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선생님에 대한 소식은
계속 들어왔지요,
가을타시는거 같다며
요즘 힘들어하시는 거 같다고
어린 제자들은,
선생님도 가을타시네, 하면서
철없이 웃고 그랬지요
언제 무교동에서 낙지먹자고,하셨던
날짜가 잡혔습니다
부천공연 이틀전이네요,
선생님 만나면 드리려고
인사동에서 다기와 국화차를 사고
그 바람에 국화주 한 잔씩도 하고
그윽한 찻집에서 분위기도 잡아보다가
결국은 어린애들처럼,
편지도 쓴다 안쓴다 서로들
23년전, 꼬맹이때처럼 싸웠네요
결국은 난 쓸거니,
넌, 알아서 해 하고 그 싸움은
싱겁게 끝났습니다
차와 함께 할,
화과세트를 어제 눈맞춤해놓고
뭐라고 쓸까 고민하다, 고민하다
짧은 시, 하나가 완성됐습니다,
아무리 형편없는 글이라도
선생님은,
주름살 가득한 웃음으로 읽어주시겠지요
* 겨울의 초입,
밤은 길고 해는 짧아
한 해의 끝을 얼마 안 남기고
생각은,
삶은
길어진 밤의 무게로 스며든다
떠난 가을이 짧았던가,
이 겨울맞기가 이리 힘들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긴긴 밤,
제자가 보낸 국화차 손에들고
평생을 같이 한,
인생고개 함께 넘어 온
안해의 얼굴 마주하고
살아온, 살아갈 人生보따리 풀어내며
긴 밤, 그렇게 보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