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한비자 법法 술術로 세상을 논하다 만화로 재미있게 읽는 고전 지혜 시리즈 1
조득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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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대를 살펴보면 春秋戰國時代 가 있었다. 周나라가 낙양으로 도읍을 옮기기전까지를 서주, 이후를 동주시대라 하는데 그 동주시대가 시대시대로 나누어 진다. 周나라의 봉건제도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 때가 바로 중국 전통 사회의 기본적인 성격이 이루어진 시기라고 하니 중국으로 치면 상당히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때에 제자백가가 등장하였다고 한다. 諸子는 여러 학자를, 百家는 수많은 학파를 뜻하는데 春秋戰國時代 에 활동했던 많은 사상의 학파와 학자들을 가르키는 말이기도 하다. 쉽게 얘기하자면 사회적인 혼란속에서 저마다의 세력을 키우며 영토를 넓히기 위해서 실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했고, 그런 인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음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가, 도가, 묵가와 같은 학파들이 등장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知彼知己百戰不殆' 였던 것이다. 그 혼란의 와중에 韓非子가 있었다.

 

'한비자, 法術로 세상을 논하다' 라는 제목만 보고 얼핏 생각한다면 일종의 군주론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군주 혹은 정치를 하는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님을 금방 눈치챌 수가 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처세술이라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쓰여진 책들이 '古典'이라는 옷을 입고 우리 곁에 다가오지만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을 전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새롭게 해석되어진 '古典'들이 많이 눈에 띈다. 다행히 이 책은 만화로 되어있어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리 녹녹치 않다. 원칙을 고수하면서 변해가는 세상의 흐름을 따라간다는 게 쉽지 않듯이 말이다. 먼 옛날부터 전해져내려오는 이야기를 지금의 세상속에 풀어놓아도 어색하지 않을만큼의 각색도 필요할 테니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공자왈... 맹자왈... '古典' 하면 떠오르는 말이다. 어쩐지 따분하다. 하지만 이 책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따분함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인간의 내면을 파헤쳐 그 속을 정확하게 끄집어내는 지독한 '法'과 '術'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214쪽에 있는 '시대와 더불어 사물은 변하고 사물의 변화에 따라 그에 대처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는 말이 가슴에 남는 것은, 아마도 지금의 현실과 빗대어 옛이야기를 펼친 저자의 배려(?)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그의 책을 읽고 그를 만나고 싶어했다는 진시황. 한비는 비록 동문수학했던 진시황의 명재상 '이사'의 기우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가 하고 싶어했던 말들은 그저 허울과 형식에만 매달린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戰術'과 '戰略'이라는 말이 있다. '術(-재주 술)'은 어떤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인 반면, '略(-간략할 략)'은 전반적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니 전술보다는 전략이 좀 더 큰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단이 없다면 아무리 큰 전략이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을테니 그 재주가 더 중함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 전술을 이야기하고 있음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그다지 많이 변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옛이야기라고해서 마냥 진부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진부함속에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는 것들이 더 많이 들어있을지 모를 일이니. 어른이 읽으면 딱 좋을 '만화로 된 古典'이 시리즈로 나올 모양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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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찔한 경성 - 여섯 가지 풍경에서 찾아낸 근대 조선인들의 욕망과 사생활
김병희 외 지음, 한성환 외 엮음 / 꿈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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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라는 말을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역사라는 게 우리에게는 왜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고 고리타분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지. 딱히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것도 없이 바쁘게 살아야 했던 까닭이리라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역사라는 거창한 말보다도 당시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는거라고 말한다면 좀 더 가깝게 느껴질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속에는 표지에서 말하고 있듯이 근대 조선인들의 사생활을 그리고 있다. 광고를 통해서 당시 사람들의 소비패턴을 알아보고, 트로트라는 장르를 통해 대중음악속을 잠시 들여다보기도 한다. 라디오나 신문을 통해 지금은 인터넷을 쓰고 있는 우리의 변화된 삶을 짚어보기도 하고, 지금까지는 그다지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우리의 문화재에 관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방송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어낸 까닭인지 주고받는 말을 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예고편을 보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봐야지 했었는데 여건이 허락칠 않아 놓친 부분이 안타까웠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한다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졌던 부분도 없지않아 있었다. 그래서 마져 챙겨보지 못한 부분들을 책으로 다시 만나고 싶었다.

 

광고편을 다루었던 1부는 여러가지로 씁쓸한 맛을 느끼게 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옛날에는 우량아 선발대회라는 것도 있었다. 그저 통통한 얼굴로 방글방글 웃는 아기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아픔이 있을거라는 건 상상도 못했다. 자녀를 우량아로 잘 키워야한다는 말을 만들어낸 이유가 잘 키워서 전쟁터로 보내자는 당시 조선총독부의 속내가 감춰져 있었다는 글을 보고나니 가슴 한켠이 서늘해진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토실토실한 아기 얼굴만 보며 좋아라 했을 것이다. 일제치하에서 변화되어야만 했던 우리의 문화는 참으로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있어 근대화라는 물결은 일본을 통해 들어왔던 것일까? 그건 아닐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어느정도는 그랬을거라 인정해야만 할 것 같은 이 느낌은 무엇일까?  책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수많은 광고와 지금의 광고를 비교해보아도 약간의 형식만 달라졌을 뿐 그다지 변한 것은 없는 듯 하다. 그 속에 감춰둔 아픔이야 끄집어내지 않는 한 우리에게 느껴지지 않을 아픔일테니 말이다.

 

2부의 대중음악편에서는 광고를 통해 아련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뽕짝이든 포크송이든 열심히 듣고 따라 불렀던 노래들.. 그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만 봐도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말,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대충은 이해할 수는 있다는 말에 어느정도는 공감한다. 시대에 따라 나이에 따라 유행하는 노래는 다르다. 그러니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노래속에 담긴 시대정신만큼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이리라. 노래를 들으며 뭉클해질 수 밖에 없는 세대의 감정이 그 속에 묻혀 있을테니 말이다. 시대에 따라 표현하는 방법이 달랐을테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게다. 트로트와 엔카를 비교했던 부분은 흥미로웠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니 보여줄 수 없었다는 트로트세대. 그래서일까? 트로트가 인기있는 세상은 너무나 좋지 않은 세상이라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간송 전형필선생을 앞세우며 우리 문화재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정말로 가슴이 아팠다. 간송선생같은 분들이 많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책속에서도 언급되어진 말이지만 약탈당한 문화재를 보며 과연 우리에게 남아 있었다면 저만큼이나 보존되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것에 대한 미련은 가질 필요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 되는 것이다. 좀 더 많은 문화재를 연구하고 보존하며 제대로 알고자하는 우리의 자세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각 장의 끝에 붙어있는 '역사토크 만약에!' 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들의 말처럼 만약에!라는 걸 생각해보면 어찌 아찔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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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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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본소설을 읽는다. 어쩌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나를 이끌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제목조차도 왠지 쓸쓸함이 묻어나던 책... 습관처럼 작가 이력을 찾아보았다. 48세의 이른 나이에 심부전으로 사망했다는 말이 보인다.  문득 우습지도 않은 질문을 하고 싶어진다. 그 작가, 꽃아래 봄에 죽었을까?  책표지의 이미지가 강한 느낌으로 다가왔기에 그런 질문을 생각해냈는지도 모르겠다. 아련한 기억과 현재가 함께 교차하는... 하지만 우리의 삶속에는 현재의 시선보다 아련한 기억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할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혼자 가만히 중얼거려본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왠지 쓸쓸했다. 스산한 봄... 그런 느낌이었다는 말이다. 등장인물 모두가 그렇게 외로운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뒷골목의 맥주바가 배경장소다. 거기 모이는 사람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다. 짧은 하이쿠가 각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어주는 듯 하다. 하이쿠... 일본 시문학의 일종. 5,7,5의 운율로 읊는 정형시. 일반적으로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인 키고(季語)와 구의 매듭을 짓는 말인 키레지(切れ字)를 가진다.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라고 되어 있다. 이를테면 우리의 七言絶句와 같은 것인가 보다.  그런데 이 책속에서 만나지는 하이쿠의 음률이 사실상 내게는 전해져오지 않는다. 그만큼 일본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이겠거니 한다. 시작되어졌나 싶으면 아주 짧게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런데도 묘하게 처음과 끝이 맞물려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한다면 나는 이런 단편모음집이 조금은 껄끄럽다. 읽고나서도 무언지 알 수 없는 갈증이 느껴지는 까닭이다. 채워지지 못한 어떤 감정이 못내 나를 아쉬워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에 손을 뻗은 건 순전히 제목탓이다.)

 

맥주바의 주인인 구도의 추리력은 정말 놀랍다. 펼쳐지는 여섯 가지 이야기속에서 주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기가 막히게 수수께끼를 해결해낸다. 누군가 흘려놓은 단서를 슬쩍 줍기도 하고, 보일 듯 말 듯 던져놓은 미끼를 잘도 찾아낸다. 그런 그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참 많은 사람의 사연을 들어주었겠구나, 참 많은 삶의 형태를 바라보았겠구나 싶다. 누군가를 푸근하게 안아줄 수 있는 그런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마스터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긴 맥주바 '가나리야'에 모이는 사람 모두가 제각각 탐정이긴 하다.

 

추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강하게 끌려들 만한 요소는 없어 보인다. 한 대 얻어 맞을 반전도 없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일뿐이다. 무겁지도 않고 깊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묘한 여운을 남긴다. 여섯 가지 이야기중에서 세번째로 들려주었던 '마지막 거처'가 가장 강한 분위기로 나를 이끌었다. 노부부가 삶의 마지막 거처로 삼았던 그 강의 끝줄기, 낡은 오두막, 그리고 반갑지 않은 손님 카메라맨.. 사진전의 포스터가 없어져버린 이유속에서 나는 우리 삶의 모습을 찾아낸다.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그렇게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포스터가 없어져 텅 비어버린 벽면처럼 그렇게 채워지지 않는 가슴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당연히 긴장감이나 전율을 느끼고 싶었다. 추리소설이었으니까. 그런데 잔잔한 삶의 한 모퉁이를 돌아 나온 기분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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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 부차트 가든의 한국인 정원사 이야기
박상현 지음 / 샘터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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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열면 커다랗게 보여지는 이미지가 나를 맞이한다. 하얗게 보이는 길을 따라 걸어오라는 듯이. 정말 꿈결같은 그림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라고 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들의 마음도 아름다울 거라고. 책장을 펼치면서 문득 내가 좋아하는 꽃을 머리속에서 헤아려보았다. 가장 좋아하는 목련, 수국, 다알리아, 그리고 향기와 빛깔이 고와서 사랑하게 된 프리지아까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송이가 큰 꽃을 좋아하고 있었구나 싶었는데 꽃도 편애를 하는 것 같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한창 산으로 들로 쏘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 때는 눈에 띄는 작은 야생화가 좋아 야생화와 관련된 책을 사서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기도 했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이름이 잘 안외워지던지... 도무지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꽃이름이 미워서 딴에는 꽃이름을 바꿔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나 빙그레 웃음이 나기도 했다. 야생화와 정원화는 분명 다른 것 같다. 꽃에 대한 갈증도 풀 수 있어 좋았다.

 

꽃만 열심히 들여다보았던 나의 우매함을 깨닫게 된다. 꽃만 보지말고 그 줄기와 잎도 보라고 열심히 가르쳐준 사람도 있었건만 내게는 왜 그렇게 꽃만 보여지던지. 그래서그런지 수국의 잎이 깻잎과 똑같다는 말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토양의 산도가 높으면 파란색 꽃이, 낮으면 빨간색 꽃이 핀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붉은 해바라기와 검정색에 가까운 꽃잎을 가진 튤립의 모습은 놀랍다못해 신기하기까지 하다. 놀랍고 신기한 것이 어디 그것뿐일까?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만 잔뜩 키워버렸다. 안타까웠던 점은 같은 꽃인데도 서로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는 거였다. 물론 한국식으로 바꾸어 부른다는 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단지 굳이 한국식으로 바꿔 부르지 않아도 될 듯한 이름이 보여 한번 해보는 말이다.  보는 사람의 시선까지 생각해가며 꽃을 가꾼다는 부차트 가든의 정원사들 이야기는 부럽기까지 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릴 줄 아는 배려가 고스란히 녹아있어 내 마음까지 푸근해졌다. 

 

집에서 작은 화분 하나라도 키워본 사람은 안다. 그 꽃이 우리의 사랑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를. 정성어린 마음과 손길끝에서 꽃이 핀다는 것을. 얼마전 가족행사가 많은 5월인지라 화원을 하는 지인에게서 아르바이트를 부탁받았었다. 첫날만 해도 황홀경에 빠져 감탄사를 연신 뱉어냈었다. 그런데 막상 일이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다보니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이것도 참 어려운 일이겠구나 싶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었다. 며칠동안이지만 경험삼아 한번 해 보겠노라고 나섰다가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혀를 내둘렀는데, 책을 통해 자신의 일터를 소개하고 있는 지은이의 마음은 분명 나와 같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져 있어 읽으면서도 내내 기분이 좋았다.

 

책속에는 단순히 부차트 가든이라는 일터에서의 생활만 있는 게 아니다. 꽃과 나무의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 꽃과 나무를 통해 먼 기억속으로 들어가 가족을 이야기하고, 친구를 이야기하고, 이웃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사는 이야기에는 情이 있다. 그 느낌이 그대로 나에게 전달되니 나까지 행복해지고 지은이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속에서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한송이 꽃을 통해 어린시절 즐겨보았던 만화를 다시 보았고, 없어지는 게 아까워 아껴먹던 그 시절의 과자를 떠올리며 입맛도 다셔보았다. 사루비아(샐비어) 꽃을 따서 그 꽁무니를 쪽쪽거리며 빨아먹던 옛이야기가 내게 미소를 선물해준다. 아련한 그리움이 바람결처럼 살랑거리던 시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부차트 가든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 행복했다. 한동안은 그 꽃들의 얼굴이 내 기억속에 머물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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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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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 그리고 카잔차키스...

카잔차키스라는 이름보다도 내게 신화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었던 '이윤기'라는 이름이 너무 반가워 덥석 손을 내밀었던 책이다. 셀 수 없이 등장하는 지명 '크레타'를 한번 찾아보았다. 그리스 13주 중의 하나로 그리스에서는 가장 큰 섬이라는 크레타.  그곳에는 이 책속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종교와 문학이 모여 있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미노스왕이나 테세우스,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의 전설을 안고 있는 곳. 그런만큼 문학이나 예술쪽으로도 뛰어난 인재를 배출했을 것이다. 그런 곳에서 태어난 카잔차키스는 더 말해 무얼할까 싶지만 사실 나는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오래전부터 한번을 읽어봐야지 했던 <그리스인 조르바>를 앞에 두고 약간의 설레임이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들어오기 전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협곡을 그려놓은 책표지의 그림조차도 내게는 충분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협곡 뒤의 분홍빛이 말하고 싶어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붓다,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

카잔차키스는 크레타섬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자유와 자기 해방을 꿈꾸었다는 그의 이력. 그리고 모든 우상들로부터 놓여나 진정한 자유로움을 찾으려 했다는 그를 이해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자유... 도대체 자유라는 건 무엇일까. 카잔차키스가 話者인 '나'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붓다라는 의미가 내게 묘한 감정을 일으켰다. 깨닫기 위한 붓다의 고행속에는 수없는 욕망과 유혹이 꿈틀거린다. 우리의 삶에서처럼. 그러나 따지고보면 그 모든 욕망과 유혹의 뿌리는 오직 한곳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단지 모른척 하고 있었을 뿐.. 조르바를 통해 보여지는 모든 행동속에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저 속깊은 내면의 자유로움을 숨겨놓았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질 자신의 모습, 혹은 다른 사람에 의해 평가되어질 자신의 모습만을 위해 내면의 소리를 무시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순을 버려야만 한다고 조르바는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내 안의 소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한다.

 

조르바, 그리고 나...

모든 형식과 규칙 따위에서 벗어난 철저하게 생물학적인 의미로써의 인간을 '자유인'이라고 정의해 놓은 걸 보았다.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는 우매함 따위는 저멀리 던져버리고 자신의 감정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조르바를 보면서 '자연인'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야말로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그러나 다른 사람도 인정하고 배려할 줄 알았던 조르바야 말로 진정한 '자유인'이었을거라는 생각 말이다. 이론과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괴리감이 존재한다. 붓다조차도 있는 그대로의 모든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째서 살아있는 감정이나 현실보다는 문자화되고 법제화되어있는 형식과 이론에만 치중된 삶을 살아내는 것일까. 대비를 이루며 평행선을 그어가던 '조르바'와 話者인 '나'의 시간속에 머물던 그 묘한 느낌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책표지를 보면서...

철학을 말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리스. 복잡함 따위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이 책이 어려웠다. 또 조르바 이야기가 영화나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는데 나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찾아보니 아주 오래된 작품들이었다. 책장을 덮고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자유'.. '자유로움'.. 카잔차키스가 꿈꾸었다던 '절대적인 자유'는 어떤 것일까? 말할 수 없을 만큼의 의미를 안고 있을 한마디. 어쩌면 저마다의 의미가 다를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협곡 사이로 멀리 보이는 분홍빛 산.. 나의 자유는 어떤 색일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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