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기억, 지도 - KBS 특집 다큐멘터리 지도에 새겨진 2,000년 문명의 기억을 따라가다
KBS <문명의 기억, 지도>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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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TV를 통해 방영되었던 지도 이야기는 총 4부로 나뉘어져 있다. 역사이야기와 맞물려 있는 탓에 나를 TV앞에 앉혔던 프로그램이기도 했지만, 방송을 보면서도 참 놀라웠었다. 와, 저런 것까지 어떻게 취재할 수가 있었지? 하며 감탄사를 쏟아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책으로 나왔다. 방송으로 보는 것과 책으로 보는 것은 판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내가 놓친 부분이나 좀 더 알고 싶었던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던져버릴 수가 없었다. 사실 방송에서 놓쳤던 부분을 다시 책으로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내용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용과 함께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는 지도들, 그 사진이 얼마나 귀하게 얻어진 것인지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분명 우리것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나라 박물관에 있어야하는 아픔은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저 많은 지도와 만나기 위해 눈물까지 흘려야했다던 그들의 후기가 한편의 드라마같다.

 

1부 달의 산, 이 부분에서는 세계를 그린 우리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시의 상황으로 보았을 때 어떻게 우리나라의 지도에 아프리카를 그려넣을 수 있었는지, 그것이 정확하게 그려진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현존하는 동양 최고의 세계 지도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지도이기도 하다.<혼일강리도>를 중국에서 들여와 이 지도에 우리 나라와 일본을 추가하여 새로 편집한 지도다. 처음 이 지도를 보았을 때 너무나도 크게 그려진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고 뜨악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야 그 연유를 알게 되었고 수긍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 그 지도가 보여주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역시 여러모로 컸던 중국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땅덩어리도 크고 사람도 많았으니 좀 더 넓은 세계로의 진출을 꿈꾸었다는 게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지내는 우를 범하고 말아 조금 늦은 발전을 꾀할 수 밖에는 없었지만 그들의 저력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2부 프톨레마이오스,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지리학자로 천동설을 주장했던 사람이다. 위도와 경도의 개념을 도입한 사람이기도 하고, 지도 투영법 이론을 제시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그린 지도는 훗날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2부에서는 지도를 따라 걸으며 인류문명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를 되짚어보게 된다. 세계지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흥미롭다. 지도 한장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맞춰 재탄생되어지는 세계사가 재미있다. 결국 종교를 끼고 시작되었지만 모든 것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필요조건을 충분히 채웠다고 생각이 들면 사라지거나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 지도가 그랬던 것 같다. 필요에 의해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차츰 차츰 변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사람이 필요성을 느끼게 된 지도가 첨단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일게다. 유럽인들이 미지의 나라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찾아내기까지, 그리고 그들이 그 곳에 처음 발을 디디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지도를 통해 너무도 선명하게 길을 보여주고 있다.

3부 프레스터 존, 지도때문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종교적인 의미가 앞섰다. 밀리고 밀리는 종교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또다른 종교적인 힘을 필요로 할 때 그들이 찾아헤맸던 존재가 저 먼 동양의 어느곳에 있다는 이야기가 생겨나고, 결국은 유럽인들을 동양으로 불러들이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종교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니 종교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지도도 생겨났다. 하지만 종교적인 의미보다 현실적인 의미가 더 강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필요로 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서, 필요로 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들이 필요로 했던 것이 지도였기 때문이다. 지도 한장으로 인하여 많은 돈을 벌 수가 있었고 그 이익을 따라 전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도 한장으로 인하여 새로운 문명,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역사라는 과거가 그렇다.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기도 한다. 어떤 이는 지금처럼 지도를 통해 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종교를 통해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하나의 물품을 통해 역사를 되짚어나가기도 한다. 같은 이야기 같은 결론인데도 불구하고 그 과정이 흥미로운 건 무엇을 매개체로 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4부 지도 전쟁, 지도를 가진 자, 세계를 지배하리라.. 별 것 아닌 것 같은 저 한 문장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모두 그렸다는 일본. 그 일본이 그린 지도가 지금까지도 미국의 어느 박물관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식민지시대를 열면서 그들이 제일먼저 우리의 역사를 연구했다는 건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 역사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구석구석까지 그들은 알고 있었던 거다. 우리가 굳세게 빚장을 걸어놓고 있을 때 그들은 먼저 세계로 향하는 눈을 떳다. 자의든 타의든 다른 세상의 문명에 눈을 떳을 때 그들도 지도를 보고 놀랐다고 한다. 이제는 그 지도 한장으로 인하여 비롯되어질 수 있는 일의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저 종이에 불과한 지도에 어떻게 선을 긋느냐에 따라 행복할 수 있는 곳이 있는가하면, 단 한 줄의 선으로 인해 불행과 고통속에서 살아야 하는 이들도 있으니. 당장 선 하나를 두고 남과 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만 보더라도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지도를 펼쳐놓고 세계여행을 한 기분이다. 내용이 너무 딱딱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다시 읽기를 잘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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