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에 깨어있으면 무언가 말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대개는 말할 필요가 없는 얘기거나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없거나 말할 수 없는 얘기... 아직 밖은 차다. 어둠이 몰고 다니는 서늘함. 조금만 더 따뜻했으면 좋겠다, 는 하나마나한 얘기일 수도.

언젠가 오빠가 한 말이 생각 난다. 내가 스트레스 용량이 적다고. 그러니 그때그때 비워내라고. 나도 담대해지고 싶다. 하지만 나는 어른의 옷을 입은 아이다. 일상에 능숙한 듯 생활하면서도 속으론 때로 버겁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나 같을지도 모른다. 모두 쉬쉬하고 있어서 서로 모르는 것일지도.

아무 일도 없다. 강박증 환자나 실제보다 몇 배의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처럼 내가 힘든 건 가상일 뿐이다. 마음이 지어내는 것, 습관이 지어내는 것, 업이 지어내는 것.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처럼 마음이 지은 허상은 무시하는 것 외에 뾰족한 답이 없다.

자야겠다. 뇌와 눈에게 휴식을 줘야겠다. 잠들 수 없는 심장에게 깨어있는 이유를 묻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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