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空想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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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_곽재구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란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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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쏟아지는 생각들. 잠 밖으로 비집고 나온 꿈 같다. 어느 드라마. 아들이 뇌종양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죽어버리는 아버지. 아들을 살릴 생각은 않고. 그가 이해가 된다. 그는 여력이 없었구나 하고. 겨우겨우 하루를 견디던 그는 새로 전개될 삶에 자신이 없었구나 하고. 생각은 내 아버지에게로 이어진다. 아버지 등 뒤에 누워 몇 번이나 아버지, 아버지의 부푼 배 좀 보세요. 아버지는 이제 곧 죽을 거예요, 말하려고 했다. 불 같은 아버지가 그런 소릴 들으면 곧 꺼져버릴 거라고 가족들이 말렸다. 내가 아무 말 안 했는데도 아버지는 짧게 타오르다 꺼졌다. 입을 크게 벌리고 내뱉는 아버지의 마지막 호흡호흡마다 하고픈 말들. 결국 소리가 되지 못했다.

차마 하지 못하는 말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가슴에 내려앉았다 육신을 태울 때 함께 재가 될까. 흙 속에서 작은 벌레들이 갉아 먹을까. 나도 아버지처럼 차마 못할 말을 끝내 하지 못하고 꺼져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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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 바람이 불어.
날 스친 바람이 맑아졌으면 좋겠어.
사랑해 하는 말이 나를 지나면
작은 음표들이 되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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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8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18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해의 서 - 내면에서 찾는 자유의 날개
오쇼 라즈니쉬 지음, 손민규 옮김 / 판미동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그대가 계속해서 현재를 놓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대는 인간이다. 수많은 시간을 수평적 차원에서 살아 왔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대가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역점을 두어라. 아름다운 일이다. 그대는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이에 대해 행복하게 생각하라.-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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