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의 울음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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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편견, 자아도취, 강박관념, 집착... 우리가 살면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말들이다. 그런데 그다지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모든 오해와 악행의 시작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떻게해서든 비껴가고 싶은 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내면에서 살아숨쉬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교묘하게도 저 말들과 늘 동행하는 말이 있다. 사랑이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말속에 감춰진 또하나의 마음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런데 이 책은 그 무서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각각의 사람이 안고 있는 혼자만의 문제임에도 우리는 늘 그 원인을 타인이 제공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에 '명분'이라는 말이 있다. 이름이나 신분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의미하는 말지만 어찌된 일인지 우리에게는 어떤 일을 꾀하기 위한 구실이나 이유로써의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어지는 말이기도 하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내 안에 있음에도 결국 누군가를 이용해 '~~ 때문이야, ~~ 때문이었어' 라고 자신의 문제를 덮어버리는 우리의 이중적인 심리가 그 말속에서 꿈틀거린다. 참 묘하다. 행복과 불행이 함께 이듯이 사랑과 미움도 함께는 게.

 

제목만 보고 추리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추리소설인듯 추리소설이 아닌 이 책의 매력은 뭘까? 사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책장을 덮으면서도 무서웠다. 누군가를 향한 강한 집착과 자기 자신안에 가둬둔 강박관념으로 인해 서서히 망가져가는 네사람의 일상이 그다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속에서 벌어진 일들은 작금의 시대에 우리 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중의 한가지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 사실이 서글프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묘한 동질감을 느낄 때가 있는가 하면 가까운 것 같아도 알 수 없는 이질감에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로버트와의 만남을 이상한 만남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묘하게 빠져들던 제니. 그렉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으면서도 제니는 로버트를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으며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자 했다. 그것은 아마도 로버트에게서 보았던 감정의 빈틈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과 같은 어떤 일을 겪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나와 똑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착각이었을지도 모를 그녀의 감정은 그녀를 사랑했던 그렉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신기하게도 사람의 뇌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불합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보여지는 것만 믿고자하는 면도 없지않아 있다. 그것은 무엇때문일까? 아마도 자신에게 다가올 어떤 불행이나 불이익때문이 아닐까? 여태까지 자신이 알고 있었으며 믿어왔던 것만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밑바닥에는 새로운 것을 인정했을때 겪어야만 하는 변화에 대한 불안감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 빠졌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사람을 죽이지 않았음에도 정황상 살인자가 되어가는 로버트의 딱한 사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로버트를 끝까지 몰아부치는 이혼한 아내 니키의 치졸함,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끝까지 로버트를 믿지 못했던 제니의 어설픈 사랑, 제니의 변화가 모두 로버트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그렉의 증오심, 진실을 알아내려고 하기보다는 보고 들은 것만을 믿고자 했던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 그러나 그 모든 것의 바탕에는 로버트의 우유부단함이 있었다. 이 네 사람에게서 드러나는 감정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하게 된 모든 일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두가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했다는 것이다. 로버트는 로버트대로, 제니는 제니대로.... 그러나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다는 것이 상대방을 얼마나 힘겹게 하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런 것쯤은 감수해야 하는거라고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휘두르는 감정의 칼날은 너무나도 쉽게 많은 것을 베고 상처를 낸다. 말로 휘두르는 칼보다 감정으로 휘두르는 칼이 더 예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온다. 올빼미는 밤에 운다. 그리고 밤은 모든 것을 감춰준다. 그 밤을 우리는 곧잘 죽음에 비교하지. 그렇게 죽음까지 이르게 되는 사람의 감정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책속에서 보게 될 것이다. 가슴 한켠에 서늘한 바람이 지나간다. 두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무서운 이야기!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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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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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를 줍는 소녀, 멘눌라라... 마리아 로살리아 인제릴로, 그녀의 이름이다. 제 이름을 놔두고 그녀는 왜 멘눌라라라고 불려졌던 것일까? 그러자면 그녀가 살아왔던 삶을 되짚어가야만 한다. 한사람의 일생을 되짚어보자면 누구의 입을 빌려야 할까? 그렇다고 그녀가 남긴 회고록이나 자서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는 거기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딱히 정해진 싯점은 없다. 누군가의 입을 빌려서 그녀의 삶은 재탄생되어지고 그 안에서 그녀의 삶과는 다른 또 하나의 삶이 만들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일은 남의 이야기다. 남의 이야기를 입에 올릴 때 사람들은 가장 재미있어 한다. 그러나 진실은 항상 존재하는 법이다. ~~~ 했다더라, 식의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졌어도 끝이 없을 것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어도 그녀가 살아냈던 삶의 단 한가지 모습은 아름답웠다는 게 결론이다. 그녀는 정말 마녀였을까?

 

가난한 농부의 둘째 딸로 태어난 멘눌라라는 병약한 어머니와 언니의 몫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아주 어린 나이에 나무를 오르내리며 아몬드를 따고 줍는 일을 해야만 했다. 다람쥐처럼 오르내리며 일에 열중하던 그녀에게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이 바로 멘눌라라였다. 아몬드를 줍는 소녀는 그렇게 자라서 숙녀가 되었고 나이를 먹었으며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냈다. 노동자이면서 노동자 위에 서서 명령을 내렸던 그녀는 결국 어느 계층에도 속하지 못한 채 외로운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이다. 여자임에도 맘놓고 사랑을 갈구 할 수 없었으며, 명령을 내리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맘대로 그 권력의 힘을 누리지 못했다. 결혼이라는 평범한 꿈마저 포기해야만 했던 그녀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아픔이 있었다. 그 아픔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만 갔다. 하지만 지식으로의 열망은 그녀의 눈을 뜨게 하고, 새로운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야기는 그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렇다 할 가문의 가정부였지만 재산관리인이라는 이름까지 거머쥔 그녀의 죽음은 너무나도 많은 탐욕을 불러왔다. 그리고 죽은 그녀로부터 배달되어진 세 번의 편지는 살아있는 자들의 몸과 마음을 마음대로 쥐고 흔든다. 도대체 죽은 사람이 어떻게 편지를 보낼 수 있을까? 그렇게 간단하고도 단순한 사실조차 그들은 생각 할 수 없었다. 탐욕에 눈 먼 그들에게 있어서 이성적인 판단이라는 건 찾아볼 수도 없었다는 말이다. 참으로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금옷을 걸치고 태어난 것마냥 행동하는 지배계층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어보인다. 그들에게 짓밟히는 노동자 계층의 사람들 역시 달라진 게 무엇일까 싶기도 하고.

 

이야기의 짜임새가 정말 좋다. 하지만 이렇다하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나 자극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책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던 그녀의 모습때문이었다. 어찌보면 애처롭기도 하고, 어찌보면 앙큼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능청스럽기도 한 그녀의 삶이 때로는 공감을 불러오기도 하고, 때로는 탄식을 하게 만들었다. 참으로 기막힌 한 여자의 일생이 이 책속에서 살아 숨쉰다. 그녀, 멘눌라라의 인생은 성공한 삶이었을까? 과연 그녀의 사랑은 숭고한 사랑이었을까? 문득 묻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살았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인지. 다시한번 묻게 된다. 참사랑이란 의미에 대해서.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죽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지만 그녀에게는 그 말조차도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죽은 뒤의 삶까지도 계산해야만 했던 그녀, 멘눌라라.. 에필로그가 없었다면 그녀의 주변을 맴돌았던 사람들을 용서하지 못했을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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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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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라는 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가족'이 병이라고? 어떻게 '가족'이 병이 될 수 있다는 거지? 어쩌면 이렇게 말 할 수도 있겠다. 도대체 우리 가족을 뭘로 보고? 뭐, 이런 따위의 항변을 늘어놓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나는 그 말에 백퍼센트 동의한다. 도둑질도 아는 놈이 한다는 말이 있듯이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를 아프게 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는 항상 내 가까이에 있다. 왜 그럴까?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말이다. 가족이니까, 친구니까, 연인이니까.... 라는 말로 받은 스트레스를 한번 생각해보라!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 시작이 가족이었다. 지금 이순간과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말은 수없이 들어왔던 말중의 하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가족이니까, 친구니까, 연인이니까 내 모든 감정을 다 쏟아버려도 괜찮을거라는 착각속에서 산다. 가족인데 그거 하날 못 받아줘? 친구라면서 그거 하날 못들어주나? 사랑한다면서 왜 못받아주는 건데? 이 얼마나 이기적인 주장이냔 말이다. 이토록이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관념으로 대하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거나 친구이거나 연인이라는 것이 서글픈 현실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마음이 먼저 있고, 그다음 가족이라는 틀을 만들어가야 진정한 가족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DNA 따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111쪽)

빙고! 내 말이 딱 그말이다. 가족이라는 틀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아야 했는지... 오래전 급한 일이 있어서 택시를 탔다가 나이 지긋하신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같은 날 친구모임과 가족모임이 겹쳤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거냐고 장난스럽게 물으시면서 생각보다 쉽게 그 대답을 보여주셨었다. 가족모임에는 가봐야 재미도 없고 서로 껄끄럽기만 해서 언제부턴가 친구모임을 선호하게 되었다고. 바로 오늘이 그날이라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로 얼굴을 마주했을 때 편치 않았던 내 가족을 떠올리며 나 역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 속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어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서로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게 아니다. 가족이니까 내 힘든 걸 모두 알아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소리치기 이전에, 그렇다면 나는 내 가족들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족이니까 무조건적인 포용과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당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족이기 이전에 나는 '나'라는 개인적인 존재감이 더 크다. 내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물론 지나간 시절속의 가족이라는 개념과 작금의 현실속에서 보여지는 가족이라는 개념은 분명히 다르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말하기 이전에 변해가는 사회의 모습에 어느 정도는 발맞춰가야 하는 또다른 시각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달라진 사회속에서 무조건적으로 옛날과 같은 한사람만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 사이에는 산들산들 미풍이 불게 하는 것이 좋다. 상대가 보이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밀착하거나 사이가 너무 벌어져 소원해지면 가족만큼 까다로운 것도 없다. (-66쪽)

정답! 내가 내리고 싶은 가족에 대한 정의가 딱 저 말인 듯 하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주제를 논하게 된 것일까? 언론매체를 통해서 보여지고 있는 '가족의 붕괴' 현상은 이제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니다. 아니, 그렇게 느껴진다. 남보다 못한 가족의 모습, 남보다 더 무서운 가족의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도 흔하게 마주한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가족이라는 존재끼리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면 그게 무슨 가족이냐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면서 남보다 못한 가족으로 지낼 바에는 차라리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로 편하게 지내는 편이 훨씬 좋지 않을까, 하는게 나의 지론인 까닭이다. 뭐, 배려심과 이해심이 충만한 사람이라면, 그래서 웬만한 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스펀지같은 사람이라면 그런 거리가 필요치 않을수도 있겠지만... 체감온도가 아직은 낮을수도 있겠지만 '가족'으로 인해 병을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아 보인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존재,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존재, 그게 가족이다. 그럼에도 '가족이니까' 라는 맹목적인 개념이 올가미가 되어 우리를 조인다. 바로 그런 점들에 대해, 가족이라는 개념과 얽힌 사회구조와 부조리함에 대해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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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토닥토닥 명언 노트 - 현직 교사가 뽑은 동양고전 따라 쓰며 마음 다스리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9월 청소년 권장도서
허시봉 지음 / 슬로래빗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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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爲也非不能也.. 책을 펼치자마자 따끔한 한마디가 나를 맞이한다. '하지 않는 것이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라는 뜻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할 수 없었던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이 더 많았다. 귀찮아서, 혹은 다음에 하지, 라고 생각하며 미루었던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자신이 없어서라거나 이거 꼭 해야하는거야? 라고 나 자신에게 물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어느 순간 문득 느끼게 되었던 진리가 있다. 의외로 쉬운 데 있는 것을 어려운 데에서 찾는다는 事在易而求之難.. 수학은 잘하는데 산수는 잘 못한다는 우스개소리처럼 늘 그랬던 것 같다. 쉽게 갈 수 있는 길도 돌아서 어렵게 가곤 하는 습관이 너무도 싫었었다. 어째서 그렇게 남을 의식하며 살아가는지, 어째서 그렇게 자신의 의지대로 밀어부치지 못하는 것인지 한심해 보일 때도 많았었다. 젊어 고생은 사서까지 할 필요없다거나, 개미처럼 그렇게 살기보다는 베짱이처럼도 살아 봐야 한다거나,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옛말의 의미를 지금 세상에 맞춰 말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정색하고 들이대는 옛 성현의 말씀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게 된다.

 

청소년들 뿐만이 아니라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저마다 삶의 모습이 다르듯이 저마다 추구하는 바도 다르다. 그러니 각자에게 맞는 처세가 필요할 터다. 그런 점에서보면 이 책은 삶의 막힘을 뚫어주는 역할쯤은 너끈히 해낼 것 같다. 마치 의사의 처방전처럼. 자신감이 점점 사라질 때, 계속 트집 잡는 사람이 있을 때, 화를 참을 수 없을 때,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 때, 심지어 잘하는 것만 반복하고 있을 때 등등...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먹어야 하는 약이 다르다. 사람에게 실망했을 때는 무엇으로 위로 받아야 할까? 人心之不同 如其面焉... 사람 마음이 같지 않음은 그 얼굴이 서로 다른 것과 같다, 라는 뜻이다. 사람의 얼굴이 모두 같지 않은 것처럼 그 마음 또한 같지 않았을텐데 어째서 모두 내 마음과 같을거라고 생각했을까? 어쩌면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참으로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연륜이 깊으면 나름대로의 장점과 특기가 있다는 한비자의 말, 老馬之智. 세대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작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方可方不可 方不可方可 라고 했던 장자의 말처럼 세상에는 되는 것이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으면 되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너무 조급해 할 일이 아니다. 그런 것을 자신의 감정 하나를 못다스려서 후회할 일을 만들곤 한다. 오래전에 알고 지냈던 스님께서 늘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길거리에 함부로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라, 너에게서 나간 것은 무엇이 되었든 너와 연결이 되어 있으니, 생각없이 뱉은 침이나 버린 쓰레기를 보고 다른 사람이 욕을 하게 되면 그 욕의 기운이 고스란히 너에게 돌아온단다... 아주 오래전의 말씀인데도 늘 가슴에 새겨두고 사는 말 중의 하나다. 무엇인가와, 누군가와 친해지지 않거든 나 자신을 돌아보라는 맹자의 말을 다시한번 되뇌인다. 治人不治 反其智 ...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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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바위 바람 분들 푸른 나무 눈이 온들 - 춘향전 열네살에 다시보는 우리고전 3
고영 지음, 이윤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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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내 사랑아, 네가 무엇을 먹으려느냐. 수박을 줄까, 참외를 줄까.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빵긋 웃어보아라, 내 사랑아... " 내 등에 업힌 기분이 어떠냐?" "한없이 좋지요" " 그럼 나도 업어 줘야지" " 아이구 기운 없는 내가 도련님을 어찌 업어요?" " 나는 그냥 네 어깨에 팔만 올려 놓을테니 넌 그냥 징검징검 걸어라".... 아하하하, 그야말로 유치찬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서 노는 장면이 머리속에 그려진다. 그냥 저절로 웃음이 난다. 사랑이라는 게 뭐 별거냐. 저렇게 아이처럼 노는거지. 어찌 춘향과 몽룡만 저렇게 놀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모두 공감할 만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저리도 좋았는데 왜? 사랑은 변하는 것일까? 아니, 아니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변할뿐. 춘향을 보라, 사람이 변하지 않으니 사랑도 그 모습 그대로 그들의 곁에 남아 있어주지 않았는가 말이다.

 

귀가 닳도록 들어온 춘향전을 또 본다고? 어쩌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것이라해도 보는 관점에 따라, 보는 시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학창시절에 읽었던 세계문학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었을 때 그시절의 느낌과는 정말 다르게 다가왔던 것처럼. 그래서 궁금했다. 이 춘향전은 또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을까? 판소리사설을 긴요하게 참고삼았다는 말때문인지 내내 판소리 한마당을 듣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리도 구수한지. 그러고보면 우리의 전통 문화는 벽이 너무 높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든다. 좀 더 쉽게 풀어서 대중과 함께 소통한다면 더 좋을텐데... 원래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좀 더 편하게 다가오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만나고 싶다는 안타까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춘향전을 통해 바라보는 조선시대의 사회상이 흥미롭다. 남자들만의 세상속에서 존재감과 정체성을 잃어야 했던 여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보인다. 하늘이 주신 재능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펼치지 못한 여인들의 이름이 스쳐지난다. 그러나 그 모든 폐단을 분연히 떨치고 일어서는 여인도 있었으며, 춘향이처럼 그렇게 자신만의 의지로 항거를 하기도 했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네들이 있었기에 한시대의 이야기가 하나씩 더 추가되었을 것이다. 열녀라는 것도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저 가문을 위해서, 혹은 남자들의 체면과 위신을 위해서 만들어졌던 경우도 허다했다. 사실 우리의 문화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문화를 살펴보아도 만들어진 전통은 생각보다 많다. 몽룡의 어사출두와 같이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과 맞지 않는 모습을 파헤치는 모습도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춘향전의 실제 주인공이라는 성이성의 생가 '계서당'을 찾은 적이 있었다. 소설속의 존재가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구나,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여기저기 기웃거렸던 생각이 난다. 몽룡이 어린시절에 타고 올라갔다던 뒷뜰의 나무 한그루를 바라보며 베시시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저 소설속의 인물에 불과했다고해도 그 존재감은 엄청났을 것 같다. 그만큼 우리의 의식속에 자리잡은 춘향전의 의미가 깊은 것일게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열네살에 다시보는 우리 고전> 시리즈를 응원한다. /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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