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권창은 외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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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2.  3. ~ 2008.  2.  13.

소크라테스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그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알고 있을까?

기껏해야 그가 플라톤의 스승이라는 것, 그의 후원자 크리톤, 독배, 악법도 법이다, 그의 악처였다는 크산티페(과연 악처였을까?) 정도가 내가 아는 단편적인 지식들이다.

사실 소크라테스 철학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흔히 소크라테스를 서양철학의 시조 내지 형이상학의 시조라고 하지만, 그의 철학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모를 뿐더러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다만, 학창시절부터 뇌리에 남아 있던 구호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소크라테스가 했다라는 교육을 받았을 뿐이고, 그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에 대하여 고등학생때까지는 의문을 가졌으며, 법대 법철학 강의시간때 소크라테스가 그런 말을 만약 했다면 실질적 법치주의 시대인 현대에서는 인용해서는 안될 말이며 논리모순이라는 강의를 들었다.

이 논문에서는 소크라테스는 결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플라톤의 저작인 <크리톤>과 <소크라테스의 변명> 등을 분석하고, 국내외 여러 학설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들의 위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과잉의욕이 오히려 독이 되어 결국 소크라테스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으나 그렇게 해석될 만한 말은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권창은 교수는 <크리톤>을 분석하면서 결국 소크라테스를 사형으로 몰고간 불경죄에 관한 법은 악법이 아니고 배심원들의 잘못된 재판이 문제이며, 소크라테스는 인격화된 아테네 법과의 대화를 통하여 잘못된 재판이라도 그것이 법의 효력을 지지해주는 버팀목이기 때문에 그러한 법의 효력을 지키기 위해 탈옥하지 않았다라는 좀 이상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결국 권창은 교수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실체법이 아니라 절차법을 지키기 위해 탈옥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수긍하기 어려웠다.

특히 저자들이 법조계와 법철학 학자인 라드부르흐의 소크라테스 법사상에 대하여  비판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들이 법학분야를 전공하신 분들이 아니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라드부르흐 저서의 전후맥락을 파악하지 않은 채 저자들이 맘에 들지 않는 부분만 들춰 내어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악법과 법>을 논하기 전에 과연 "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체로 법철학계에서는 <악법>이라는 단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데, 법의 성질과 효력에 관한 법철학적 논의를 이해하면 "법"앞에 "악"을 붙이는 것은 논리모순임을 알 수 있다.

즉 악법은 법일 수가 없으며 법이 아니기 때문에 준수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준수할 것을 강요당하면 시민불복종권 행사의 대상이 될 뿐이라는 것이 법학계의 논리이다.

물론 나보다야 더 대단하신 분들이겠지만, 저자들이 법철학과 헌법학에서의 관련 주제에 대해 조금 더 세심하게 고찰했다면 하는 생각을 감히 해봤다.

한편, 소크라테스의 후원자였던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과연 크리톤이 그렇게 후세 사람들로부터 저평가를 받아야 할 만큼 무능하고 무지한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소크라테스가 탈옥하지 않은 이유는 혹시 자신이 70세까지 장수를 하여 살만큼 살았고, 이것 저것 귀찮기도 하고 하여 독배를 마신 것은 아닐까 하는 단순한 생각도 해봤다.

마지막으로, 논문의 문체가 너무 산만하고 장황한데다가 간혹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문장도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나마 정치학 교수인 강정인 교수의 논문은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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