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토닥토닥 명언 노트 - 현직 교사가 뽑은 동양고전 따라 쓰며 마음 다스리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9월 청소년 권장도서
허시봉 지음 / 슬로래빗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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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爲也非不能也.. 책을 펼치자마자 따끔한 한마디가 나를 맞이한다. '하지 않는 것이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라는 뜻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할 수 없었던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이 더 많았다. 귀찮아서, 혹은 다음에 하지, 라고 생각하며 미루었던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자신이 없어서라거나 이거 꼭 해야하는거야? 라고 나 자신에게 물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어느 순간 문득 느끼게 되었던 진리가 있다. 의외로 쉬운 데 있는 것을 어려운 데에서 찾는다는 事在易而求之難.. 수학은 잘하는데 산수는 잘 못한다는 우스개소리처럼 늘 그랬던 것 같다. 쉽게 갈 수 있는 길도 돌아서 어렵게 가곤 하는 습관이 너무도 싫었었다. 어째서 그렇게 남을 의식하며 살아가는지, 어째서 그렇게 자신의 의지대로 밀어부치지 못하는 것인지 한심해 보일 때도 많았었다. 젊어 고생은 사서까지 할 필요없다거나, 개미처럼 그렇게 살기보다는 베짱이처럼도 살아 봐야 한다거나,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옛말의 의미를 지금 세상에 맞춰 말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정색하고 들이대는 옛 성현의 말씀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게 된다.

 

청소년들 뿐만이 아니라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저마다 삶의 모습이 다르듯이 저마다 추구하는 바도 다르다. 그러니 각자에게 맞는 처세가 필요할 터다. 그런 점에서보면 이 책은 삶의 막힘을 뚫어주는 역할쯤은 너끈히 해낼 것 같다. 마치 의사의 처방전처럼. 자신감이 점점 사라질 때, 계속 트집 잡는 사람이 있을 때, 화를 참을 수 없을 때,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 때, 심지어 잘하는 것만 반복하고 있을 때 등등...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먹어야 하는 약이 다르다. 사람에게 실망했을 때는 무엇으로 위로 받아야 할까? 人心之不同 如其面焉... 사람 마음이 같지 않음은 그 얼굴이 서로 다른 것과 같다, 라는 뜻이다. 사람의 얼굴이 모두 같지 않은 것처럼 그 마음 또한 같지 않았을텐데 어째서 모두 내 마음과 같을거라고 생각했을까? 어쩌면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참으로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연륜이 깊으면 나름대로의 장점과 특기가 있다는 한비자의 말, 老馬之智. 세대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작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方可方不可 方不可方可 라고 했던 장자의 말처럼 세상에는 되는 것이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으면 되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너무 조급해 할 일이 아니다. 그런 것을 자신의 감정 하나를 못다스려서 후회할 일을 만들곤 한다. 오래전에 알고 지냈던 스님께서 늘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길거리에 함부로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라, 너에게서 나간 것은 무엇이 되었든 너와 연결이 되어 있으니, 생각없이 뱉은 침이나 버린 쓰레기를 보고 다른 사람이 욕을 하게 되면 그 욕의 기운이 고스란히 너에게 돌아온단다... 아주 오래전의 말씀인데도 늘 가슴에 새겨두고 사는 말 중의 하나다. 무엇인가와, 누군가와 친해지지 않거든 나 자신을 돌아보라는 맹자의 말을 다시한번 되뇌인다. 治人不治 反其智 ...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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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바위 바람 분들 푸른 나무 눈이 온들 - 춘향전 열네살에 다시보는 우리고전 3
고영 지음, 이윤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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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내 사랑아, 네가 무엇을 먹으려느냐. 수박을 줄까, 참외를 줄까.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빵긋 웃어보아라, 내 사랑아... " 내 등에 업힌 기분이 어떠냐?" "한없이 좋지요" " 그럼 나도 업어 줘야지" " 아이구 기운 없는 내가 도련님을 어찌 업어요?" " 나는 그냥 네 어깨에 팔만 올려 놓을테니 넌 그냥 징검징검 걸어라".... 아하하하, 그야말로 유치찬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서 노는 장면이 머리속에 그려진다. 그냥 저절로 웃음이 난다. 사랑이라는 게 뭐 별거냐. 저렇게 아이처럼 노는거지. 어찌 춘향과 몽룡만 저렇게 놀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모두 공감할 만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저리도 좋았는데 왜? 사랑은 변하는 것일까? 아니, 아니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변할뿐. 춘향을 보라, 사람이 변하지 않으니 사랑도 그 모습 그대로 그들의 곁에 남아 있어주지 않았는가 말이다.

 

귀가 닳도록 들어온 춘향전을 또 본다고? 어쩌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것이라해도 보는 관점에 따라, 보는 시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학창시절에 읽었던 세계문학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었을 때 그시절의 느낌과는 정말 다르게 다가왔던 것처럼. 그래서 궁금했다. 이 춘향전은 또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을까? 판소리사설을 긴요하게 참고삼았다는 말때문인지 내내 판소리 한마당을 듣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리도 구수한지. 그러고보면 우리의 전통 문화는 벽이 너무 높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든다. 좀 더 쉽게 풀어서 대중과 함께 소통한다면 더 좋을텐데... 원래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좀 더 편하게 다가오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만나고 싶다는 안타까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춘향전을 통해 바라보는 조선시대의 사회상이 흥미롭다. 남자들만의 세상속에서 존재감과 정체성을 잃어야 했던 여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보인다. 하늘이 주신 재능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펼치지 못한 여인들의 이름이 스쳐지난다. 그러나 그 모든 폐단을 분연히 떨치고 일어서는 여인도 있었으며, 춘향이처럼 그렇게 자신만의 의지로 항거를 하기도 했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네들이 있었기에 한시대의 이야기가 하나씩 더 추가되었을 것이다. 열녀라는 것도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저 가문을 위해서, 혹은 남자들의 체면과 위신을 위해서 만들어졌던 경우도 허다했다. 사실 우리의 문화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문화를 살펴보아도 만들어진 전통은 생각보다 많다. 몽룡의 어사출두와 같이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과 맞지 않는 모습을 파헤치는 모습도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춘향전의 실제 주인공이라는 성이성의 생가 '계서당'을 찾은 적이 있었다. 소설속의 존재가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구나,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여기저기 기웃거렸던 생각이 난다. 몽룡이 어린시절에 타고 올라갔다던 뒷뜰의 나무 한그루를 바라보며 베시시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저 소설속의 인물에 불과했다고해도 그 존재감은 엄청났을 것 같다. 그만큼 우리의 의식속에 자리잡은 춘향전의 의미가 깊은 것일게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열네살에 다시보는 우리 고전> 시리즈를 응원한다. /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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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될 거라고 오키나와 In the Blue 19
이진주 지음 / 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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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먼 옛날도 아니지만 우리나라 남쪽 바다 끝으로 쭈욱 내려가면 류큐왕국이라고 있었다. 우리처럼 삼국으로 분할되어 있었는데 통일하여 류큐국이 되었다. 작았지만 중국이나 우리나라, 동남아시아 등과의 중계무역으로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러던 중 일본 에도시대에 쓰시마와 규슈 지역을 통치하던 쓰시마 번의 침공을 시작으로 결국 1879년에 일본에 강제로 병합되어 멸망했다. 지금의 오키나와다. 그렇게 오래된 역사도 아니다. 일전에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류큐왕국전을 했었는데 그제서야 류큐왕국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다. 영악했던 일본은 류큐왕국을 병합해놓고도 그 사실을 주변국에 숨겼다. 번성했던 류큐왕국의 무역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고보면 오키나와는 독립적인 국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병합된 것도 서러운데 거기다가 일본은 오키나와를 또다시 미국에게 내주었다. 오늘날에도 오키나와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군들의 행태로 인해 오키나와인들의 불만은 엄청나다. 지금도 류큐공화국으로써의 독립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자신들은 일본인이 아니라 오키나와인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오랜 아픔의 역사를 안고 있는 오키나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일본, 가깝지만 먼 나라다. 그러나 꼭 한번은 가봐야 할 나라다. 가보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 가봐야 할 나라라고 말하는 이유는 거기에 너무나도 많은 우리의 역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생각은 있으나 아직까지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이런저런 핑게만 앞세우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여행을 할 수 밖에. 다, 잘, 될, 거라고. 오키나와... 라는 책의 제목이 이채로웠다. 뭐지? 보편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책과의 만남. 역시 그랬다. 이 책속에는 이러저러한 곳을 찾아갔다는 천편일률적인 여행지 소개가 보이지 않았다. 뭐, 사실 나도 그런 걸 원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오키나와가 어떤 곳인지, 어디 어디를 들러봐야 하는지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혼잣말 하듯 중얼거리는 문체, 왠지 글과는 맞지 않는듯한 사진.. 조금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던 순간들이었다. 여행서라기보다는 에세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리는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는 게 부러울 뿐이다. 그야말로 내려놓을 수 있었던 여행이 아니었나 싶어서. 조용하지만 따라가는 발걸음을 재촉할 수 없었다. 그저 동행했으니 함께 느끼고자 했고,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자신만의 느낌으로 꽉 채워진 공간들. 그 공간속에서 여행자는 밥을 먹었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골목길을 걸었으며, 시장엘 들렀고, 지나치는 모든 것과 눈인사를 나누었다. 오키나와에는 산카페, 바다카페, 하늘카페가 있다는데 창을 열면 푸른 바다가 바로 앞에 펼쳐지는 바닷가에 자리했다는 바다카페에 앉아 소중한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싶어진다. 아니, 혼자라도 괜찮겠다. 그런 풍경이라면.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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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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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는 눈물이 났었다. 왜 눈물이 났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사람들의 마음이 안타까웠고 그 마음에 충실한 몸의 움직임이 슬펐을 뿐이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또한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남을 믿기 이전에 과연 나는 나를 믿을 수 있는가? 나 자신도 믿지 못하면서 남을 이해하고 믿는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인지....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작가의 한마디가 나의 기억속에 남아 있다. 이것은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빛을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그 '분노'를 책을 읽는 당신은 어떻게 느끼게 될지 궁금하다던 작가에게 자신있게 나는 아니라고 말 할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렸을 때 그것이 또한 서글퍼졌다. 아마도 그때문일 것이다. 끝내는 눈물이 흘러내렸던 이유가. 다시 묻고 싶다. 나는 과연 나를 얼만큼이나 믿어줄 수 있는가?

 

철저하게 자기 방어적이고, 철저하게 이기주의적인 현대인들에게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다가오는 '말 한다디'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너무 쉽게 소리가 되어 세상속으로 나오는 말. 그래서인지 너무 쉽게 망각되어져버리고 마는 말. 아무런 책임감도 없이 우리는 너무 쉽게 말을 한다. 그 참을 수 없도록 가벼운 말의 존재를 우리는 이렇게 표현하지, '영혼없는 말'이라고.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다. 왜, 우리는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것일까? 어쩌면 자기 방어적인 형태가 아닐까? 자신에게 닥쳐 올 불행과 고통을 사전에 차단해보겠다는 어설픈 변명이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마음 또한 그런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마음속에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하는 보호본능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진정 자기 자신으로 인한 갈등인지, 주변 상황에 의한 갈등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자신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주변의 평판과 평가에 의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한다. 타인의 평가가 그토록이나 무서운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1년이 다되도록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어딘가로 숨어든 범인의 행적을 찾아 뒤를 쫓는 형사의 발길은 매번 허망함을 안고 돌아오지만, 이 책은 단순히 범인을 잡아야 끝나는 추리소설로 치부해 버릴 수 없는 묵직함을 안고 있는 듯하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세 남자의 행적을 좇으며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이 겪어야 하는 부조리함을 들어냈다. 아버지의 빚으로 인해 사채업자에게 쫓기며 자신의 이름조차 버리고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있고, 남자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또 한명의 남자가 있고, 막노동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또 한 남자가 있다. 공교롭게도 그들 모두는 범인과 동일한 표식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뉴스는 연일 살인범의 상황과 얼굴을 화면 밖으로 내보내고 동일한 표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먼저 찾아 온 것은 '믿음'보다 '의심'의 눈초리였다. 닮았다는 이유로, 살인범과 같은 점이 얼굴에 있다는 이유로, 그들이 사랑하고자 했고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게 되는 현실을 보면서 '메르스'라는 병원체가 들춰냈던 작금의 씁쓸한 우리의 민낯을 보지 않을수 없었다. 배려와 포용이 사라져버린 우리 시대의 서글픔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너 때문이야, 라고 말하기 이전에 솔직한 나의 마음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는 진리와 마주서게 된다.

 

결국, 그 '분노'는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또다른 '분노'와 맞짱떠야 할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했다는 자괴감으로. 누군가에 의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감정이 미워서. 의심을 받았던 세 남자의 주변인들이 그랬듯이. '사랑'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이쪽과 저쪽의 마음이 같아야 그 공식은 성립이 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감추고 싶은 우리의 속내를 드러낸 까닭인지 마음을 졸이며 책장을 넘겼다. 어쩌면 자기 자신까지 속이며 살아가고 있을 현대인의 모습. 서글픈 자화상을 보았다. 강한 펀치 한방을 맞은 것처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긴 여운으로 남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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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고 싶은 사진 - 대한민국 사진 고수들에게서 발견한 좋은 사진의 비밀
윤광준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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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참 매력적인 것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작가 아닌 사람이 없고, 사진가 아닌 사람이 없고, 요리사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로 뭔가를 추구하는 사람이 엄청 많다. 꾸준한 도전으로 자신만의 어떤 것을 만들어낸다는 건 멋지고 아름다운 일이다. 나? 나도 사진찍는 걸 좋아한다. 처음에는 산에 오르며 수줍게 피어있는 들꽃이 좋아서였다. 답사를 시작하면서 내가 다녀온 곳을 좀 더 오래 기억속에 붙잡아 두고 싶은 욕심에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만 사진에 관한 사전 정보 하나없이 시작한 일이다보니 그저 내 맘대로 찍을뿐이다. 남들처럼 좋은 카메라를 가진 것도 아니다. 남들처럼 멋진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그저 휴대하기 좋아서 작은 디카를 가지고 다니지만 내게는 둘도없는 친구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묻게 된다.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은 어떤 걸까?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여러 사람의 사진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많은 사진중에서도 '겨울비' 라는 사진은 내게 상당히 강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흑백으로 처리된 때문일까? 길이 만들어낸 건물인지, 건물이 만들어낸 길인지 묘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단절된 듯한 껄끄러움을 날줄과 씨줄처럼 어지러운 전선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주고 있는 동네,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을 보면서 비가 내리고 있다는 걸 짐작할 뿐이다. 저 멀리까지 직선으로 이어진 건물들 사이의 길은 왠지 가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다. 뭔가 알 수 없는 서러움과 서글픔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진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가 보여 깜짝 놀랬다. 사진 한장만으로도 이렇게나 많은 것을 말 할 수 있구나 싶어서.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보이는 사진 잘 찍는 Tip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끌렸다. 누군들 사진을 잘 찍고 싶지 않을까? 인물부터 풍경, 거리, 하늘, 순간포착과 같은 주제로 많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역시 사진은 자신만의 색깔과 담고자 하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크고 좋은 카메라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어설픈 흉내를 내는것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 좀 더 가까이 밀착하라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포토샵의 기능을 빌려와도 괜찮다! 이 세상에 만능 카메라란 없다! 모든 카메라는 장단점이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말들을 통해 어쩌면 위안을 얻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7년을 사용했는데 여기저기 아프다고 징징거려서 병원엘 가보니 수술비가 비싸다. 무슨 얘기냐고? 나의 그 조그만 디카녀석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남편이 카메라를 바꿔주었다. 보기에 안스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석은 여전히 내 가방속 자신의 자리에 들어앉아 있다. 살짝 덩치가 커진 새 카메라와 아직 정이 들지 않은 까닭이다. 카메라를 바꿨다고 내 사진이 더 좋아질까?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찍는 것이 아니니 어떤 기교를 부릴 필요도 없고, 좀 더 멋진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내겐 없다. 나는 그저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찍을 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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