만, 첫장을 펴고 첫 줄을 읽는 순간 낚였다는 생각이 '어둠의 속도'보다 빠르게 뇌리를 스쳤다.
개인적으로 휴머니즘 소설을 싫어하는 편인데, 이런 류의 소설들은 리얼리티를 가장한 교조주의적 계몽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휴머니즘적 소설이라 하기에도 뭔가 아쉬운 점이 있다.
자폐인을 접해본 적이 없어서 자폐증세가 어떤 증상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루'는 단지 내성적인 사람에 불과한 것 같은데, 내성적인 성격이 자폐증은 아니지 않은가?
의학적으로 자폐증은 "외부와 소통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내면세계에 갇혀 현실감을 상실하게 되는 정신질환"이라고 하는데, '루'는 이 정의에 해당하는 증상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평균적 일반인보다 천재적인 학습능력, 더 좋은 직장(프로그래머), 고상한 취미(펜싱, 고전음악)를 갖고 있으며,  단지 일정한 생활영역에 대한 반복성이 강할 뿐이고, 생각이 좀 많을 뿐이다.  일정생활영역에 대한 반복성이 강한 것은 오히려 현대인들의 일반적 생활패턴이 아닐까 싶다.
루와 같은 사람들을 자폐증이라 한다면 도대체 자폐증이 아닌 자들이 얼마나 될까?
심리학에서 떠오르는 자폐증 이론인 ‘마음이론{Theory of Mind : 자폐증은 마음의 특성에 대한 이해의 시스템인 주의공유기제(Shared Attention Mechanism)과  마음이론기제(Theory of Mind Mechanism)가 결여된 마음맹(Mindblindness) 상태라는 이론}’에 의한다 해도 '루'를 자폐인으로 단정짓기에는 무리다.
자폐인과의 경험적 접촉이 전무한터라, 솔직히 전체적으로 별로 공감되는 부분은 없었다. 몇 가지 관심이 증폭되는 2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싱겁게 종결되어 전반적으로 지루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번역이 자연스러워 가독성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소설을 읽으면서 번역자가 번역을 위해 관련 지식을 사전에 익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 역자는 사회복지학과 철학을 전공했을 뿐만 아니라 후기에 자폐증에 관한 사전 학습을 했다는 언급이 있었다. 장인정신이 있는 번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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