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2013-01-12
젖지 않는 사람
이현승
죽은 사람의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대듯이
나는 화분에 물을 주면서 귀를 기울인다
의심은 물줄기를 따라 뿌리들의 어두운 층계에 머문다
화분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귓속은 물을 채우기에는 너무 작은 용기이다
죽어가는 나무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저녁은 제 물줄기를 부어 텅 빈 집을
수족관처럼 빈틈없이 채운다
이럴 때 가장 어두운 동굴은
눈 속에 있는가 귓속에 있는가
어떻게 돌고래들은 해안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하고 어떻게 나무는 스스로 죽을 결심을 하는가
어떤 범람이 나무에게서 호흡을 빼앗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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