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손글씨, 시를 쓰다 - 따라쓰기로 연습하는 캘리 라이팅북
허수연 지음 / 보랏빛소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치유의 손글씨라는 말이 참 좋았다. 손글씨를 써 본지가 언제인지... 라고 말하는 사람 꽤나 많을 터다. 그러나 나는 늘 연필을 손에 잡고 산다. 그럼에도 손글씨라는 말이 꽤나 정겹게 다가왔다. 남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일부러 손글씨를 쓴다고 하는데 글씨를 쓰면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오래전에 지인이 전해준 시집을 자주 들춰본다. 너라면 이런 책, 좋아할 것 같아서... 라고 말하던 그 선배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詩... 그렇게 좋은 글들을 손으로 써봤던 기억이 언제였는지... Calligraphy가 뭘까? 우선 궁금증부터 해결하자.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라는 뜻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의 한 종류일 뿐이다. 문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글자 자체의 독특함을 추구하는 형태라고 이해하면 될 듯 하다. 특히나 붓펜을 이용하는 것이니만큼 번짐이나 굵거나 가는 선을 마음대로 쓰면서 나름대로의 여백을 살려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캘리그라피라는 건 왜 붓펜으로만 써야 제 맛이 날까? 서예가 영어로 캘리그라피라 번역된다는 말이 보인다. 아하, 그래서 붓펜을 주로 사용한 것이었구나! 원래는 아름다운 서체라는 뜻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이 책과 는 또다른 느낌을 남겨주었던 김문태님의 <그냥>이란 책이 떠오른다. 童心畵라는 말이 꽤나 매혹적인 책이었는데... 그림으로 표현되었던 글자가 이채로웠던 기억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쇄되어진 글자가 아니라 손으로 저마다의 멋을 추구한 글자라는 말일 게다. 이 책은 '따라쓰기로 연습하는 캘리 라이팅북'이라는 부제에서 보이듯 한쪽면에 예를 보이며 따라 써보기를 권하고 있다. 우선은 도구가 필요했다. 붓펜과 마카펜은 손에 넣었는데 넓은 면과 얇은 면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캘리그라피펜은 구하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그거 없다고 못쓸까? 책을 펼쳐들고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여러 편의 詩를 읽으며 따라 써보기로 했다.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좋은 詩를 내 손으로 마음을 다해 써 본다는 게 참 좋았다. 일단 하나를 써보고나니 뭔가 부족한 듯 했지만 어찌 첫술에 배부르랴! 그렇게 詩를 쓰느라 밥하는 것도 잊었다!

 

 

따라 쓰고보니 같은 글인데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흉내내기조차 쉬운 게 아니군,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나름 기분이 좋았다. 책을 열면서 저자가 이렇게 말했었지. 외롭고 지친 일상을 글씨가 위로해주었다고. 詩를 좋아했었던 자신과 다시 만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우리는 뭐가 그렇게 바쁜 것일까? 무엇을 얻고자 그리도 바쁘게 앞만 보며 달려가는 것일까? 문득 생각하게 된다. 내 마음속의 여백은 얼만큼이나 될까? 그 여백을 느끼고 싶어 가끔씩 하루만의 일탈을 감행하기도 했지만. 이 책은 내게 또다른 일탈을 선물해주었다. 다시 문구점엘 가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붓의 크기가 글씨의 느낌을 많이 좌우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캘리그라피펜을 꼭 구해야 할 것 같다. 많이 좋아지면 내가 쓴 글씨로 작은 시집 한권 만들어보고 싶다. /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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