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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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기간 : 2008. 7. 11~ 2008. 7. 28. 

고등학생 시절 영화 '터미네이터2'를 보고 나서 한때 SF영화에 몰입했던 적이 있었다. 시간날 때마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SF영화 비디오를 구하러 다녔더랬는데, 그 때는 다른 장르의 영화에 비해 SF영화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예전만큼 열성적이진 않지만 지금도 SF영화를 찾아서 보는 편이다. 그러나 요즘 SF영화는 오히려 90년대 SF영화에 비해 퇴보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약간 든다. 

SF영화를 꾸준히 감상하다보면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즉 대부분의 SF영화는  미래사회를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되면서 독점자본주의와 전체주의가 절묘하게 야합된 사회구조로 상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Demolition Man, Equilibrium, Judge Dredd 등이 그렇다. 즉 발달된 과학기술이 사회안전보호라는 대의적 명분과 결탁하여 전체주의사회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농후함을 묘사하고 있다. 

<멋진 신세계>는 이 모든 SF영화의 종착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래사회의 특징을 종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멋진 신세계>의 가까운 과거가 영화 가타카에서 묘사하는 사회가 아닌지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앤드류 니콜 감독은 아마도 이 소설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티브가 매우 유사했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의 시대적 배경을 A.F 642년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포드의 대량생산체제 시스템이 1900년대 초반에 완성되었니까 대략 A.D 2500년 중반 정도면 <멋진 신세계>에서처럼 인간의 인위적인 대량생산체제로 돌입할 것이라는 예상을 한 듯 싶다. 헉슬리의 가문이 과학자 가문인 것을 상기한다면 그다지 황당무계한 상상만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소위 '맞춤아기(Designer Baby)'는 합법이라는 영국의 판결도 있었고, 미국에서도 신생아의 눈색깔, 모발, 피부색깔까지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는 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보아도 헉슬리가 예상했던 인간생산체제가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런 걱정을 매우 낙천적인 태도로 무시하고 있다는 점과 권력의 인간통제에 대한 자발적인 복종, 여론 조작 등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함께 <멋진 신세계>를 건설중에 있다. 차라리 인간 유전자에 따른 계급화와 인간생산체제사회가 되는 것은 막을 방도가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결국 인간의 존엄성─물론 헌법 제10조에 표현되어 있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정말 존중받고 있는지 여부는 생각해볼 문제이긴 하지만─에 대한 의식은 '역사의 소각장'에서 한 줄기 연기가 되어 사라질 것은 뻔한 일인 것이다. 

그저 내가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그런 세상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단지 바램일뿐인 것이다. 어느 누가 좋은 유전자를 바라지 않을 것이란 말인가? <멋진 신세계>는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 번역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헉슬리의 '서문'을 왜 뺐는지 모르겠다. 다른 번역판의 '서문'을 읽어보니 본문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인 것 같던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둘째, 번역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은 우리나라 번역작품의 공통적인 문제점이다. 1998년에 출간된 2판본임에도 불구하고 맥을 끊는 이상한 단어의 사용과 대화를 문어체 단어로 번역하는 것은 정말 너무하지 않나 싶다. 꼭 번역본의 티를 내야 하는지 번역도 하나의 작품이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번역가들의 프로의식이 너무 아쉽다. 더구나 이 책의 번역자는 영문과 교수님이신데, 이 분이 번역한 것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아마도 자기 이름만 빌려준게 아닐까 싶다. 만약 이 분이 번역했다면 정말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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