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다음 날. 무언가 씻겨 내려간 듯 개운하고 상쾌함. 내 느낌과 달리 일기예보는 황사. 실재와 느낌 사이를 생각한다. 뱀인 줄 알고 놀라 보니 끈이었다는 얘기처럼 그 실체가 무엇이든 내가 믿는 대로 느껴진다. 끈이라는 걸 확인하지 못하고 멀리 달아났다면 달아난 사람에겐 그 끈이 영원히 뱀으로 기억되고, 끈을 본 장소는 꺼리는 곳이 될 것이다. 비가 내렸다거나 가늘고 긴 것을 보았다는 게, 그것을 보고 알게 된 것이, 그 앎으로부터 생긴 느낌이, 그 느낌으로부터 생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이...삶을 뒤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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