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族風景
-이성복


형은 장자(長子)였다 `이 책상에 걸터앉지 마시요―장자백(長子白)`
형은 서른 한 살 주일마다 성당(聖堂)에 나갔다 형은 하나님의
장자(長子)였다 성경(聖經)을 읽을 때마다 나와 누이들은 형이 기르는
약대였다 어느날 형은 아버지 보고 말했다 <저 죽고 싶어요
하란에 가 묻히고 싶어요> 안될 줄 뻔히 알면서도 형은
우겼다 우겼지만 형은 제일 먼저 익은 보리싹이었다 나와
누이들은 모래 바람 속에 먹이 찾아 날아다녔고 어느날 또
형은 말했다 <아버지 이제 다시는 제사(祭祀)를 지내지
않겠어요 좋아요 다시는 안 돌아와요> 그날 나는 울었다
어머니는 형의 와이셔츠를 잡아 당기고 단추가 뚝뚝
떨어졌다 누이들, 떨어지며 빙그르르 돌던 재미 혹시
기억하시는지 그래도 형은 장자(長子)였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형의 아들 딸이었고 누이들, 그대 산파(産婆)들 슬픈 노래를
불렀더랬지 그래도 형은 장자(長子)였다 하란에서 멀고 먼
우리 집 매일 아침 식탁(食卓)에 오르던 말린 물고기들
혹시 기억하시는지 형은 찢긴 와이셔츠처럼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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