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다. 보이는 것들이 어둠에 묻히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스물스물 일어난다. 햇살에 선명한 먼지처럼 어둠에 또렷해지는 감정과 생각의 찌꺼기들.

어쩌다 사랑을 생각한다. 성숙한 사랑이라는 건 어떤 걸까. 사랑은 이성을 삼킨 게 아니란 말인가. 내 사랑은 모두 유치했다. 심지어 가족과 친구에 대한 애정마저 성숙하다고 할 만한 건 없었다. 어려서 어리석었을까. 사랑해서 어리석었던 걸까.

헤어진 사람들을 생각한다. 한때는 사랑이라 불렀던. 그 감정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후회와 부끄러움이 설렘과 기쁨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이젠 그 시절이 색 바랜 추억이 되었기 때문일까.

사랑한다. 엄마를 사랑하고, 아이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고...여전히 돌아서면 후회할 시간들. 성숙한 사랑이란 게 뭘까. 지금도 내 사랑은 유치하다. 왜 내 사랑은 자라서 어른이 되지 못했나. 모르겠다. 요즘은 더욱 모르는 것 투성이다.

둔하고 무지한 내가 사랑을 생각할 정도로 어둡고 고요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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