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2005년, '상금 1억원, 제1회 세계문학상' 이라는 타이틀에 혹하여 무작정 읽어내려간 [미실]은 충격 자체였다. 역사는 물론이고, 역사 속 인물에도 별 감흥을 갖지 못했는데 고대에 이토록 정열적인 여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둔한 내 머리를 울렸다. 나는 지금껏 性愛를 이토록 눈부신 언어로 묘사한 소설 또한 보지 못했다. 어느날, 사극 <선덕여왕>에 미실이 등장하는데 고현정이 캐스팅 됐단다. 선덕여왕과 미실은 무슨 관계일까? 역사 연대기에 무지한 나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극 속 고현정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미실]을 다시 읽었다. 그런데 [미실] 속에 선덕여왕은 없다. 속은 느낌이다. 미실의 집안과 태생, 미실이 색공한 수많은 왕과 남정네들, 미실의 권력과 아름다움이 펼치는 장마다 속속들이 녹아있지만 선덕여왕과 미실의 대적은 그저 TV 속 컨셉인가 보았다. 소설은 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오늘날의 윤리로 이해하려 해봤자 혼란만 가중되는 고대의 性 이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했다. 차차 익숙해진다 싶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또다시 집요하게 불안하다. 골품제도를 공부할 때만 해도 성골, 진골이란 게 이런 식으로 혈통이 이어지는 지는 꿈에도 몰랐다. 엄마랑 아들, 아빠랑 딸만 관계를 안 맺는 셈이다. 그치만 더 나을 것도 없다. 온통 근친상간이다. 우리가 끈질기게 요구받은 유교적 가치관에 물든 내 편견일 수도 있겠다 싶어 애써 떨쳐내려해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럼 그저 받아들이자.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실은 아름답다. 여자가 품을 수 있는 여성상을 전부 보여주기에 가치있다. [화랑세기]에만 등장하는 미실을 학계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하니 그녀의 삶과 죽음을 뭐라 평가내릴 수 없겠지만,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미실의 생애는 천 오백 년의 시공을 뛰어넘는다. 한 인간으로서, 한 여자로서 나고 사라짐에 있어 무엇이 가장 소중한 가치인가에 대한 끊임 없는 고찰이 그것이다. [미실]은 미색으로 시대를 가졌던 한 여인의 일대기다. 역사소설을 표방하고 있지만 휴머니즘적 요소가 한층 빛나는 이유도 작가관에 근거한 것일테다. 그저 조금 더 재밌게 <선덕여왕>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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