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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강의 - 중국 최초 통일제국을 건설한 진시황과 그의 제국 이야기
왕리췬 지음, 홍순도 외 옮김 / 김영사 / 2013년 10월
평점 :
중국 최초의 황제라는 말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세계를 움직이는 왕이란 말이 흥미롭다. 그만큼 그를 통해 이루어진 일이 많다는 말도 되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를 평가하는 잣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말일터다. 그래서일까? 700쪽이 넘는 두께에 압박(?)을 당하면서도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은근하다. 不老長生을 꿈꾸었던 사람. 출생의 비밀을 안고서도 자신의 욕망을 펼쳐낼 수 있었던 사람. 그가 일구어낸 결과들이 과연 그의 진정한 꿈이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난 의문점이다. 그가 천하통일을 꿈꾸었던 게 아니라 어쩌면 시대가 천하를 통일하고자 했던 거라고. 책을 읽으면서 슬며서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게 되는 건 세상을 떠도는 수많은 일화가 등장했던 까닭이다. 이 이야기가 바로 여기서부터 비롯되어진 것이로군, 아하! 이건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이야기였지... 함께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 기나긴 중국의 역사속에서 하나 둘씩 등장하는 우리의 역사를 발견하는 재미도 괜찮았다.
미리 말했듯이 시대가 통일을 꿈꾸었던 거라면 이미 오래전부터 천하통일을 향한 발판들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처럼 이 책은 진시황만을 다루지 않았다. 최초의 황제를 만들어내기까지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무런 힘도 없던 그의 선대들이 진시황을 탄생시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또한 지금까지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다는 진시황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어느 한 부분도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흔히 들어왔던 책사들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탄식과 한숨을 뱉어냈다. 그가 조금만 더 살았었더라면, 그의 전략이 조금만 더 성공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도 함께 한다. 상앙, 한비, 염파, 조사, 이목, 손빈, 방연... 참으로 많은 책사가 시대의 흐름속에서 활약하고 있었음이다.
하 - 상(은) - 주 - 진 - 한 - 위진남북조 - 수 - 당 - 송 - 원 - 명 - 청.... 중국은 단일민족도 아니고 어느 한곳에서 분연히 일어난 나라가 아니다. 요임금, 순임금, 우임금과 같이 우리가 잘 알고있는 선양제의 주인공들이 바로 하夏나라를 만들었다. 주변의 여러 부족들을 융합해 중국 역사상 최초의 왕조로 발전할 수 있었던 부락연맹제가 바로 하나라인 것이다. 비록 미희들에게서 헤어나지 못한 채 나라의 이름을 바꾸어야 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분봉제를 시행했던 주나라 시기에 주요 봉후국으로 위(衛), 노(魯), 제(齊), 송(宋), 진(晉), 연(燕)나라가 있었다. 춘추전국시대에 주 천자를 보위한다는 명목으로 등장했던 齊나라의 환공, 宋나라의 양공, 晉나라의 문공, 秦나라의 목공, 楚나라의 장왕을 일컫는 춘추오패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제의 환공, 진의 문공, 초의 장왕, 吳의 합려, 越의 구천을 춘추오패라 부르기도 한다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진의 목공이 바로 진시황의 선대였다는 것이다. 바로 그 나라들의 전쟁이 이 책속에 실감나게 그려지고 있어 마치 장대한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각 제후국 간의 전쟁으로 혼란이 그치지 않았던 전국시대를 거쳐 일곱 제후국만 남게 되었고, 이들 戰國七雄이 바로 위(魏), 한(韓), 조(趙), 진(秦), 초(楚), 연(燕), 제(齊)나라이다. 초기에는 한, 조, 위 세 나라가 동맹을 맺어 강했으나, 동맹이 깨지면서 제나라와 진나라가 강해졌다. 이에 소진은 6국이 종적으로 연합하여 진의 강성에 대항할 것(合縱)을 주장했고, 장의는 진과 6국이 개별적으로 횡적 동맹을 맺을 것(連橫)을 주장했다. 전국 후기에 진나라의 세력이 더욱 강해진 이유가 바로 합종연횡의 결과였다. 특히 상앙의 변법은 진나라를 강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최초의 통일 국가를 건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 뒤를 이어 나타나는 것이 바로 反秦운동에 중심 역할을 했던 유방과 항우의 이야기다. 상앙이란 인물은 은연중에 중종때의 조광조를 떠올리게도 한다.
조희와 여불위를 통해 생각해보는 진시황의 출생비화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진시황의 곁에서 세상을 주물렀던 이사와 환관 조고의 마지막을 바라보면서 권력을 향한 인간의 속성을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은 씁쓸하다. 썩은 생선과 함께 돌아왔던 진시황의 죽음은 많은 것을 시사하는 듯 하다. 지금까지도 진시황을 욕되게 하는 분서갱유의 바탕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한사람을 통해 이렇게나 많은 역사의 흔적을 들춰낼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마지막 장에서 '어떻게 진시황을 평가할 것인가?' 라는 제목으로 시대적인 평가를 다루고 있지만 그 평가라는 게 그리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들이대는 잣대는 저마다 다를 것이기에. 두껍기는 하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 하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