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한국사 열풍이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하다. 풍선 바람빠지듯, 거품처럼 순간적으로
일어났다가 언제 그랬느냐듯 관심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도 많은 까닭이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면,
혹은 취직을 하기 위해서라면, 이라는 단서가 붙게 되면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우리의 역사인데
어째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던 것일까? 정작 한국사를 떠올리게 되면 외울게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다는 말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어찌보면 한국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더 문제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다보면 결국 우리나라의 교육현실과 부딪히게 되는 모순점이 드러난다. 이미
오래전부터 외워야하는 과목으로 낙인찍혀진 까닭이다. 나부터도 연대 외우랴, 거기에 맞춰 사건이나 인물을 외워야만 하는 공부를 했던 세대인
까닭이다. 언제부터인가 불기 시작한 역사기행은 지금 한창 물이 올랐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크게 한몫했다고 하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라면 아마도 왠만한 사람은 다 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문화유산을 답사하기 위해서는
미리 알고가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만큼 성의가 있어야만 한다게 나의 지론이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진리다. 답사를 가게 된다면 그곳에
상주하고 있는 해설사를 적극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사실 한국사를 다루는 책은 많다. 서점에 가보라, 얼마나 많은 종류의 한국사가
보이는지. 전체적인 틀이야 어쩔 수 없으나 역사를 바라보는 각각의 시선이 다르다는 게 중요하다. 어떤 생각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정사를 다룬 책도 그렇고 야사를 다룬 책도 그렇다. 그러니 많이 보고 많이 다녀보며 많이 느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이 책의 소개글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오류 수정도 반드시 있어야만 할 것이다. '을사조약' 을 '을사늑약' 으로 바꾼다거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번 자리잡은 것은 여간해서 바꾸기가 쉽진 않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많이 알고 그것에 대해 옳은 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닐듯 싶다.
총 6권으로 되어있는데 1권에서는 선사시대와 남북국 시대를 다루었고, 2권에서는 고려시대를, 3권에서는 조선시대를, 4권에서는 개항기, 5권에서는 일제강점기, 6권에서는 현대를 다루고 있다. 그많은 이야기를 담자고 한다면 여섯권으로
끝낼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마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것같은 문체가 흥미롭다. 수도없이 보고 들었던 한국사인데도 들을 때마다, 볼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도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던 그림의 느낌이 참 좋았다. 지도 하나를 그렸어도 정성이 느껴진다. 가장
나의 마음을 움직였던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소주제의 말미에 부록처럼 붙여진
이야기들이 좋았다. 중국과 일본의 건국신화라든지, 선덕여왕과 비교하여 대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성 군주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임진왜란을
부르는 다양한 명칭이라든지... 이 책을 보게 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현대를 다루었다는 점도 이채로웠다. 근현대사라고 뭉뚱그려 말하지
않고 근대와 현대를 각각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각권의
마지막에 붙여준 한국사연표가 새삼스럽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선조들이 昨今의 후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갑짜기 박물관에 가고 싶어진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