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의 전등을 끈다.
스탠드의 on/off 스위치를 한번 터치한다.
살짝 밝아지는 방안.
얼굴 하나가 스치듯 지나간다.
한번 더 만지자 선명해지는 얼굴.
또 한번의 터치에 스탠드 불빛은 만개하고
방안 가득 꽉 찬 얼굴 하나.
한번 더 만지자 방안은 컴컴해지고
영상도 스러져간다.

다시 환해진 방안.
스탠드 불빛은 노랑.
내 침대보도 이불색도 하나되듯 노랗고
방안의 전체적 색조도 희부염 노르스름하다.
오직 유리창 밖 풍경만 칠흑.

어릴 적 노랑풍선 하나를 들고
집 앞 언덕배기에 오른다
언덕 가장자리에 서서는 온 볼에 힘을 주고
바람을 주입시키는 나.
내 볼의 부풀어오름에 비례하여 팽창해지던 풍선.
행여나 터지랴, 민감히 반응하는 내 볼에 와 닿던
공기의 흐느낌.
이윽고 다 부풀어진 풍선의 아가리를 잡고는
하늘위로 날리는 나.
피융-, 외마디 비명소리로 어디론가로 날아오르던
내 노랑풍선.
그리곤 먼 데 하늘 한번 쳐다보고는
집으로 들어가는 나.

그때, 그 풍선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의지없이 멈춰 선 어딘가에서
또 누군가에 의해 그 활기찬 몸부림을,
생의 이쪽과 저쪽 끝까지를 다시 느낄 수 있었을까.

행복은 스며들지만 기쁨은 내켜 달려든다.
행복은 전염성이 없지만 기쁨은 그렇지 않다.
오늘 하루를 수고스레 마쳤다는
내 소박한 기쁨이 어느 누군가에게도
그대로 전염되기를 소망하는,
소중하기 때문에 필요한 존재이기를 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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