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과
한 잔 술을 마셨다
하소연,
하소연, 각각의 얘기들에 대한
각각의 생각들,
비 오는 천막 안, 떨어지는
빗방울들처럼,
우리의 대화도 그렇게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누구 말마따나
살아 온 환경이,
서로의 생각이 다르듯이
내가 미처 모르는
또 다른 사연들이 제각기 자릴잡아
나이테 수 만큼 성장해 있었겠지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 새벽, 돌아와 냉장고를 뒤지다
빵 한 봉지를 뜯어 먹는다
겉봉에 보이는 유통기한,
유통기한이 넘은 음식을 먹는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꺼려지는 건 분명하다
그 기한까지 유지시키기 위해 첨부된
방부제,
생각해본다
방부제가 첨가된 유통기한의 기일만 준수하면
신상에 별 탈은 없을 것이다
인간관계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까,
누구누구는 언제까지,
아, 누구는 방부제 많이 첨가해야해
그렇게,
한 명, 두 명…
머리를 흔든다,
최소한 내가 아닌
나외의 모든 너에게
획일적인 내 기준으로, 유통기한을
방부제를 첨가해서 붙이긴 싫다
유통기한이 없는
열려진 상태에서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는 생각으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근데, 그게 너무 힘들다
내가 아직 불완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기에
식품처럼 똑같이 적용할 수만 있다면,
누구누구 몇 명에게만은
유통기한, 방부제가 전혀 필요없는 라벨을
가슴깊은 곳, 바코드로
영원히 안 떨어지게 가장 강한 접착제로
붙여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