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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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21. ~ 2008.  2.  2.

만약 카이사르가 지금 살아 있다면, 본인이 주인공인 <로마인 이야기 4권>을 읽은 후 뭐라고 평을 했을까?

아마도 카이사르는 나나미에게 "뭐야 이거! 내 작품을 그대로 가져다가 풀과 가위로 오려붙여 만든 거 잖어?"라고 비아냥거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 "풀과 가위"란 표현은 몇 년전에 서울대 법대 양 아무개 교수가 사법시험잡지에서 민법교과서(사실은 교과서라고 할 수도 없지만)의 베스트셀러인 연대 법대 김 아무개 교수의 <민법강의>를 "남의 연구성과물을 풀과 가위로 오려 붙여 만든 쓰레기"라고 힐난하던 표현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를 먼저 접했는데, <로마인 이야기 4권>의 상당부분은 갈리아전기를 그대로 따 온 것이었다.

그나마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에서는 번역자(김한영)가 원문의 잘못된 부분과 연구자들의 잘못된 해석, 카이사르의 이면 의도 및 과장된 표현 등을 적절하게 지적해 주어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나나미의 카이사르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지나쳐 카이사르를 絶對善으로 묘사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심지어는 작가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유치하다고까지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일방적 사랑이기 때문에 독자가 속 시원하게 읽을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것저것 생각하게 만들면 골치만 아플 터이니... 바로 이 점이 베스트셀러가 된 요인이 아닐까 싶으나, 과연 서울대에서 권장한다는 100권에 포함될 만한 책인가는 의문이다.

<로마인이야기 4권>을 읽다보면 지도자가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저자의 논리가 카이사르의 행태를 빌려 교묘하게 세뇌되고 있다. 또한 저자의 일반 국민에 대한 폄하적인 사상, 엘리트주의 등이 절묘하게 역사적 사실로 버무려진 채 <로마인이야기 4권>에 녹아 있는 것을 읽으면서 기득권층이나 기업계에서 얼씨구나 좋아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로마의 갈리아 지배와의 관계를 논한 대목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과거 식민지지배에 대하여 감사하지 못하고 쫑알쫑알댄다고 비아냥거리는 듯 암시하는 대목이 있어 완전 기분 잡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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