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가의 작품은 두번째다. <대한민국 원주민>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만큼의 나이를 먹었으려니 했었다. 담담하게 그려내는 옛시절의 풍경들이 너무도 자연스러웠고 생생했던 까닭이었다. 자신의 가족 혹은 그 시절의 가족사를 빌려 보여주던 사회적인 단면을 통하여 지금의 우리와 무엇이 다른지를 한번쯤 생각해보라는 듯이... 그래서 이번 작품도 주저없이 선택했다. 처음엔 그저 학생들 교육용으로만 제작되어졌다는 이 작품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대하기에 역사책속의 한구절처럼 보여지겠구나 싶었다. 아무런 느낌도 없이 그저 그랬었나보다 하는 그런 것.. 화염병이 난무하고 최루탄이 날아다니던 종로를 기억한다. 지나가는 지하철을 세워버리며 데모를 했던 그 시절의 학생들을 기억한다. 그 당시였다면 나도 한창때의 나이였건만 나는 솔직하게 말해 아웃사이더였다. 그 언저리에서 바라보며 눈밑에 치약이나 바르고 있었으니...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일부러 아들녀석을 데리고 그 영화를 보러 갔었다. 실제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였기에 책으로만 혹은 글자로만 보여지는 것보다는 훨씬 더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싶은 욕심이 앞선 까닭이었다. 물론 영화였기에 만들어진 이야기라고도 치부할 수 있겠지만 그런데로 흐름을 읽어내던 아들녀석이 참으로 고마웠었다. 세월이 참 빠르다. 그 사건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이미 늙어버렸다고 100℃의 그 뜨거움도 같이 늙어버린 것은 아닐게다. 부끄럽게도 나는 지금에야 알았다.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가 있다는 것도..  '탁'치니 '억'하더라, 하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가던 그 시절의 아픔이 이 작품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지만 그림을 보면서 어느 순간 울컥! 올라오는 것이 있고, 어느 순간 왈칵! 쏟아져내릴 것 같은 눈물이 고여지는 걸 아이들은 알 수 있을까?

그 뜨거움으로 한시대의 민주주의를 되살려내기 위해 죽음이라는 휘장으로 가리워지던 젊은이들은 많았다. 열사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젊은이들도 많았다. '고문'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했던 그 시절. 남영동 시커먼 건물 어딘가에서 젊은이들이 수도없이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풍문은 이미 세상속에 흥건했었다. 하지만 삶의 고리는 우리의 기억속에서 그 뜨거운 열기를 지우라고 말한다. 사는 게 코앞에 있지 않느냐고.. 허울좋은 민주주의니 하는 말 따위와 너의 현실을 바꿀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잊혀진다. 그래서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지금의 우리도 잊혀질 것이다. 그 시절의 그 뜨거움이 그랬듯이.. 치고 받고 때리고 부수는 저 국회의사당의 추태와 만행조차도 너무나 빨리 잊어버리는 우리의 기억상실증을 아는 탓에 저들이 저렇게 더 기고만장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 책의 끝머리에 부록으로 붙여준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가 더없이 고맙다는 것이.. 나 역시도 낱말자체로서만 와닿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말이었기에, 내 앞의 현실보다는 먼 의미가 바로 그 민주주의였기에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참 좋았던 부분이었다.

우리시대의 어머니들은 이제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리고 그 시절을 젊음으로 살아냈던 시대 (우리가 흔히 386세대라고 부르는) 를 우리는 또 '낀세대'라는 말로 부른다. 목이 터지고 살이 터지며 살아냈던 그들만의 시대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지금 그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이 힘겨운 세상속을 그들은 아마도 다시한번 가슴속 응어리를 어루만지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남은 것은 백지한장 뿐이라던 작가의 마무리처럼 우리가 그 시절을 살아냈던 사람들의 심정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나 싶다. 지금은 99도다!라는 책띠의 한마디가 그 시절뿐만 아니라 바로 지금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 한켠이 싸아해진다. 100도씨를 향해 민주주의는 다시 끓어올라야 한다는 그 말한마디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가슴속에는 얼만큼의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려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잊지 말자고 이렇게 외쳐대는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해서라도 잊혀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또다른 희망일런지도 모르겠다.

젊은 작가의 지난시절 이야기는 어찌보면 아이러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작품속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참으로 귀하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의 입을 빌려 세상속에 나온 이야기들, 한시대를 만들어냈던 사실들이 자신의 손을 통하여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어졌을 때 작가는 어떤 느낌을 전해받았을까? 힘든 결정이었다던 그의 목소리를 작가의 말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 다시한번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어진다. 어렵겠지만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부를 다시한번 더 읽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역사속으로 밀리기엔 아직은 이른, 잊혀지지 말아야 할 한귀퉁이의 이야기들을...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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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9-08-04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비님, 축하드려요. :)

아이비 2009-08-06 01:22   좋아요 0 | URL
오늘에야 알았네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