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의 아들
에셀 릴리언 보이니치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THE GADFLY... gadfly가 뭘까? 책속에서는 쇠파리로 나오는데... 한번 찾아보자. 잔소리꾼, 쇠가죽파리, ~을 귀찮게 따라다니는 사람, 어떤 문제에 대해 시끄럽게 따지다, 등에, 쇠파리... 책을 덮으면서 생각한다. 참 무서운 이야기라고. 속세의 복음서로 불리는 반기독교 문학의 걸작이라는 말이 보인다. 물론 그냥 소설일터이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큰 울림이 있을거라고... 추기경, 교황을 제외하면 최고 높은 직책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성직자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추기경의 아들이라고? 제목부터가 상당히 도발적인 느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책, 참 묘하다. 반기독교 문학이라고 하는데 밑바닥에 흥건하게 깔린 기독교적인 맛은 또 뭐란 말인가! 반기독교라고 말은 하면서 은근슬쩍 파고 드는 무례함이라니!

 

성경의 자세한 부분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모세가 모진 고난과 핍박속에서 유대인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했던 출애굽에 관한 이야기는 세상에 많이 회자되어진다. 하나님이 저들을 도와 여러차례의 재앙을 보였는데 그 중의 네번째 재앙이 쇠파리떼의 출연이었다고 한다. 그 유명한 홍해의 기적도 그 사건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책속에서 추기경의 아들이라는 존재가 자신을 쇠파리라고 칭한다는 건 상당히 깊고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총 3부로 나뉘어진 내용을 살짝 살펴보자면 1부의 소제목이 부러진 십자가, 2부의 소제목이 13년 뒤, 3부의 소제목은 아버지와 아들이다. 보여지는 제목속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미리 짐작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흔한 소재라는 말과 통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 뻔한 소재를 어떻게 그렸을까? 쇠파리... 가축이나 사람의 살갗에 알을 낳고 기생하며 피를 빨아 몸의 기관을 파괴하는 무서운 곤충. 성직자의 위선과 거짓이 어디 하루이틀만의 일일까? 가까운 사람의 배신이 우리 삶속에서 어디 한두번뿐일까? 종교적인 색채가 짙게 배어있는 이 책은 결코 반기독교 문학은 아니라고 본다.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겹쳐지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하나는 며칠전에 보았던 영화 <思悼>이고, 또 하나는 7080세대가 겪어야 했던 민주화의 열망이었다. 성직자로써의 아버지와 그의 사생아로 태어난 아들의 갈등 상황속에는 추기경으로써의 마음과 아버지로써의 마음을 각각의 색채로 보여주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지배하에 놓여 있던 이탈리아의 지하조직 <청년이탈리아당>의 비밀스러운 활약상이 오래전 민주화를 향했던 우리의 젊은 청년들을 생각나게 했었다. 추기경의 아들과 묘하게 겹쳐지던 예수의 고난... 거기에서 그만 실소를 금치 못했다. 종교를 부정하고 혁명을 지향했다고? 그렇게 나는 반기독교문학이라는 뻔한 손짓에 또한번 낚이고 말았음을 인정해야 했다. 나? 아직은 무신론자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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