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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프레임 - 우리는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
샌더 밴 데어 린덴 지음, 문희경 옮김 / 세계사 / 2024년 6월
평점 :
세상의 소리에 그다지 관심을 표명하지 않는다. 작금의 세상은 너무 많은 소리때문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가 너무 많아 TV와는 이미 오래전에 멀어졌다. TV에서 볼 만한 것이 없다는 것도 한몫 했겠지만. 개인적으로 유튜브를 보는 경우도 지극히 드물고 인터넷 서핑을 하며 흥미거리를 찾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인지 디지털에 저항하면서 산다는 저자의 말이 이채롭게 들렸다. 이 세상에는 의외로 그런 사람도 많을텐데 어쩌다 보니 모두가 한 곳 만을 바라보라고 외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 하다.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늘 마주하는 글이 있다. 우리의 뇌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고. 언뜻 보기에 그럴듯한 것이나 자신이 선호하는 것, 익숙한 것, 혹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말에 더 동요한다는 것에 대해 아니라고 말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여러번 반복해서 듣게 된다면 그것은 곧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는 뇌의 오류도 있다. 광고라는 것이 아마도 그 틈을 파고 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고해도 틀리진 않을 것 같다. 각설하고, 이 시대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넘쳐난다.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많은 정보들. 그러나 그 정보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판단과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뇌는 우리가 알거나 전에 본 적이 있는 주장에 진실 가치를 더 높게 부여한다. 연구에 따르면 가짜 뉴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시간이 지나는 사이 잘못된 정보가 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해 그 정보를 공유해도 윤리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3쪽)
거짓은 날아가고 진실은 절뚝이며 뒤따라간다.(-145쪽)
말 그대로 거짓은 진실이 신발을 채 신기도 전에 지구 반바퀴를 돈다.(-153쪽)
며칠 전에 <댓글부대>라는 영화를 보았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살아내야 할 현실이 너무 무섭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주변에 공기처럼 떠도는 가짜들을 누가 만들었을까? 그 거짓들을, 그 가짜들을 우리는 아마도 공기를 마시듯 귀로 들을 것이다. 옛말도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그러고 보니 거짓말과 가짜를 만들어내는 게 인간의 속성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거짓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한마디가 큰 울림을 준다. 사람들이 직업적으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는 주로 금전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349쪽) 결국 또 돈인가?
잘못된 정보를 정정하면서 신뢰할 만한 설명이 제시되지 않으면 정신적 모형에 공백이 생긴다. 명확한 설명이 대안으로 주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일관성 없지만 정확한 정신모형보다 일관성 있고 부정확한 정신모형을 선호한다.(-122쪽)
책의 내용은 솔직히 조금은 장황하다. 거짓(가짜 뉴스)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퍼뜨린다. 그리고 반응을 살핀다. 과연 그 거짓(가짜 뉴스)를 얼만큼의 사람들이 맏는가, 그것을 믿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가, 그리고 한번 믿은 것에 대한 수정은 이루어지는가... 정말 많은 연구와 분석을 통해 결과를 분출해내는 과정들이 이 책속에 담겨 있다. 그래서 약간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드러난 결과들을 보면서 놀랍기도 했다. 며칠 전에 보았던 그 영화도, 지금 읽은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는 진실은 씁쓸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사람들이 직업적으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는 주로 금전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 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그 많은 연구 과정끝에 다다른 결론은 딱 하나다. 모든 것은 순간이고 세상은 생각하는 것처럼 개인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이상한 착각 때문에 멈추지 못하는 행동들. '좋아요'를 없애야 한다는 말도, 소셜 미디어의 운영자들에게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도 백퍼센트 공감한다. /아이비생각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가는 것도 어느 한 사람이 그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작되고, 또 한 사람에게서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 멈추기도 한다. 이제 개인의 저항력을 사회의 집단 면역으로 바꿔보자. 당신에게 맡기겠다. 진실이 당신과 함께하기를.(-4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