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잔타 미술로 떠나는 불교여행 인문여행 시리즈 12
하진희 지음 / 인문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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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종교일까? 많은 사람이 불교를 종교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종교와 신앙의 차이는 무엇일까? 느닷없이 불거져나온 이 의문점.. 그래서 한번 찾아봤더니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있다. 종교는 神이나 절대자의 힘을 통하여 인간의 고민을 해결하고 삶의 근본적인 목적을 찾는 문화 체계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문화현상이라는 것이다. 어느정도는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런데 신앙의 의미가 재미있다. 성스러운 존재에 대한 믿음과 무조건적인 복종을 말하기도 하며 불확실한 것을 주관적으로 확실하다고 믿는 것은 신앙이 아니다,라고 나온다. 한번쯤은 곱씹어 볼 말인듯도 하고... 他종교처럼 절대자를 내세우지 않으니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종교는 진리에 대한 가르침을 의미한다는 말에 한표를 주고 싶다. 종교가 되었든 신앙이 되었든 어떠한 절대자를 전제로 한 무조건적인 믿음은 진정한 종교가 아니라는 것이 나만의 지론인 까닭이다. 불교가 종교인지 철학인지 따져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두가 길어졌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추구하는 바를 어떤 형태로든 보여주고자 했던 표현방식들이 세계 곳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하는 아잔타 석굴 또한 세계가 인정하는 불교미술의 보고라는 말을 수없이 듣고 있으니 어디에서 비롯되어졌는가, 어떤 목적을 두었는가가 중요한 일임엔 분명한 모양이다.

 

불교의식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불교미술은 불상이 없었던 초기에는 불상을 대신해서 佛足이나 法輪을 그려 놓거나 보리수 등의 상징적 대상물에 예배했다. 佛塔이나 佛像은 그 이후 체계를 갖추어가면서 만들어지게 되었다. 인도에서 발생된 불교가 여러나라로 전파되었지만 그 나라만의 역사와 사상에 알맞게 서로 다른 특징과 믿음의 문화를 형성하였다는 것은 흥미롭다. 그렇지만 현실주의를 표방하는 불교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바라보는 아잔타 석굴 사원부처의 전생이라는 자타가를 통해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타가는 붓다의 전생 이야기로 붓다가 깨닫게 된 원인이 전생에 쌓은 선행과 공덕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당시 인도의 민간에 널리 유포되고 있던 전설과 우화 속의 인물 하나를 붓다의 전생으로 꾸며서 불교 설화로 변경시킨 것이라 한다. 자그마치 547가지의 전생 이야기가 수록되어져 있는 경전도 있다고 하니 우리의 일상속에 얼마나 깊숙히 들어와 있는가를 짐작해 볼 수 있음이다.  전생이나 윤회, 선악응보의 사상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지금의 내가 선행으로 덕을 쌓으며 자기희생과 인내를 바탕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내게만큼은 그다지 커다란 반감을 불러오지 않는다. 아잔타 석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자타카 이야기 역시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탄생한 것일게다.  

 

이 책은 아잔타 석굴을 찾아가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알고 가야 하는 가를 말해주고 있다. 아잔타 불교 석굴 사원이 어떤 곳이며, 벽화는 어떤 기법을 썼고 어떤 색채를 위주로 그렸는지, 그곳에 그려진 벽화를 이해하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조금은 외설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그림의 의미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설명을 한다. 석굴사원인 까닭에 어두웠던 실내에서 촛불이나 한줄기 빛을 이용하여 조각품들의 예술성을 어떻게 보여주고자 했는가를 살펴보는 부분은 신비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잔타 벽화에 그려졌다는 자타카는 우리가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보았음직한 이야기들이다.  윤회사상을 그리고 있어 어떤이에게는 반감을 불러올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깨닫게 해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부처의 전생 행적을 따라 불교미술 순례여행을 떠났다는 글쓴이의 발길이 부럽기도 하다.  죽기 전에 한번은 보아야 한다는 아잔타 석굴을 나는 언제쯤에나 볼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불교를 대표하는 석굴암과 고려불화를 떠올린다. 아잔타 석굴은 인도의 석굴 양식이지만 우리나라 석굴암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 많은 고려불화가 실제적으로 우리에게 있지 않다는 사실이 또한번의 안타까움을 불러온다. 몇 해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았던 고려불화전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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