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퇴근 길 전철안에서였다
그 애를 만난건,
내가 들어섰을 때 여자아이는 출입문 앞에 서서
두 손을 앞으로 뻗어서는 양 손바닥을 벌리고
서 있었다
전철문은 아직 닫히지 않은 상태였다

좀 있으면 닫힐거예요..
문이 닫히자 아이는 두 손바닥을 맞댄다
그리곤 나를 보고 방긋 웃는다
내가 닫은거예요..
전철이 출발하자 아이는
자, 출발! 뿌웅~ 뿌웅..
경적을 울리는 흉내를 내고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낸다

한 대여섯살 정도 되려나,
길게 땋은 머리에 눈이 똘망똘망한 게 여간
영악스럽지 않을 듯 싶다
순간, 떠오른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옥희.
속으로 웃는다
이제 아인 내 주변을 맴돌면서 발꿈치로 내 신발을 툭툭 찬다
(얘가 왜 이러나..)
오빠..?
(순간, 응.. 오빠.. 는.. 니겐 아니지...ㅋㅋ)
오빤, 어디갔다 오는거예요..
(얼결에 대답을 하고 말았다)
...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가는거지..
집이 어딘데요..
의정부..
응, 그렇구나..
그리곤 옆의 할머니에게 묻는다
할아버지, 할머니 우린 집에까지 몇 개 남았어요?
군자에서 갈아타야 돼..
여자아이는 노선도를 보고와선,
두개만 더 가면 되요 한다

다시 전철문이 열리고
아이는 첨의 그 손동작을 하고 있다
한 여자가 들어선다
내 앞에 선다, 대학생 정도...
아이의 관심은 여자에게로 향한다
언닌, 어디 갔다 오는거예요..
(여전히 존대말이다)
여자가 일순, 당황한 듯이 나를 쳐다본다
지금 학교가는거야..
학교가 어딘데요...
멀어..
(고갤 갸우뚱하며) 언닌 초등학생, 고등학생?...
그 순간, 여자도 나도 웃는다
... 대학생이야..
응, 그렇구나..난 유치원생인데..
여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이젠 아이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가 나도 궁금하다
근데, 언닌 남자친구 있어요?
(대뜸 뒤돌아서는)
오빠는요..
그녀와 내가 멋적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다
대답하긴 참, 난감한 질문이다

전철이 군자역에 다다랐다
옆의 할머니가 아이의 손을 잡아끈다
나도 내려야 한다
소녀가 여자와 나를 향해서는
환하게 웃으며,
언니, 오빠 안녕하곤 빠이빠이를 한다
그녀와 나도 함께 손을 흔들어 준다

참, 당돌하면서도 티없이 맑고 깨끗한 아이였다
고 10여분동안 그녀도 나도 동심의 세계속을
여행하고 온 듯한 느낌이였다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겠지..
ㅋ아이만큼 천진난만하진 않았던 듯 싶다...

전철 안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07. 10. 14

* 문이 닫힙니다
   출발 뿌우웅~~
   갑자기
   전철이 동심의 세계로 날아오릅니다

   이쁜 소녀는 물어요
   오빤 어디서 오는거예요
   언닌 초등학생, 고등학생
   얼굴 가득 핀 소녀의 장난기에
   전철안에 이름모를 꽃들이
   하나, 둘 방긋방긋 피어오릅니다

   세상 모든 대상이
   소녀는 궁금해요
   오빠, 언니 안녕~
   소녀의 빠이빠이에
   발걸음이 두둥실 떠오릅니다
   귀가길 전철 안                 - 어느 귀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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