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야사록 1 - 실록이 전하지 못하는 놓쳤던 조선사
최범서 지음 / 가람기획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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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이 전하지 못하는 놓쳤던 조선사, 라는 부제만으로도 이 책속에 담긴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런 줄 모르고 읽었는데 2003년에 출간했던 <야사로 보는 조선의 역사>를 새롭게 구성한 개정판이란다. 그런데 아쉽게도 명종까지다. 그러니 그 다음이 궁금하다면 2권을 기다릴 수 밖에 없겠다. 역사를 들줘볼 때 正史와 野史를 예로 드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正史보다는 野史가 더 재미있다. 野史라고하면 보통은 그저 누군가에게서 흘러나온 이야기라거나 전해들은 이야기쯤으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저 떠도는 이야기를 野史라고 말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어진 원천석의 예를 들어보자. 원천석은 고려말에서 조선초까지의 문신으로 두문동 72현의 한사람이다. 그가 만년에 야사 6권을 저술하고 상자에 넣어 자물쇠를 채우고 ' 내 자손이 만일 나와 같지 않으면 열어보지 말라.'는 글을 써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증손대에 이르러 상자를 열어보게 되었다. 상자 안에서 나온 것은 고려 말의 역사를 직접 기록한 것이어서 자손들은 화를 당할까 두려워 불살라버렸다고 한다. 귀중한 역사의 기록이 재로 변했음에도 지금의 우리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보라. 아무래도 正史는 관료의 입장에서 기록하는 것이다보니 알게 모르게 편집되어지고 수정되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을 것이다. 그렇듯이 正史가 말하지 못한 사실들을 野史가 말해주고 있으니 野史라 할지라도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흔히 말해왔듯이 역사는 강자에 의해 쓰여지는 것일테니까.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꿈풀이라거나, 무학같이 미련하다며 소를 끌던 농부에게 달려가 무슨 뜻이냐며 물었다던 무학대사의 왕십리이야기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 외에도 도읍지를 한양으로 정할 때의 여러 이야기는 많이 들어 알고 있었지만 무학과 정도전의 풍수싸움이 재미있다. 인왕을 진산으로 삼고 백악과 목멱을 좌우 용호로 삼으면 좋겠다는 무학의 말에 삼봉이 이렇게 말한다. 백악을 진산으로 삼고 목멱을 안산으로 삼아 낙산과 인왕을 용호로 삼아야 마땅하다고. 그 때 무학이 신라 의명대사의 말을 생각했다. '한양에 도읍을 정할 때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이 시비를 건다면 5대를 지나지 못해 왕위를 찬탈하는 화가 일어날 것이며, 200년 만에 온 나라가 분탕질당하고 난리를 당할 것이다'... 와, 이렇게 기가 막힌 일이!!! 정도전의 말대로 모든 것이 진행된 후 두차례나 왕자의 난이 일어났고 개국 200년만에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물론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어찌해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져야만 했을까를 생각해보게 되니 그저 그냥 웃고 지나칠 일은 아닌 듯 싶어 하는 말이다.

 

들어가는 글이 이채롭다. 책을 펼치면 正史와 野史에 관한 글과 만나게 되는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로 확연히 구분된다는 正史와 野史. 우리나라의 野史는 삼국시대 때부터 있어왔다는 말을 시작으로 많은 野史를 소개해주고 있다. <계림잡전>, <화랑세기>, <신라수이전>, <필원잡기>, <용재총화>, <해동야언>, <연려실기술>, <대동야승>, <광사>.... 성현의 <용재총화>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그의 책이라는 <대동야승 선집>을 읽어봐야겠다. 뒷담화는 역시 재미있다. 명종 후의 野史가 기대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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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 - 로마, 바티칸,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미술관 순례
최상운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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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우선 그곳에 대한 정보를 찾게 된다. 왜 그곳을 가려고 하는지, 어느 정도의 시간과 여비가 필요할지, 누구와 같이 갈 것인지 등등... 그곳이 어느 곳이든 가려고 하는 목적에 따라 보는 시점이 달라진다. 볼거리를 목적으로 눈이 호강하는 여행이 있는가하면 입이 즐거운 먹거리 여행도 있을 것이고, 문화재 답사처럼 떤 주제를 정해 꼼꼼하게 살펴보는 여행도 있을 것이다. 주제라는 게 다분히 주관적인 것이다보니 저마다 각각의 생각과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책의 제목만 보더라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미루어 짐작하지 않을까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이 책처럼 한 분야에 넓은 식견을 가진 사람과 함께라면 그 여행은 정말 멋진 여행이 될 것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이탈리아는 해외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손꼽은 가고 싶은 곳 중의 하나라고 한다. 나도 그렇다. 갈 수 있다면 터키나 이탈리아, 그리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정도는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목록에 올라 있다. 지난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기에 더더욱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이탈리아는 나라이름으로도 그렇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로마나 바티칸,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와 같이 도시의 이름만으로도 우리를 황홀하게 한다. 너무나도 많이 소개된 곳이라 그 이름과 함께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 하나쯤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거기에 이름만 들어도 아하! 할 수 있는 세계적인 미술가들이 그곳에 머무르며 작품을 남겼으니 도시 자체를 박물관이니 미술관이니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닐 듯 싶다. 그만큼 도시가 안고 있는 역사가 깊다는 말일 터다.

 

미술에 문외한인 까닭에 이렇고 저렇고 설명해주어도 잘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말이긴 하지만, 책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는 시간이 참 좋았다. 마치 멋진 해설사를 동행하며 여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베르니니, 카라바조, 티치아노, 틴토레도.... 이름만으로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이 어떤 작품을 그리고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사람도 있지만 같은 주제를 다루었으면서도 저마다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던 작품들은 이채로웠다. 같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대에 그렸는지, 어떤 화풍을 담았는지, 누가 그렸는지,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 그림들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문득, 여행길이 참 행복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자의 말처럼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순간이니 그 환희야 말해 무엇하랴.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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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쉽게 풀어 주는 술술 한국사 1~6 세트 - 전6권 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쉽게 풀어 주는 술술 한국사
노현임 외 지음, 심수근 외 그림, 오정현 외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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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한국사 열풍이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하다. 풍선 바람빠지듯, 거품처럼 순간적으로 일어났다가 언제 그랬느냐듯 관심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도 많은 까닭이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면, 혹은 취직을 하기 위해서라면, 이라는 단서가 붙게 되면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우리의 역사인데 어째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던 것일까? 정작 한국사를 떠올리게 되면 외울게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다는 말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어찌보면 한국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더 문제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다보면 결국 우리나라의 교육현실과 부딪히게 되는 모순점이 드러난다. 이미 오래전부터 외워야하는 과목으로 낙인찍혀진 까닭이다. 나부터도 연대 외우랴, 거기에 맞춰 사건이나 인물을 외워야만 하는 공부를 했던 세대인 까닭이다. 언제부터인가 불기 시작한 역사기행은 지금 한창 물이 올랐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크게 한몫했다고 하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라면 아마도 왠만한 사람은 다 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문화유산을 답사하기 위해서는 미리 알고가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만큼 성의가 있어야만 한다게 나의 지론이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진리다. 답사를 가게 된다면 그곳에 상주하고 있는 해설사를 적극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사실 한국사를 다루는 책은 많다. 서점에 가보라, 얼마나 많은 종류의 한국사가 보이는지. 전체적인 틀이야 어쩔 수 없으나 역사를 바라보는 각각의 시선이 다르다는 게 중요하다. 어떤 생각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정사를 다룬 책도 그렇고 야사를 다룬 책도 그렇다. 그러니 많이 보고 많이 다녀보며 많이 느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이 책의 소개글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오류 수정도 반드시 있어야만 할 것이다. '을사조약' 을 '을사늑약' 으로 바꾼다거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번 자리잡은 것은 여간해서 바꾸기가 쉽진 않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많이 알고 그것에 대해 옳은 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닐듯 싶다.

 

총 6권으로 되어있는데 1권에서는 선사시대와 남북국 시대를 다루었고, 2권에서는 고려시대를, 3권에서는 조선시대를, 4권에서는 개항기, 5권에서는 일제강점기, 6권에서는 현대를 다루고 있다. 그많은 이야기를 담자고 한다면 여섯권으로 끝낼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마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것같은 문체가 흥미롭다. 수도없이 보고 들었던 한국사인데도 들을 때마다, 볼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도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던 그림의 느낌이 참 좋았다. 지도 하나를 그렸어도 정성이 느껴진다. 가장 나의 마음을 움직였던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소주제의 말미에 부록처럼 붙여진 이야기들이 좋았다. 중국과 일본의 건국신화라든지, 선덕여왕과 비교하여 대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성 군주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임진왜란을 부르는 다양한 명칭이라든지... 이 책을 보게 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현대를 다루었다는 점도 이채로웠다. 근현대사라고 뭉뚱그려 말하지 않고 근대와 현대를 각각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각권의 마지막에 붙여준 한국사연표가 새삼스럽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선조들이 昨今의 후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갑짜기 박물관에 가고 싶어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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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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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가 고양이를 잡아먹었다고?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건 단순히 소설제목일 뿐이다. 오리가 고양이를 잡아먹었다는 설정이 기가 막히지 않은가? 정말 발칙하다. 하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렇게 기막힐 일이 어디 한둘일까? 아주 간단하게 세문장만으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도 있는데... 책의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거기에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한다. 슬쩍 살펴보니 서울의 변두리를 배경으로 삼았단다. 그렇다면 우리의 이야기일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책속에서 만난다는 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또한 직시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문제작이라면 열번이라도 읽어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펼친다.

 

아무리 헤야려봐도 가진 돈이라곤 4264원밖에 없는 삼류 작가와, 주식하다 가진 돈 다 날려버린 여자가 만난 것은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를 찾아주는 알바를 하면서였다. 불광천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거기에서 서식하는 오리들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어서 사진을 갖다줘야 하는 일이었는데, 장소가 장소인지라 어쩔 수 없이 그들은 마주치게 된다. 하루 일당이 오만원이나 되니 절절하게 돈이 필요했던 그들이 외면하기엔 어려웠을 오리 사진찍기는 살짝 그들의 양심을 흔들기도 하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꼬마가 합세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들을 고용했던 노인도, 노인에게 고용된 세사람도 모두가 서로의 이름 석자 알지 못한 채 시작된 만남이었는데 그 설정이 왠지 씁쓸함을 자아냈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한다. 오리가 진짜로 고양이를 잡아먹었을까? 너무도 진지한 고용주 노인의 표정이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오버랩되어오는 환상이 느껴질만큼 이 책이 전해주는 느낌은 강하다. 이제 어떤게 진짜이고 어떤게 가짜인지 헷갈리는 지경까지 이를 모양인데 노인의 생활속에 얽혀드는 그들의 현실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 둘 수 없었던 그들의 절박함과 안타까움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알 듯 말 듯하게 다가오는 메세지가 순간 뭉클함과 분노를 한꺼번에 불러오기도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이란 의미는 무엇일까? 숨가쁘게 달려가기만 하는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다가오는 사랑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꼬마의 입을 통해 다시한번 꼬집어보는 가족의 테두리는 아찔하다.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두 젊은이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작금의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조차 가늠할 수가 없다. 그만큼 우리의 현실은 아프다. 비이커속의 개구리를 떠올리게 한다. 물은 뜨거워지는데 그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서늘함이라니!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주변사람에게 갖는 우리의 관심과 이해도는 얼만큼의 크기와 깊이일까? 오리에게 잡아 먹혔다는 고양이와, 고양이를 잡아먹었다는 오리는 결국 노인의 집에 모두 모이게 된다. "자, 이제 보자고. 오리가 고양이를 잡아먹는지!"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우리는 얼만큼이나 알고 있을까? 나만 생각하고, 나만 알아줘야 하고, 나만 잘되면 되고... 오로지 나만을 앞세우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을 한번쯤은 되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 책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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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사랑을 그리다
유광수 지음 / 한언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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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에 소개된 고전부터 살펴보자. <박씨전>, <운영전>, <아랑전>, <은애전>, <이생규장전>, <일타홍>, <최척전>, <주생전>, <윤지경전>, <위경천전>, <심생전>, <춘향전>, <변강쇠와 옹녀전>, <지귀설화> 등... 고전을 들여다보자면 끝도 없다. 하지만 그렇게 끝도없는 고전을 알고 싶었다. 어떤 형식으로든 고전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은 까닭이다. <삼화요탑>이라고도 한다는 <지귀설화>는 선덕여왕을 사랑한 지귀의 이야기이고, <아랑전>은 억울하게 죽은 처녀가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다가 부임해오는 사또마다 죽어나갔다는 그 이야기다. 그것처럼 <박씨전>, <운영전>, <아랑전>, <은애전>, <이생규장전>과 같은 이야기들은 이미 우리곁에 자주 등장하는 설화다. 고전소설이라는 게 옛날 사람들의 의식이나 법을 다루고 있는 까닭에 모두 색다른 사랑의 형태를 그리고 있거나 시대적인 상황을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혔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내용도 있었지만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혹은 이런 설화도 있었구나 싶은 이야기도 있어 나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처음에는 저자가 무슨 의도로 이 책을 썼는지 가늠하기가 쉽진 않았다. 설화속에 나타난 사랑의 형태를 보며 그 안에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찾으려했던 것인지, 아니면 완전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싶어하는 것인지... 때로는 설화속에 숨겨둔 은유를 찾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모습에서 불합리와 부조리함을 찾아내기도 한다. 시대적인 상황까지 공감해가며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입장을 옹호해주기도 한다. 거기서 더 나아가 작금의 현실속 사랑과 비교해보기도 하는데 어떤 의도로 말하고 있는 것인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여 불꽃이 피기 시작한 자녀를 앞에 두고서 사랑은 이런 것이니 이렇게 저렇게 해야하는 거라고 쉼없는 잔소리를 늘어놓는 아버지앞에 앉아 있는 듯한 그런 느낌처럼 말이다.

 

사랑에 정답이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 다분히 주관적인 감정일 뿐이다. 이런 사랑도 있고, 저런 사랑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고전설화를 통해 살펴본 시대적인 상황을 통해 그들의 아름다운, 혹은 원통한 사랑에 공감하게 된다. 설화를 만들어낸 사람이 은근슬쩍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속에 숨겨놓기도 한다. 그것을 찾아내는 재미도 나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전에 읽었던 < 신화와 정신분석>이 떠올랐다. 각각의 신화속에 담긴 주인공들을 통해 나름대로의 정신분석을 보여주었던 책이었는데, 왠지 이 책이 남기는 뒷맛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듯하여 하는 말이다. 전체적으로 분류해놓은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짝사랑, 마스터베이션, 도착과 페티시즘, 강간, 간통, 엇나간 사랑, 고운 사랑, 순수한 사랑, 숭고한 사랑... 조건을 앞세우고, 가볍게 만나다 헤어지는 작금의 우리 사랑을 가짜 사랑이라 한다. 우리 고전속에 숨겨진 차가운 진실을 찾아내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을 다시한번 생각해보자고 한다. 익히 알고 있는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를 미녀와 야수와 비교한 부분은 이채로웠다.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잔혹동화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그림형제나 안데르센동화의 다른 얼굴처럼.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사랑은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어떠한 법칙이나 규칙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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