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
김별아 지음 / 문학의문학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를 반복적으로 읽어본다. 후미코는 우연히 접한 이 시에서 박열의 열망과 이념을 읽어냈다. 그리고 사랑하게 되었다. 표현에 의하면 '어디에도 없는 아이' 후미코와 그녀의 삶의 지표 박열은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게 당연하다. 일제 식민지하 애국혁명가를 꿈꾼 조선남자와 그를 사랑한 일본여인의 사랑. 소설 [열애]를 관통하는 주제는 국경과 사상과 죽음을 뛰어넘는 절절한 러브스토리이지만 그게 또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 슬프다. 외롭고 치명적인 울컥함이다.  

사랑과 신념. 우리는 그 둘 중 어느 하나에라도 치열한 적 있었던가.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지루할지도 모른다. 중반부가 지나도록 박열과 후미코는 만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꽤 오래 조선남자 박열과 일본여인 후미코 각자의 삶에 대해 열거하는 셈이다.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오기 보다 살아내는 것이 인생이었던 두 남녀. 신념을 지키기 위해 꿈틀대는 욕망과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자신을 내던진 남자에게서 일본의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던 후미코는 자신을 읽은 것이다. 그리고 살아있다고 느꼈다.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 남자의 투쟁에서 자신의 존재감, 희망, 미래를 꿈꾸었던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함께 한다.  

죽음 앞에서는 신도 두렵다. 조선인 독립운동가와 일본인 아내의 죽음조차 초월한 사랑. 훗날 역사에는 그렇게 기록되었다. 박열의 독립운동은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그렇게 젊고 용맹한 하나의 무명 독립운동가가 되었다. 시대가 원하는 불의의 것에 얼마만큼 나를 걸고 싸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일도, 사랑도, 그 무엇에도 치열하지 못해 흔들렸다. 그들의 첫 밤을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원한 일이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두려웠던 일, 후미코의 첫 날 밤에 대해 생각했다.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의 균열에 대해 떠올렸다. 두렵다. 하늘 아래, 인류 아래 다시 이런 사랑이 있을까봐 두렵고, 내 손으로 어찌할 수도 없을 음모가 두렵고, 내 삶이 허무가 될까봐 두렵다. 몸으로 겪지 않고서는 아무리 머리로 이해해도 알 수 없는 무엇이 있다. 분노와 통한. 통감. 역사가 두렵다. 사랑이 나는 무섭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11-17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