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실비 제르맹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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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은 온갖 알레고리로 가득찼다. 알면서도 속은 게 실수라면 실수다. 번역자와 소개글에 혹해 제목을 보이는 그대로 읽어버린 것이다. 내가 아는 가장 매력적인 도시,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의 사연이 궁금했다. 나는 바보다. 오드리토투가 나오는 영화가 그랬고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이 그랬다. 아무리 돌려봐도 이해를 못했다. 또 같은 실수다.  

이 여자는 누구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여자가 울고 다닌다. 프라하 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다가가면 사라지고 사라졌나 싶으면 다시 나타난다. 어느 날은 뒷꽁무니를, 어느 날은 뒷모습을 보았다. 여자는 희미하다.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되풀이한다. 나는 늘 여자를 본다. 쫓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여자는 기억으로, 상처로, 안식처로 나를 데려간다. 페이지가 넘어가면 갈수록 여자가 우는 이유는 처음처럼 중요하지 않다. 그저 여자를 따라가기만 하면 될 것 같다. 이상하고 매혹적인 소설이다. 서사구조가 없으니 소설이랄 수 없고, 그렇다고 시도 아닌데 복잡미묘하고 혼란스럽다. 그러나 단편적이면서도 야무진 구성이다. 퍼즐의 조각을 하나하나 맞출 때의 흥분처럼 차차 뚜렷해진다. 그랬나 싶으면 또 멀어진다. 여자의 발자국은 안 가는 곳이 없고 못 올 곳이 없다. 여자는 빠르고 강하게 움직인다. 몽환스럽고 매혹적이며,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  

소설은 여자가 사라지면서 끝맺는다. 여기 아니면 저기, 안 아니면 밖, 현재 아니면 과거를 동시에 오가느라 늘 다리를 절뚝거리던 여자의 발자국만 남았다.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그녀는 다시 돌아올 것을 예고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도시를 울며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자를 발견하면 따라가자. 그 곳에서 발견하는 모든 것들이 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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